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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 Niche - 왜 사람들은 더 이상 주류를 좋아하지 않는가
제임스 하킨 지음, 고동홍 옮김 / 더숲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한글 제목인 "니치"는 "niche market"으로 "mainstream"에 대비되는 말이다. 이 책의 원제목 부제가 "Why the Market No Longer Favours the Mainstream"이기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틈새시장은 더 이상 틈새 대접을 받는 시장이 아니라는 주장이 담겨있는 셈이다. 그 이유로 이 책에서 들고 있는 또 하나의 핵심어는 "missing middle"이다. 중산층, 또는 중간 계층이 소멸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매우 단순하지만 수많은 사회 트렌드와 현상들이 매우 정신없이 상세하게 나열되어 있어서 저자의 내공이 엿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사회 트렌드와 문화에 대한 논평가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고 하는데, 유럽 태생으로 영국에서 공부했지만 미국에서도 관련 직종에 종사한 경험 때문인지 이 책에서 줄곧 이야기하고 있는 풍부한 예제들은 모두 미국 아니면 영국에 대한 것들이다.

 

이 책은 머리말부터 사라진 중간 계층과 그에 따른 의류업체 갭(GAP)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갭(GAP)과 비슷한 사례로 울워스, GM,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모토는 바로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란 말이다. 20세기 중반에는 거대 기업들이 고삐를 쥐고 중간 토대를 마련한 주류 문화를 지배해왔으나, 사라진 중간 계층으로 인해 주류 문화는 허물어졌고 거대 기업들 역시 허물어지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이와 대조적으로 애플, 스타벅스, 몰스킨, HBO, 선댄스 영화제, 아방가르드, 크로스오버, 언더그라운드의 부흥을 반대편 사례로 들고 있다. 그들은 중간계층이 사라진 시장에서 제품에 대한 독특한 특성에 집중하고 열광적인 청중들을 꾀어내는 일을 하여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중간 계층의 성장, 그에 따르는 각 영역별 기업들과 문화의 흥망성쇠 과정을 매우 정밀하게 추적 조사하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 역시 트렌드 헌터로서, 사회 과학자로서 많은 활동을 했기 때문에 그러한 상세한 이야기들을 전개해나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영화, 출판,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거대기업들이 대중에 대한 정의와 분석을 위해 사회과학자들을 고용하고, 갤럽 등 새로운 형태의 사회조사 기관들이 나타난 배경들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고, 1960년대 후반 거대 기업들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나 대중의 요구에 대한 거대기업들의 정의를 떨쳐내고자 젊은 세대들이 전력을 다해 시위를 벌인 사회적 격변이 일어난 이후 어떤 종류의 여론 조사 요원도 고객 충성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예측하기 힘들어진 현상이 계속 되어온 것도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특히 배지 엔지니어링, 밸류 엔지니어링 등 제품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해 제품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는 행위들을 거대 기업들이 행하면서 품질에 대한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고, 결국 그 때문에 제품들을 서로를 구분하기가 힘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경쟁사와의 차별을 제공해주지도 못했다는 점이 결국 오늘날 그들을 휘청거리게 만든 이유라는 설명에 납득이 갔다. 또한 대중의 취향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고, 동시에 더욱 폭넓은 종류의 것들을 소화하고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됨에 따라 인구통계학적인 특질이 아닌 자신들이 제공해야 하는 독특한 뭔가에 제품의 근본을 둔 업체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데이터 수집 분석가들의 업무나 마이크로 마케팅, 사커맘, 우스터 우먼, 몬데오 맨 등 정치계에서도 인구 특징에 따라 유권자들을 분류하는 행태들을 꼬집는다.

 

이 책은 신문 업계에서 강박적일 만큼 세부 내용에 집착하는 "폴리티코"의 사례를 이야기하면서, "정치 오타쿠"라는 말을 썼는데, 바로 그 오타쿠 문화가 현재 주류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제약 업계에서 절박하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소수의 집단을 대상으로 개발 및 판매하는 약이 엄청난 돈을 벌어다 준다는 의미로 "니치버스터"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오늘날 주류를 대체하여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주는 니치버스터가 진정한 블록버스터라는 말이다. 이 책은 이제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끝을 맺는다. 바로 나만의 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모든 이의 마음에 들려고 하면 아무한데도 사랑받지 못하는 법이라면서 사라진 중간계층은 거대한 대중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즉, 누구나 니치버스터를 만들면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말이다. 오늘날 비즈니스 업계에 큰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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