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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적의 비밀 - 이스라엘은 어떻게 벤처 왕국이 됐을까?
이영선 지음 / 경향BP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작년까지 이스라엘에서 3년간 근무했던 KOTRA 해외 무역관의 글이라 그런지 현지 경험이 생생히 전달되는 좋은 책이었다. 사실 나에게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으로 중동의 화약고라는 인식과 함께 기독교 성지, 그리고 방위산업, 의료 등 최첨단 벤처 산업의 요람으로 인식되어 있다. 물론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유대인의 교육, 그리고 탈무드를 빼놓을 수 없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러한 단편적인 지식들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일단 이스라엘과 관련된 TV 프로그램에서 보았듯이 탈무드를 가르치는 종교 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치 싸우는 듯한 큰 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설명하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원래 격식을 차리지 않고 요점에 대해 소신 있게 말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큰소리로 말하는 게 원래 그들이 교육받은 태도라는 것이다.

 

 

또한 유대인은 원래 똑똑한 민족인지에 대해서 이 책의 저자는 PISA나 TIMSS같은 학생 학업 성취도 평가를 보면 똑똑한 측면에서 한국이 더 낫다고 말한다. 유대인들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은 그들이 선천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민족보다 앞서 교육에 눈을 돌렸고 잘나가는 유럽과 미국이라는 기차에 승차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유대인은 일찍이 교육을 통해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갖추게 되어 기존 질서를 끈기 있게 관찰하거나 자료를 읽고 이것을 글로 정리하면서 통일된 질서와 원칙을 찾아내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그들이 믿는 유대교는 우상을 없애고 하나님을 믿고 소통하는 종교인데, 어릴 때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신에 대해 꾸준히 해온 상상훈련이 머릿속에서 사안을 개념화하고 이론화하거나 상상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전한다.

 

 

유대인들의 생활 지침서인 탈무드는 바빌론 탈무드와 예루살렘 탈무드 2가지 버전이 있는데, 각 버전이 총 63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라고 한다. 또한 종교 학교를 제외하고 일반 학교의 경우 성서 시간에 일부 탈무드 인용문에 대해 공부하는 것 외에는 정규교과 과정에서는 크게 탈무드에 대해 배우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스라엘이 얼마나 복잡하고 분쟁적인 위치에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주류를 이루는 아쉬케나지와 미즈라히 간의 갈등도 그렇고, 그 밖에 에티오피아에서 온 흑인 유대인, 사마리아 유대인, 팔레스타인 아랍인, 베두인, 드루즈인 등이 혼재되어 생활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다양한 문화와 교류하면서 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언어도 배우고 다른 나라와도 쉽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복잡한 듯 싶다.

 

 

게다가 주변국들과 분쟁관계 역시 많은 불편을 초래하는 것 같았다. 한국인도 여권에 이스라엘 방문 도장이 찍혀 있으면 이스라엘과 외교관계가 없는 레바논과 시리아에 입국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레바논,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때문에 동쪽이나 북쪽 항로를 쓸 수 없는 이스라엘 여객기는 터키 상공을 이용해야만 하는데, 터키와의 관계 역시 아슬아슬하다는 것, 그리고 1979년까지 동맹관계였으나 그 이후 분쟁관계에 놓인 이란과의 관계 등이 그렇다. 이 책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해 의외의 이야기들도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 이를테면 이스라엘이 성에 대해 개방적인 나라라는 것이다. 언제 전쟁이나 테러 때문에 죽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지금 즐기자는 문화와 함께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활동이 성에 대한 개방화를 가속화 시켰다고 한다. 물론 유대교의 율법에는 구체적인 성생활 지침까지 나와 있다고 하는데 읽어보니 무척 흥미로웠다.

 

 

또한 이스라엘 경제 현안에서 가장 고민스러운 것은 전체 인구의 1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군대도 가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 정통파 종교인이라 한다. 이스라엘 건국 당시 종교인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들에게 군대도 면제해주고 일하지 않아도 연금을 줄 것을 약속한 게 계속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유민주국가지만 포교활동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것 역시 흥미로웠다. 그리고 미국 6대 영화 제작사 모두 유대인이 창업했다든지, 이스라엘에서는 히틀러가 좋아한 작곡가 바그너의 오페라나 음악이 연주되지 않는다던지, 이스라엘이 5772년의 긴 역사 중에 제대로 나라행세를 한 기간은 사울, 다윗, 솔로몬으로 이어지는 10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신기했다. 그 밖에 거의 모든 이스라엘 젊은이는 군복무 기간을 마치면 아시아나 남미로 1년간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이 책의 제목과는 달리 사실 이스라엘 경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뒤에 약 50페이지 정도에 불과하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시장 규모가 작고 시장 정보도 폐쇄적이라 높은 값을 부르는 유대인의 상술을 주로 이야기 했다면, 뒷부분에서는 경제력 집중도가 우리나라보다 높아 재벌문제가 사회 쟁점화 된 상황이나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타이, 필리핀 등에서 노동자를 데려오고 있는 키부츠 현황, 그리고 일방주의적인 비즈니스 관행도 소개되고 있다. 또한 2600개의 기술기업과 기술이전센터가 있는 7개의 대학과 연구소 등을 이야기하면서 이스라엘 벤처기업들 몇 곳을 소개해주고 있다. 특히 저자가 구글 글라스 같은 것을 개발하려는 NUI 개발업체를 직접 방문한 모양인데, 사실 NUI로 유명한 이스라엘 업체는 PrimeSense가 있는데 이 업체를 이 책에서 소개해주고 있지는 않다.

 

 

사실 이스라엘 젊은이들도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것을 선호하며, 단지 다른 나라에 비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약간 더 높을 뿐이라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 벤처기업의 기술은 20퍼센트만이 상용화 단계 기술이고 나머지는 제품화까지 기술개발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성장 전략은 기술을 개발해서 파는 것이라 제조업이 취약한데, 우리나라는 생산하는 방법을 아니까 이스라엘과 협력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 언급하고 있다. 그 밖에 2009년부터 천연가스를 발견하여 수년 내에 100퍼센트 에너지 수입국에서 에너지 수출국으로 등장할 예정이라든지, 20세기 초 벨기에 앤트워프 등에서 정교한 다이아몬드 가공기계를 만들어낸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에 이주해와 현재 이스라엘의 다이아몬드 시장을 형성했다는 것 등이 눈에 띄었다. 이 책이 아쉬운 점은 책에 실린 사진 상태가 매우 안 좋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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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4 1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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