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탕 선녀님]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장수탕 선녀님 ㅣ 그림책이 참 좋아 7
백희나 지음 / 책읽는곰 / 2012년 8월
구판절판
<구름빵><삐약이 엄마><어제저녁><달 샤베트>로 백희나 작가는 내게 꼭 기억해야만 하는 작가가 되었다. 그녀는 작품마다 늘 새로운 도전과 이야기를 보여주었는데, 이번에도 기존 작품과 차별화되는 삽화와 이야기로 찾아왔다.
제일 먼저 괴기스러운 표지가 눈길을 끈다. 선녀님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늙은 듯한 주인공의 표정이 참으로 익살스럽다.
우리 동네에는........
으로 시작되는 첫 페이지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옛 추억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지금은 큰 찜질방들이 생겨나면서, 작은 동네 목욕탕들의 입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내가 어릴 때만해도 동네에는 목욕탕들이 참 많았다. 엄마와 목욕탕을 가는 일은 좋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참 싫었다. 뜨겁고 답답한 욕조에 한참이나 들어가 앉아 있어야 하는데다, 힘껏 때를 밀어주는 엄마의 매운 손맛도 싫었고, 넓디넓은 엄마의 등을 밀어야 하는 노동(?)도 내게는 너무 힘겨웠다. 그래도 목욕이 끝나고 나면 병에 든 시원한 오란씨를 먹는 일은 이 모든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만한 행복이었다. 목욕을 끝내고 마시는 시원한 음료 한병은 정말 꿀맛이었다.
갑자기 두 녀석을 데리고 동네 어딘가에 있을 작은 목욕탕에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겨우 한 페이지를 읽었을 뿐인데, 나는 순식간에 25~30년 전을 다녀왔다. 이것이 바로 백희나 작가의 힘인가? ^^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나의 어린시절이 고스란히 책 속에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덕지를 보면서 나를 보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너무도 정감이 간다.
덕지네 엄마는 오늘도 덕지 손을 잡고 큰길가에 새로 생긴 스파랜드가 아닌 아주아주 오래된 목욕탕인 장수탕으로 왔다.
불가마, 얼음방, 게임방도 없는 장수탕이지만 그래도 한가지, 울지 않고 때를 밀면 엄마가 요구르크를 사 줄 거라는 기대감이 덕지를 행복하게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냉탕~!!
엄마는 감기 걸린다고 잔소리를 하지만, 냉탕에서 발 딛고 개헤엄을 치면서 국가 대표가 된 듯 상상을 하는 것은 정말 신난다.
그런데 오늘은, 냉탕에서 이상한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산 속에 사는 선녀인데, 날개옷을 잃어버려 여태 장수탕에서 지내고 있다고 하신다.
할머니는 냉탕에서 너는 법을 정말 많이 알고 계셨고, 덕지는 할머니와 함께 폭포수 아래서 버티기, 바가지 타고 물장구치기, 탕 속에서 숨 참기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신나게 놀았다.
"그런데 얘야, 저게 도대체 뭐냐? 아주 맛나게들 먹더구나."
"요구르트요."
덕지는 뜨거운 탕에 들어가 숨이 막히는 걸을 꿈 참으며 때를 불렸고, 엄마가 때를 밀 때도 아픈 걸 꾹꾹 참아 요구르트를 얻어 할머니를 드렸다. 목은 말랐지만 참을 만 했다. 그만큼 할머니와 노는 일이 즐거웠고 다음에 또 만나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냉탕에서 너무 신나게 놀았나보다. 엄마 말대로 감기에 걸리고 만 것이다. 너무 아픈 그 때, 장수탕 선녀 할머니가 나타나 요구룽 고맙다고 인사를 하시며 이마를 짚어주시니 거짓말처럼 감기가 싹 낫는게 아닌가.
<<장수탕 선녀님>>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마구마구 샘솟게 하는 작품이다. 엄마와 목욕탕을 가면 정말 심심했다. 엄마는 열심히 때를 밀었고, 나는 옆에서 혼자 놀면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엄마가 때를 밀어주기를 기다려야했다. 덕지 역시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냉탕에서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었다. 그 상상은 엄마가 아프게 때를 미는 것도 참을 수 있었다. 다음에 목욕탕을 가는 일도 그다지 어렵지 않으리라.
이 그림책은 나에게 더 정감가고 끌리는 작품이다. 덕지와 같았던 나의 어린시절을 되짚어보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므로.
목욕탕보다는 찜찔방과 스파에 더 친숙한 우리 집 아이들은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지의 즐거운 상상의 세계는 아이들을 즐겁게 한다.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까지 아우르며 공감과 즐거움을 선물하는 것이 바로 백희나 작가의 힘이다.
괴기스러우면서도 익살스러운 삽화와 '선녀와 나무꾼'의 선녀를 이렇게 탄생시켰다는 것부터가 너무도 기발한 작품이다.
백희나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탄생시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사진출처: '목욕탕 선녀님'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