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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 MIT 경제학자들이 밝혀낸 빈곤의 비밀
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지음, 이순희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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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경제학 분야 원로학자와 세계가 주목하는 신진 경제학자가 짝을 이루어 쓴 이 책은 경제학 분야 중에서도 외면 받고 있는 빈곤 경제학에 대한 그들의 연구 내용을 담고 있다. 원제목이 "Poor Economics"지만 한글 제목이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라고 붙어 있는 이유는 가난한 사람은 보통 가진 것이 적기 때문에 뭔가를 선택할 때 훨씬 신중하게 행동한다는 연구결과에서 착안한 것이다. 물론 가난한 사람들이 신중하게 행동하고 선택하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들의 선택이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 역시 밝히고 있다. 일단 이 책은 도입부에서 빈곤문제에 일반사람들이 대처하는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려 하나 이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하게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한다. 조그마한 것이라도 실천하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입장이다. 


이러한 빈곤에 대한 해결책들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고 언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콜롬비아 대학교 지구연구소 소장인 제프리 삭스로 대변되는 좌파들은 가난은 가난을 불러오기에 원조를 더 늘리고 가난한 사람이 자신에게 유익한 행동을 하도록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 윌리엄 이스털리로 대변되는 우파들은 빈곤의 조건이 영속적이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원조를 반대하며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고 원조는 정부의 부패를 유발할 뿐이라 주장한다. 이어서 이 책은 지속적인 빈곤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몇 가지 항목들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 결과들을 제시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들을 깨주고 있다. 먼저 빈곤의 덫이 불충분한 영양 섭취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저자들은 가격할인혜택 등을 받아 구매력이 증가해도 가난한 사람들의 열량 섭취량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런 경우 보통 가정 내 소득이 증가했다고 생각하고 열량 섭취를 늘이는 대신 보다 맛있는 식품섭취를 우선시 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즉, 가난한 사람들은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할 수 있는 여건이 되더라도 먹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다양한 영양소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 쉽지 않기에 가격이나 영양학적 측면이 아닌 맛을 기준으로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은 먹을거리보다 대체로 생활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물건을 마련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한다. TV, 위성수신 안테나, DVD 재생기, 휴대전화가 거의 필수이며, 그것들도 없으면 가족행사와 종교의식을 기분전환의 기회로 삼는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대다수 식량 안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단순 곡물 지급량 증대는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데 별 효과를 보지 못해 빈곤을 없애는 해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동기의 영양 결핍이 성인기의 경제적 성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아동과 임산부에게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엄청난 사회적 수익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영양 강화식품 지급, 구충제나 미량영양소가 함유된 식사 제공 등의 방법이 동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이 책에서는 보건영역에 대해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대개 비용이 적게 드는 예방보다는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에 돈을 쓰고 있는데, 이것은 사소한 손실을 나중으로 미루는 성향이 때문이라 한다. 이러한 성향은 모든 사람들에게 있는데, 부유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여러 사회적 유인책과 장치로 인해 비교적 손쉽게 자신들의 건강을 챙길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빈곤한 사람들도 가능한 쉽게 예방 의료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고, 의료 행위의 품질을 규제하는 보건 의료 정책을 주요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저자들은 교육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의 학교에 아이들이 모여들지 않는 이유는 접근성 문제나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 부족 혹은 자녀 교육에 부정적인 부모 태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녀 교육에 대한 입장이 어떻든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가정은 손해를 보게 해 교육 수요를 자극하는 정책인 멕시코의 프로그레사를 성공적 사례로 제시하면서, 저자들은 개발도상국의 교육 시스템의 비현실적인 목표 설정, 지나친 비관주의, 교사들에 대한 유인 제공 실패 등 여러 요인이 뒤섞여 가난한 아이들에게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 능력을 가르치는 일과 각 개인의 잠재력을 찾아내는 일에 실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서 논의의 초점은 인구문제로 넘어간다. 


가난한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는 문제는 단순히 피임도구의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가난한 사람들은 대체로 성생활 및 출산을 의식적으로 결정하고 그것을 통제할 방법을 찾는다고 한다. 또한 자녀들을 자신들의 미래를 대비하는 저축수단으로 생각하여 될 수 있는 한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녀수가 적은 가정의 자녀가 더 건강하게 더 좋은 교육을 받으며 자라는 것은 아니라면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인구 억제책은 자녀를 많이 둘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건강보험, 노령연금 같은 효율적인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거나 수익성 높은 노후 대비 금융상품을 개발하면 출산율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딸을 차별하는 의식도 사라지게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어서 이러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기존의 정책들과 제도들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이를테면 가난한 사람은 덜 가난한 사람에 비해 훨씬 위험한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설령 같은 강도의 불운이 닥쳐도 그 파장은 크지만 그에 대비하기 위해 주변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보험의 편익에 그들이 별 다른 관심이 없는 이유를 보험사와 피보험자간 신뢰성 문제에서 찾고 있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은 열정과 기지가 넘치기 때문에 적은 자원으로도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지만, 문제는 이들의 열정이 대부분 영세하고 주변의 수많은 사업과 차별화되지 않는 사업에 투입된다는 데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영세한 사업을 더 크게 키울 관리능력도 부족해서 큰 수익을 올려도 사업을 확장하려 하기보다 다른 일을 병행하는 쪽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전 세계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녀의 장래직업으로 바라는 것을 조사한 내용이었다.


조사 결과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자녀의 장래직업으로 공무원을 가장 선호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제적 안정에 대한 기대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석하면서, 안정적 직장은 생각 외로 커다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사람들의 인생관까지 바꾸고 미래를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역시 좋은 일자리가 희망을 준다는 진리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정치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는 국민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경제제도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고 경쟁을 약화시켜야 권력유지에 도입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정치제도의 목적은 정치인들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경제를 주무르는 것을 예방하는데 있다고 단언한다. 그런데 개발도상국은 식민지 시절에 식민지 지배자들이 모국에 유리한 자원 수탈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제도를 그대로 물려받아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가 쉽지 않지만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모국이기도 하며 빈곤상태에 처한 인구가 많기로 유명한 인도에 대한 흥미로운 실상들을 알 수 있었다. 이를테면 인구 억제를 위해 정부가 불임시술을 강제 할당한 적이 있는데, 이 부작용으로 인디라 간디가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것, 인도인이 고자의 성기를 보면 불행한 일이 생긴다고 믿는 점을 이용해 체납자들 집에 고자를 보내 빚을 안 갚으면 성기를 보여주겠다고 협박한다는 것, 동이 트기 전에 바닷가에 가서 젖은 모래를 가져다가 자동차 왕래가 늘어나기 전에 차도에 깔고, 차들이 모래 위를 지나가면서 내뿜는 열기에 모래를 말린 뒤 그것을 마른 모래를 이용해 그릇을 닦는 여성들에게 파는 것 등이 그렇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빈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고 다양한 생각들을 유도하는 좋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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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1 1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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