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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을 걷는다 - 과거와 현재를 잇는 서울역사산책
유영호 지음 / 창해 / 2018년 6월
평점 :
서울에서 태어나서 자랐지만 서촌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책 제목이기도 한 서촌이 어디를 말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저자는 서울토박이인 제가 몰랐던 것이 아니라 사실 서촌이라는 명칭이 명확히 정립되고 공유되지 않은 것이라 말합니다.
남촌 북촌은 청계천을 가운데로 남쪽 북쪽을 의미하는데 비해서 말이죠. 저자는 사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서촌은 경복궁 서쪽의 옥인동 일대로 엄밀히 말해 북촌의 일부라고 합니다. 2000년 대 들어 종로구 가회동 일대가 요즘 유명한 북촌한옥마을로 명명되면서 그보다 서쪽인 옥인동 일대를 북촌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어색해져서 경북궁의 서쪽이라는 의미로 서촌이라고 명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44개의 소챕터로 세분화 되어 있습니다. 1장의 광화문일대로부터 5장의 효자동 일대까지 배치되어 있는 각 장의 제일 앞에는 역사적인 지역을 중심으로 표시된 지도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 지도를 따라서 그 일대를 걷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내용이라 하겠습니다. 저자는 한 마을의 역사는 물을 따라 형성되는 법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답사 기준으로 비록 모두 복개되어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여전히 발길 아래로 흐르는 물길을 기준으로 답사코스를 잡았습니다.
저자는 우선 물길의 시작인 청계천 상류, 즉 ‘백운동천’을 따라 걸으며 주변에 남겨진 지난날의 흔적을 찾고 역사적인 기원을 설명해 나갑니다. 백운동천은 청계광장의 소라탑에서 북쪽으로 창의문 옆 북악산 기슭의 청계천 발원지까지의 물길을 말합니다. 거기에는 옥류동천, 사직동천 등 여러 지류가 존재하는데 특히 옥류동천 인근은 서촌 관광의 핵심으로 개발되어 볼거리가 많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 광화문 일대의 핵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사옥이 위치한 땅이 원래 1952년 3월 발표된 도시계획에서 세종대로 사거리는 서울의 21개 계획광장 중의 하나였고 반지름 150미터의 원형 계획광장 부지로 예정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계획이 축소되며 조선일보 사옥은 제외되었고 동아일보는 정부의 도시계획을 완전히 무시해서 국회 앞 1급지를 주고 사옥을 이전하기로 했는데 땅만 받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더 황당한 것은 1971년 지하철 1호선 설계 당시 동아일보사 건물의 일부를 철거해야 전동차가 시청역과 종각역 사이에 정상적으로 운행될 수 있었지만 동아일보의 반대로 철로가 90도 가까운 직각 형태로 꺾이게 되어 운행속도가 급감하고 많은 양의 윤활유가 사용되는 비용을 치루고 있다고 합니다. 조선일보 사옥도 도로를 차지하며 돌출되어 있어서 그로인한 교통혼잡비용이 엄청나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두환 박정희 찬양기사를 실는 등 군사정권 등에 빌붙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언론권력들이 정작 시민들의 불편이나 세금낭비에 일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제가 나고 자랐던 서울의 그리고 '북촌의 서쪽'인 서촌에 대한 책이라 정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솔직히 이번 책처럼 서울 특정지역만 철저히 분석하고 답사하는 책은 잘 보지 못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니 오랫동안 살았고 정들었던 곳인데 막상 이곳의 역사를 잘 모르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 책을 읽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제 고향인 이 지역들을 이 책을 가이드 삼아 직접 답사도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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