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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 - 나와 당신은 과연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분배받고 있는가
데이비드 C. 코튼 지음, 김경숙 옮김 / 사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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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의 원저가 2001년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게다가 저자가 서문을 비롯해 구구절절이 자신의 출신 배경이 미국의 보수적인 중상류층 백인이란 사실을 강조하는 이유도 책을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동안 이 책이 주장하는 바와 비슷한 류의 책을 꽤 많이 접해보았지만 이 책만큼 깊이 있고 단호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책은 보기 드물다. 이 책은 우선 정치인들이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 성장, 세금 감면, 무역 장벽 제거, 기업에 대한 더 많은 혜택과 보조금 지급, 복지 수혜자에 대한 자립 유도, 경찰력 확충 등으로 현재 세계의 문제들을 해결하려 하는 것에 일침을 가한다. 또한 저자가 중앙아메리카와 아시아 등지에서 행한 많은 활동과 경험들을 통해 외부로부터 가해진 개발은 인간관계와 지역 공동체 생활을 심각하게 파괴한다는 사실도 강조하고 있다. 진정한 개발은 결코 외국의 원조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즉, 개발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공동체의 실제 자원들에 통제력을 갖고 이것을 얼마나 그들 자신의 요구에 맞게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 하는 지역 사람들의 능력에 전적으로 달려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삶에서 화폐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면 할수록 공동체 기반이 되는 정신적 유대감과 자연과의 균형 잡힌 관계형성은 사라진다고 역설한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의 추구는 생태계 재생력의 파괴와 인류 공동체를 지탱하는 사회 구조의 붕괴를 가속화시키며 이에 따라 빈부 계층 간 자원 경쟁을 부채질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현재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물질만능주의, 자본주의를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 경제의 세계화란 중산층의 소득을 상위계층에게 넘겨주기 위한 장치이며, 국민총생산의 개념을 뒤집어보면 결국 자원을 쓰레기화 하는 비율의 척도이고, 경제가 성장하면 복지가 자동적으로 향상된다는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국회는 한 표의 가격을 흥정하고 질서를 위한 법을 돈으로 사고파는 시장으로 변했고, 시장의 자유는 돈을 가진 자들의 자유라면서 권리가 인간이 아니라 재산과 상관관계를 가질 때 오직 재산을 가진 자만이 권리를 갖게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사적 이윤을 늘리기 위해 지역에 사적 비용의 처리를 떠넘기며 강요하는 것이 바로 현재 글로벌 경쟁 시장의 모습이며, 세계은행과 IMF가 기업 식민화를 위해 저소득 국가의 경제를 개방하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으며 이들의 진짜 목적은 글로벌 기업들의 이익과 권력을 키우는 것이고, 각종 이익단체들과 홍보회사들이 뉴스와 여론을 조작하고 돈을 주는 의뢰인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도록 공동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개탄한다. 게다가 세계화가 시장을 더 경쟁적으로 만든다는 주장은 다 거짓이라면서 오히려 세계적 규모의 독점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예전에는 재화와 용역의 전체 가치는 가족과 지역 공동체 안에서 실제로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들에게 분배되고 교환되어서 자원은 실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엄청나게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었지만, 현 상황은 우리에게 징수하는 간접비용이 너무나 높아졌고, 보상은 실제 가치를 생산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마케팅 환상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현재 금융 시스템은 거래되는 금융 자산의 시장가치를 실제 재화와 용역의 생산과는 아무 상관없이 끝없이 부풀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부를 채취하는 투자자가 얻는 이득은 다른 개인들 혹은 사회 전체를 희생시켜 가며 얻은 것이라 말하고 있다. 거기에다 회사가 커지고 시장이 자유로워질수록 자신의 비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기고 거기에서 이익을 취하는 기업의 능력이 더 커진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현재의 정부는 기업의,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정부라며 강하게 비난을 쏟아내면서 돈이 지배하는 세계에 대한 환상을 떨쳐내고 인생의 정신적인 의미를 회복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대안은 바로 지역 공동체에 힘을 불어넣는 지역화한 경제를 창조하는 것이라 말한다. 현재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는 지역의 자원에 대한 관리권이 거의 그 지역 주민들의 손에 있지 않고 중앙 정부 관료들이나 기업들에게 주어져 있는데 이를 되찾아 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와 시장, 시민사회가 갖는 힘이 실질적, 제도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지배체제인 민주적 다원주의를 살려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말해 강력한 정부 아래 적절히 규제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기업, 소규모 협동조합, 종업원 소유 회사, 지방 자치단체로 구성되는 시장경제가 무엇보다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책에서는 생태혁명이 생태 시대의 문을 열어 줄 것이라는 말도 덧붙이고 있다. 즉, 물질적 소비와 돈에 대한 끝없는 추구는 사랑의 결핍으로 생겨난 삶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돈 버는 일보다 사랑을 가르치고 북돋는 데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를 창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코페르니쿠스적 대변혁과 같은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금의 형평성이나 일자리의 공정한 분배, 지역 은행에 대한 우대, 반독점법의 엄격한 강화 등과 더불어 생활 민주주의 운동이 펼쳐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삶이 돈보다 소중하다는 것, 돈을 벌기 위해 삶을 파괴하는 것은 사회 병리 현상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세계은행과 IMF연차 총회의 화려함과 빈곤층의 인터뷰를 극명하게 대조한 것과 일본, 한국, 대만의 경제개발 방식을 모범사례로 언급한 것이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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