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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퍼즐 - 비즈니스 스쿨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제이 B. 바니 & 트리시 고먼 클리포드 지음, 홍지수 옮김 / 부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매우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이제 막 MBA 학위를 받고 그 업계에서 잘 나가는 컨설팅 회사에 취직한 한 청년이 세계적인 화학 관련 기업으로 소개된 HGS의 전략적 결정에 관여하면서 실수도 하고 배우기도 하는 과정을 소설로 만든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What I didn’t learn in business school"로 경영대학원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 또는 놓친 것들에 대해 실전경험을 통해 배워나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예전에 전략컨설팅 경험을 가진 경영대학원 교수와 국제관계 및 공공정책학 교수이며, 게다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니 믿을만하지 않은가! 어쨌든 이 책의 이야기들은 구체적이다. 특히 우리의 주인공은 텍사스 오스틴 대학 수학과를 졸업하고, 컴퓨터 회사의 시스템 디자이너로 3년 정도 일하다 MBA에 도전한 엔지니어라는 점도 흥미롭다.

 

 

주인공이 컨설팅 회사에 취직해 처음 맡은 일은 화학회사 HGS가 개발하여 특허출원한 새로운 화학기술 "플라스티웨어"의 사업화 방향을 평가하는 임무였다. 문제는 자신이 경영대학원에서 배운 단순한 지식들을 현장에 바로 적용하려 하면서부터 일어났다. 주인공은 바로 문제점을 파고들어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지만, 경험 많은 컨설턴트들은 HGS 내부에서 중요한 이해당사자들이 누군지 알아내고, 자신들이 제시한 권고안을 실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이고, 또 그 권고안 실행을 저지할 힘이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 제시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분석능력과 변화관리기술을 십분 활용해서 자신들이 제시할 권고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을 지지자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선언한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하라는 게 핵심 포인트인 것이다.

 

 

또한 경영대학원에서 배웠던 다양한 분석기법들이 현장에서 잘 안 먹히는 사례들을 이야기 속에서 제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사업의 경제성을 분석하는데 잘 사용하는 순현재가치 분석법은 혁신적인 기술에 투자할 때는 거의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혁신적인 사업은 현금흐름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매우 어렵기에 적정할인율 계산이 불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주 정교한 분석 자료들이 개인적인 편견이나 기업 내부 정치에 의해 쉽게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역시 신규 사업 진출에 대한 순현재가치 분석이 각 사업부마다 또는 이해당사자마다 달라 모두 6가지의 다른 결론들을 도출하고 있다. 또한 진입장벽, 공급자, 경쟁자, 구매자, 대체재에 대한 위협과 기회를 분석하게 되는 Five Forces Model에 의거한 산업구조 분석의 한계점 역시 제시하고 있다.

 

 

보통 특정산업의 투자매력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 산업구조분석을 사용하긴 하지만 전략적 선택을 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이런 분석을 하면 대부분 산업에 진출하지 말라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도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전략적 선택을 하여 성공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 한다. 또한 현실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테면 한 기업 내 서로 다른 사업부문들이 협력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각 부문이 세 가지 정도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자기부문에 이득이 될지, 비용이 절감되거나 수익이 증가할지, 그리고 비용과 품질 면에서 볼 때 협력하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이러한 이점을 실현할 수 있을지, 마지막으로 외부 공급자와 협력해서 이러한 이점을 실현할 수 있을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많은 이해관계 때문에 사내 다른 사업부문들과 협력하기 보다는 외부 공급자와 협력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것은 대기업에 근무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그 밖에도 이 책에서 다양한 전략적 분석을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를테면 특정 전략이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해줄 수 있는지 평가하는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VRIO(가치, 희소성, 모방, 조직)도 실전에 바로 써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특정 전략을 추진할 경우, 그 전략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보다 기업의 수익(혹은 비용)을 증가(혹은 감소)시키는가, 특정기업이 전략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희소성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가, 다른 기업들이 이 전략을 모방하려면 얼마나 걸리는가, 기업이 전략을 실행하는데 효율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는가를 따져보는 것이다.

 

 

가치 있고 희소성 있고 모방하기 어려운 전략이 바로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제공하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특정기업이 다른 기업의 전략을 모방하기 힘든 이유로 공동협력을 기반으로 한 기술, 모방에 가해지는 법적 제재, 평판, 브랜드 인지도, 전환비용, 조사비용, 응용 경험 등을 들고 있다. 사실 이 책의 뒤편에는 회사에서 외부에 컨설팅을 왜 의뢰하는지 그 뜻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이 책 속의 주인공은 의사결정 과정과 사내정치를 의사결정의 내용과 논리로부터 분리하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창출 역할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최고경영자는 이미 어느 정도 전략적 결정을 내린 상태에서 컨설턴트들을 부르며, 이들은 무엇인가를 추진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즉, 경영진을 설득할만한 근거를 마련하며,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지지와 열정을 불러일으킬 기반 마련하는 것이 컨설턴트들의 임무라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사건은 전략 컨설턴트들의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즉, 컨설팅 하러 외부에서 들어온 컨설턴트가 결국 컨설팅을 해준 그 회사로 영입되는 사례 말이다. 그것은 결국 전략만 세우고 빠지지 말고 실행까지 책임지라는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전략 컨설팅에 대한 유익한 실전 정보들을 많이 제공해주고 있다. 특히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각 장 끝에 전략퍼즐 맞추기를 통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질문들이 나열되고 있어서 학습효과도 좋을 것 같다. 책의 크기 면에서도 손에 잘 잡힐 정도로 적당한 크기와 두께라서 읽는 이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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