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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애플 Inside Apple - 비밀 제국 애플 내부를 파헤치다
애덤 라신스키 지음, 임정욱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지난해 애플의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가 죽자 컴퓨터나 IT에 대해 거의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우리 어머니께서도 그의 죽음에 아까운 사람이 일찍 죽었다고 애도를 표할 정도로 그의 죽음에 전 세계인들이 애도를 표했다.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 개인에 대한 여러 칭송들은 늘 들어왔던 것이지만, 사실 그가 운영한 애플이라는 회사 내부의 문화나 프로세스 등은 예술적인 제품들에 가려 거의 들어보지 못한 듯 싶다. 이 책은 애플과 사이가 좋다는 경제전문지 포춘의 선임기자가 올 해 쓴 따끈한 최신 정보가 가득 담겨 있는데, 바로 베일에 쌓여있는 애플이라는 회사의 독특한 문화와 조직 내부의 이야기들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무서우리만큼 디자인을 중시하는 문화,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절대 타협하지 않는 문화, 훌륭한 아이디어에 아니라고 외치는 문화가 애플 문화의 일반적인 모습이라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는 애플의 문화는 바로 비밀주의다. 이 책의 첫 장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 미공개 정보들로 재구성한 애플 조직도를 소개하고 있다. 사실 애플에는 공식적인 조직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연락처들이 적힌 정보 책이 있다고 한다. 이렇듯 애플은 철저하게 비밀주의를 고수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매우 한정된 책임과 권한만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또한 애플 내에서는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하는 대화는 금기시될 정도라 한다. 말하자면 애플에서는 모든 것이 비밀이라 할 정도라는 것이다. 사실 잡스는 회사의 내부 사정을 외부에 함부로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월트 디즈니에게 배웠다고 말한 바 있다는데, 일반 대중이 무대 뒤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자세히 알게 되면 월트디즈니가 제공하는 황홀한 느낌이 반감될 것이란 이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비밀주의에 따라 애플 내부 직원사이에도 정보가 의도적으로 분리된다고 한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남의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일에 더 집중하게 되는 문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또한 애플이 작은 회사처럼 민첩하게 움직인다는 이른바 스타트업이라는 용어를 자주 쓰고 있는데, 꼭 알아야할 것만 나눈다는 불문율로 인해 이 거대한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마치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듯한 환상을 가지게 되어 늘 스타트업처럼 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애플의 기업문화는 창업자이자 CEO이었던 잡스의 성격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실제 잡스는 자아도취적이고, 변덕스러우며,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사소한 것 하나까지 직접 꼼꼼히 챙기는 마이크로 매니저였으며 생산적인 자아도취형 관리자였다는 것이다.

 

이런 잡스의 성격 탓에 애플의 문화는 전반적으로 강박적인 문화가 되었다고 한다. 직원들에게는 항상 엄격하고 과도한 것을 요구하고, 공급자이든 컨설턴트이든 협력회사이든 파트너의 종류를 불문하고 애플과 일하는 사람들은 애플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세부적인 것까지 집착에 가깝게 챙기고 제품의 자잘한 기능 하나하나에 까지 집중하는 것은 경쟁자와 애플을 차별화하는 핵심요소로 여겨진다고 말한다. 사내 최고의 인력이 단 하나의 제품에만 집중하도록 만드는 집중력 역시 탁월한 기업문화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제품 디자인에서 단순함과 간결함을 요구하는 것 역시 그대로 애플의 기업문화에 녹아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애플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애플이 오직 일만 열심히 하는 직장으로 비춰진다고 언급하고 있다. 돈보다는 사명감으로 일한다는 말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또한 애플의 제품이 아니라 그 회사의 흥미롭고 다양한 면들을 살펴볼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전개되고 있다. 이를테면 애플 직원들은 잡스를 신성시하면서 늘 회의 시간에 스티브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고민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잡스 휘하에서는 단 한 명의 임원만이 손익계산서에 대한 책임을 진다면서, 애플의 모든 직급의 관리자들은 재무 분석이나 투자수익률 때문에 압력을 받은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특히 직원들은 돈이나 비용에 대해 논쟁을 벌인 기억이 전혀 없다면서 흥미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해서라면 자원을 무한대로 쓸 수 있었다고 회고하는 말들은 내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또한 애플에서는 통합이 전부라면서, 진짜 통합은 운영체제에서부터 사용자가 터치스크린 위에서 보고 사용하는 것까지 세부적인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어야 통합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조언도 있었다.

 

그 밖에도 시리에게 남자냐 여자냐 물어본 성별 감별 에피소드, 출근 첫날 딱 한번 공짜 점심이 제공되는 일, 산업디자이너들과 애플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일한 소규모 엔지니어 그룹이 가장 상층부이고, 나머지는 제품의 중요성에 따라 위상이 결정된다는 애플 내부의 카스트 제도, 톱 100이라는 극비모임, 과학과 예술이 조화된 애플 신제품 프로세스(ANPP), 엔지니어링 프로그램 매니저(EPM)를 마피아로 부르는 것 등도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애플의 차세대 리더인 팀 쿡을 비롯해 스콧 포스톨, 조너선 아이브 등 여러 임원진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특히 팀 쿡에 대해서는 천재적인 기억력 소유자로 사소한 것까지 잘 챙기며, 세부사항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전형적인 편집광적 관리자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잡스의 전매특허가 된 키노트 발표에 대해 무대 뒤의 애플 직원들은 거의 폐인이 될 정도로 그 행사를 준비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렇듯 잡스가 대중 앞에서 애플 제품의 홍보맨 역할을 하는 모습과 영향력 있는 비평가에 대한 특별대우는 잡스의 우상이었던 폴라로이드를 발명한 에드윈 랜드를 보고 따라한 것이라 한다. 그리고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윈도우 사용자들에게 자사의 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노출시키기 위해 시작한 애플 스토어 이야기, 인력 육성을 위해 뒤늦게 자체적인 MBA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애플 유니버시티 사례들도 소개되고 있다. 이 책 뒷부분에서는 잡스 사후에 애플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를 조망하고 있다. 우선 멋진 산업디자인을 위해 첨단기술을 희생하거나 자산운용에 관심이 없던 자세에서 벗어날 것이며, 더 친절하고 부드러운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라 저자는 내다보고 있다. 당분간은 잡스의 문화가 그대로 계승되겠지만 기업도 생명체라 끊임없이 변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애플은 더 이상 비상식적일 정도로 훌륭한 회사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다. 물론 훌륭한 제품들을 만들어내는 기업으로 유지될 수 있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특히 애플이 아쉬워하게 될 부분은 잡스의 잘 알려지지 않은 특징이었던 인맥관리자와 정보수집가의 역할이라고 한다. 사실 비즈니스와 기술 트렌드에 대한 잡스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통찰력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고 말하면서, 잡스는 시장 정보를 얻기 위해 누구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사용자가 아닌 내가 지난달 뉴욕 맨해튼의 5번가에 있는 애플 스토어에 방문해서 받았던 심경을 또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 애플 스토어는 성지에 가까웠다. 우리가 기억하는 잡스와 애플은 그 안에서 일하는 이들의 사명감을 통해 지속적으로 혁신되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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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1 09: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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