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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정치경제학 - 하버드 케네디스쿨 및 경제학과 수업 지상중계
천진 지음, 이재훈 옮김 / 에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하버드대에서 아시아 연구과정으로 석사를 마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기자 생활도 하고 있는 중국인 저자가 하버드 케네디스쿨 및 경제학과에서 개설된 관련 수업내용들과 공개강연 내용 등을 이 책에 수록하였다. 원래 2010년에 전작인 "하버드 경제학"을 출간한 것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이 책은 그 책을 좀 더 보완하고 증보한 것인 듯싶다. 이 책에 서문에서 저자는 대학에 개설된 강의들을 소개하면서도 문구 해석에 매달리지 않고 복잡한 수학공식도 서술하지 않았다며, 문체와 시각은 모두 기자로서의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고 자평한다. 물론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대학의 경제학 강의를 지상 중계하면서도 교수의 말을 글자 그대로 전하기보다는 객관화시켜 전달하고자 애쓴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내용이 대학 강의라기보다는 기자가 전달해주는 경제학 심층 보고서 정도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첫 장부터 고급 거시경제학이라고 소개된 개방경제학 내용을 접하니까 전공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무척 어려웠다. 구축효과(Crowding act effect), 루카스 공급함수(Lucas supply relationship), 필립스 곡선(Philips curve), 동태적 비일관성(Time inconsistency) 같은 용어들을 이해할 수준이 되어야 그 내용을 알 수 있을 듯싶다. 그 외에 이 책에서는 미국의 의료 체계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 경제학의 역사, 문화 경제학, 에너지 정책이나 금융위기 같은 미국 사회의 화두 같은 것들을 강의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유명 경제학자들의 다양한 견해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특히 경제 관련 새로운 지식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어, 세계 경제에서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삼각형이라는 것이 있는데, 경제의 세계화, 정치의 민주화, 주권 국가, 이렇게 세 개의 항목들은 동시에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이라 한다.
또한 이른바 "네덜란드 병"이라고 일컫는 것이 있는데, 대규모 천연가스 유전이 네덜란드에서 발견되어 정부가 대규모 민관 협력 개발 방식으로 개발했으나 전통 제조업이 쇠퇴하기 시작하더니 더 이상 재기 못했던 현상에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이것은 좋은 현상 때문에 가격 신호 체계가 단기적으로 과잉 반응하여 경제시스템 전체에서 노동력과 재화의 재배분이 잘못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한다. 그리고 한 국가의 금융시스템이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존재하는데, 민간은행의 대출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퍼센트보다 클 때 해당 국가의 금융 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한 것으로 본다고 한다. 여기에 대입해보면 한국은 대략 70퍼센트 수준으로 금융 산업이 매우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자본시장의 개방과 경제성장은 서로 필연적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또한 민간보험 시장에서는 격한 경쟁의 결과로 보험료가 가장 싸고 보장 항목이 가장 적으며 건강한 사람에게만 유용한 보험 상품만 남는다고 한다. 그러면 보험이 가장 필요한 환자들은 기댈 곳이 없게 된다는 역선택의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세계화를 위해 국익을 희생하는 국가는 있을 수 없으며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며, 세계화는 역사적 우연이라 주장하는 경제학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이 책은 하버드 대학의 교정 분위기나 수업 분위기 역시 짬짬이 전달해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저명한 학자들의 강의를 접할 수 있었지만 요약 정리되어 전달되고 있기 때문에 생생한 느낌은 그다지 없었다. 단지 지금의 경제학 교수들이 어떤 강의들을 하고 있고, 어떤 내용들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재미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