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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배반 -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이다
존 캐서디 지음, 이경남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공대 출신인 관계로 경제학에 대해 제대로 배워보지 못하고 대학을 졸업한 게 못내 아쉬웠는데, 이런 책을 접할 수 있어서 그나마 마음에 위안이 된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들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 책을 통해 경제학 사조를 제대로 공부했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이 책의 저자는 1980년대에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줄곧 기자생활을 해왔다고 하는데, 마치 유명한 경제학자가 이 책을 쓴 것처럼 느껴졌다. 이 책을 쓴 의도를 저자는 자유 시장이라는 이데올로기의 흥망을 추적하기 위해서라고 언급하고 있다. 최근에 전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것이 전개된 지적,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저자의 생각이라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경제 사상사와 함께 금융위기의 설화와 해결책을 하나로 묶어보려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첫 시작은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인한 금융위기의 전말에 대한 책임을 묻는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두한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 뒤를 이어 18세기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가 자유 시장 경제학의 근간을 만들어낸 애덤 스미스의 이론부터 하나씩 들여다보고 있다.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경제학 교과서 바로 그것이다. 경제학 관련 서적들에서 다루었던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이 책에도 담겨져 있다. 화폐수량설, 일반균형이론, 랜덤워크, 효율적 시장가설, 기대효용 가설과 같은 경제이론들부터 미국 부동산 시장의 역사, 서브프라임 사태 전말까지 모두 거론되고 있다. 게다가 이 책에서는 경제학계에서 활약한 수많은 천재들의 면면을 만날 수 있다. 정말 그렇게 많은 이들이 천재같은 비상한 머리를 사용해 경제학을 만들어 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사실 이 책은 경제의 기본 이론들을 통해 자유 시장 경제학의 근간이 되는 이기심과 합리적 추구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그냥 그뿐이다. 이 책의 뒤편에 해제를 쓴 우석훈 씨도 그런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은 딱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이야기가 끝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 시장 경제의 문제들을 지적했으면 해결책이나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진짜 이 책은 글래스고에서 시작하여 런던과 로잔과 빈과 시카고, 뉴욕, 워싱턴DC를 관통하는 지적 오디세이를 감행했다는 느낌만 들었다. 경제학이란 그 수많은 스타들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지만 다면적이고 중층적이라 이렇다 할 결론을 쉽게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점이 오히려 부각된 셈이다. 어쨌든 이 책은 경제학에 흥미를 가진 모든 이들이 경제학적 교양을 쌓기에 아주 좋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