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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아이브 -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
리앤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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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오년 전에 폴더형 구형 핸드폰을 버리고 신형 아이폰을 새로 구매한 지인에게 조너던 아이브의 감성을 느껴보라는 메시지와 함께 감미로운 케니지의 음악을 선물해준바 있다. 사실 나는 스티브 잡스보다 조너던 아이브에게 더 관심이 많았다. 절대 미학과 미니멀리즘으로 대표되는 그 디자인 철학에 늘 공감하던 바였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폰을 핸드폰으로 보지 않았다. 뉴욕현대미술관 MoMA에 소장된 산업디자인 제품처럼 그렇게 예술품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나는 게 설렜던 것이다. 아직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보지 않은 상황에서 그와 비슷한 조너던 아이브의 전기를 보게 되었다. 늘 그렇듯이,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전기와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경제 경영분야의 베스트셀러를 번역해 소개하는 안진환 씨가 번역했다. 이 책을 통해 잘 몰랐던 그의 초년 시절을 알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아이브의 초등학교 8년 후배라는 사실이 재미있었는데,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록은 참 인상적이었다. 라디오나 카세트 녹음기를 분해 조립하던 것은 그렇다 치고, 은세공인이자 교수이며 디자인 테크놀로지 과목을 영국 학교 교육의 핵심 교과 과정으로 만든 아버지의 영향력은 참 대단했다. 틈만 나면 아이브에게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해주었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들을 자신의 대학 작업실로 데려와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니 말이다. 경험에 의거한 교육과 직관적인 디자인 방식에 강한 신념을 가졌기에 아들 아이브를 그렇게 키워낼 수 있었던 것 같다. 10대 시절 이미 디자인 업계에 자신의 재능을 뽐냈고, 런던 최고의 디자인 회사가 유일무이하게 학자금을 대주어 산업 디자인 부분에서 최고 대학인 뉴캐슬 과학 기술 대학에 입학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그 대학도 꽤 인상적이었다. 바우하우스식 교육보다 더 형식 파괴적인 교육을 제공하였고, 대학에서 기술을 주류에 진입시키는 것이 자신들의 사명이라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을 수 있었다니 대단한 학교라 할 수 있겠다. 어떤 신기술이든 배우고 익혀서 디자인으로 집약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도록 가르쳤고, 나아가 기술이 나아갈 방향과 그 영향을 추측하는 습관까지 훈련시키는 곳이었다니 아이브의 재능이 더 활활 타오르게 만든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의 탁월한 재능은 학교에 다니면서 인턴 생활을 했던 런던 최고 디자인 회사에서 주요 프로젝트를 도맡아 처리했다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름다운 형태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배려까지 전달하려는 노력과 특히 디자인에 촉각 요소를 적절히 첨가하는 재능은 이때부터 선보였다고 한다. 그는 또한 자타가 공인하는 독서광이며 박물관 애호가인 아버지 덕분에 박물관도 종종 찾았다고 한다.

 

대학 때 애플에서 만든 맥 컴퓨터를 보고 애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 샌프란시스코 일대 신흥 디자인 스튜디오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특히 다양한 디자인을 의뢰하는 의뢰인으로, 그리고 초기 애플 아이맥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LG가 언급되고 있다. 아이브가 한국에 와서 LG공장 밥을 먹었을 거라 추측할 수 있는 대목도 있다. 애플에서 아이브를 영입하려는 시도로 수행한 저거넛 프로젝트부터 시작해 아이브가 애플에 입사한 후 첫 임무로 맡은 뉴턴 메시지패드의 차세대 모델 디자인, 애플의 디자인 팀장이었던 로버트 브러너가 회사의 무게 중심을 엔지니어링에서 디자인으로 옮겨 오려고 애를 쓴 일화들, 디자인 언어, 미래의 테크놀로지가 실현되는 방식, 이동성의 진정한 의미 등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연구하도록 별도 과제를 동시에 추진했었던 일들도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합의를 토대로 제품을 개발하는 지나치게 관료주의적인 애플의 문화로 인해 애플을 그만두려고 마음먹던 찰나에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게 되고 뒤이어 세심함이 평범한 물건을 훌륭한 작품으로 바꾼다면서 디테일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는 잡스와 찰떡궁합을 보여주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연이은 히트작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아이팟의 경우 시장 출시를 결정하고 겨우 6개월 만에 만들어 낸 것이며, 멀티터치 기술에서 영감을 받아 이것을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적용시키려는 시도와 함께 초박형 노트북 맥북 에어 제조공정에 적용된 유니보디 공법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 밖에도 TBWA에서 만들어준 아이 시리즈 이름에 잡스가 퇴짜를 놓았다든지, 연구개발 전담 부서가 따로 없고, 디자인 스튜디오에 경영진도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상황도 흥미로웠다.

 

게다가 스콧 포스톨이 퇴사한 이유가 스큐어모피즘이라는 디자인을 바꾸려는 아이브와의 세 싸움에서 졌기 때문이란 것도 눈길을 끌었다. 결국 이제는 소프트웨어 디자인까지 아이브가 손보게 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디자인 철학이나 디자이너에 대해 배운 것도 많다. 완전히 새로운 뭔가를 고안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첫 단계는 바로 디자인 스토리를 구상하는 일이며, 산업디자이너는 물건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을 디자인하고 제품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품의 물리적 존재감과 기능에서 생겨나는 의미를 디자인 한다는 것이란 사실 말이다. 또한 이 책을 통해 클라이브 그리니어, 빌 모그리지, 로버트 브러너, 아일린 그레이, 미켈레 데 루치, 재스퍼 모리슨, 디터 람스 등 걸출한 디자인 업계의 인물들도 함께 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책 중간에 사진들이 좀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림이나 도안, 사진이 부족해서 이 책을 이해하는데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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