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을 통해 바라본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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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없다 - 당신이 속고 있는 가격의 비밀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최정규.하승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9월

책 겉표지에 행동경제학의 대가인 대니얼 카너먼과 리처드 세일러가 격찬한 책이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사실 이 책은 가격과 관련된 정통 경제서적이라기 보다는 심리학과 연관된 행동경제학에 관한 책이라 볼 수 있겠다. 특히 1800년대 정신물리학이라는 감각적 인지과정에 대한 연구에 대한 소개부터 시작하여 이스라엘계 미국인 심리학자인 트버스키와 카너먼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전개되고 있다. 그들의 행동주의적 의사결정 이론부터 시작해 앵커링과 조정, 부메랑 효과, 휴리스틱과 바이어스, 프라이밍, 프로스펙트 이론 등 그들의 연구 업적들이 총망라되어 소개되고 있으며, 그들의 외모, 성격에서부터 연구배경, 연구태도까지 소소한 내용들이 나열되어 있다. 행동경제학에 대한 많은 책들을 읽어보았지만 이처럼 트버스키와 카너먼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이번 책이 처음이었다.

또한 UN실험, 최후통첩 게임 등 이 분야에서 유명한 각종 실험들도 다 언급되고 있으며, 따라서 리처드 세일러, 댄 애리얼리, 리처드 제크하우저, 아비게일 바, 버논 스미스 등 이 분야의 심리학자들이나 경제학자들이 대부분 다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의 절반 가까이는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으며, 나머지 절반은 이를 이용한 가격 책정 정책들이 제시되어 있는데, 이를테면 포인트 적립카드의 활용, 명품 매장의 마케팅 방법, 세트 메뉴의 허구성, 복잡한 요금제, 인플레이션을 이용한 가격 인상에서 성별이나 호르몬 수치에 따른 가격정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가격은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지만 우리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의 집합을 만들어내어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가격 컨설팅이 행동경제학의 많은 내용들을 참조해 점점 더 우리의 마음과 행동 속에 파고들고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많은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술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구성이 잘 되어 있다. 첫 장부터 뜨거운 맥도널드 커피를 쏟아 화상을 입은 할머니에게 엄청난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말 맥도널드 커피는 다른 곳에 비해 뜨겁다는 것을 경험상으로 알기에 순간 공감이 갔다. 사실 이 사례는 배심원들에게 배상액보다는 범주척도로 관련 사건의 처벌 수위를 매기는 게 더 공정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정말 글을 잘 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는데, 저자의 소개가 책 맨 뒤편에 나와서 책을 다 읽은 뒤에야 그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저자가 MIT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저명한 논픽션 작가라고 하니 글을 잘 썼다는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행동경제학에서 표방하는 것과 같다. 합리적 인간이 되도록 자신의 심리적 편향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