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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루이비통 - 마케터도 모르는 한국인의 소비심리
황상민 지음 / 들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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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계의 화제의 인물인 황상민 교수가 펴낸 또 한권의 책이다. 요새 들어 황 교수님이 부쩍 많은 책들을 펴내고 있기에 일반 대중과 학계에 할 이야기가 많은가보다 싶다. 이 책은 일반인들의 눈에 확 띄는 제목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절반 정도는 대학에서 배우는 심리학 교과서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사회과학 방법론과 통계 분석 쪽이 친숙한 편이라서 이 책에서 주장하는 질적 연구방법이나 Q방법론에 대해 쉽게 이해가 되었다. 사실 신뢰도와 타당도가 검증되지 않은 설문조사식 연구방법론을 맹신하는 게 문제라는 것, 그리고 그러한 조사를 해야 할 경우 질적 연구방법을 써야 한다는 것은 내용을 안다면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 책은 저자의 주 연구 분야이기도 한 소비심리 분야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결과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른바 한국인의 소비심리,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한국인의 특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우선 이 책은 일상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소비현상을 탐색하고 사람들의 다양한 소비행동을 통해 그들의 감춰진 심리를 추리하면서 그 사람의 속마음, 진짜 마음을 알아보는 과정을 소비심리 탐구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의 사회 문화와 맥락 속에서 일어나는 소비행동을 우리 눈으로 제대로 읽을 때 소비심리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대학에서 가르치는 소비자 행동론이나 소비자 심리는 정작 소비행위의 주체가 되는 한국인의 행동, 한국인의 심리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가장 기본적인 심리학 지식을 나무와 벽돌 수준으로 전달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즉, 학생들은 나무나 벽돌을 구분하는 방법만 배우는 꼴이라면서 심리학 용어를 몇 가지 알고 심리학 개념을 좀 안다고 해서 마케팅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의문들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소비행동이나 심리는 개별적인 심리과정인 심리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소비행동을 중심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소비행동은 인간의 욕망과 감정, 그리고 사고와 행동이 통합되어 일어나는 것이란 말이다. 그래서 전형적인 마케팅 활동들이 상당히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기존의 방법 외에 다른 독특한 연구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게 바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이른바 마음 MRI라는 방법이다. 구체적으로는 믿음이나 태도, 생각 같은 심리적인 부분이 유사한 성향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방법인데, Q 방법론이란 통계 기법을 같이 활용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저자 자신이 의뢰받은 연구결과들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단면들을 하나씩 소개해주고 있다.

 

이를테면 야구와 야구소비성향에서 구분되는 SK와이번스 팬의 집단들을 구분해보면 인천SK팬, 우리매형, 옆집 아줌씨, 야구 마니아, 장외 감독, 열 번째 선수 등으로 구분가능하고, 우리나라의 통신소비자 유형은 억울해형, 실속이용형, 근검절약형, 똑소리형, 팔랑귀형, 모바일쉐비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디지털 소비자 유형은 디지털 모더니스트, 디지털 시크, 디지털 컨서버티브, 디지털 부머, 디지털 루덴스, 네오르네상스 등으로 구분할 수 있고,  명품소비 집단의 심리는 자급자족형, 판타지형, 격조형, 과시형, 생활형, 무조건형, 자아표출형, 아바타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이 책에서는 한국인들의 심리 특징들에 대해 많이 언급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한국사회에서는 비주류였던 사람들이 대중의 수용으로 대세를 점하게 되면 급속하게 주류화 된다는 것이라 한다.

 

또한 한국인들은 새로운 것을 상당히 좋아하지만, 정말 새로운 것이 등장했을 때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고 지속적이지도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특정 이슈나 사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정확하게 밝히는데 매우 서툴다고도 말한다. 이 책은 또한 에필로그에서 한국인의 가치를 멋진 사람과 욕망 충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 사람인 나는 도대체 어떤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이렇게 저렇게 분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나일뿐인데, 외부적 규정이나 척도로 이리저리 구분지어질 수 있는 나는 정말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쉽게 나오지 않을 것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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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09: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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