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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처럼 살아 봤어요 ㅣ 사계절 중학년문고 25
조은 지음, 장경혜 그림 / 사계절 / 2012년 7월
평점 :
어린시절과 지금의 생활을 비교해보면 정말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어쩌면 하루하루가 달라지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세계 곳곳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집이 아닌 밖에서 전화통화하는 것도 모자라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수 있는 영상통화는 기본이요, 이제 걸으면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정말 굉장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면서 편리함에 익숙해져 살다보면, 어느 날 문득 잊혀져 간 오랜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할 때가 있다.
이제는 아날로그 시절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즐거움, 행복 등이 아련하기만 하다. 돌이켜보면 편리함을 즐기는 사이에 참 많은 것을 잃은 듯 하다. 뚜렷했던 사계절의 변화도,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우렁찬 목소리도, 가족간의 대화와 이웃간의 정도 사라지고 말았다. 문명의 편리함이 준 이기는 너무도 가혹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편리함을 아주 조금도 놓치 못하고 있으니, 어쩌면 사라진 모든 것들은 문명의 이기가 아닌 사람들의 이기심과 욕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다.
<<옛날처럼 살아봤어요>>는 문명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우리의 이기심으로 잊혀져 간 것들을 되찾아보려는 지열매네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12/09/06/24/jin9802_8323171097.jpg)
지열매네 가족은 초등학교 선생님인 엄마와 일류 대학을 나왔지만 집에서 놀 때가 더 많은 아빠 그리고 작가가 꿈인 열매 세 식구다. 열매는 아빠와 텔레비전 앞에서 채널 싸움을 하곤 하는데, 아빠는 텔레비전 홈쇼핑 열성 팬이고, 열매는 쉬지 않고 채널을 돌리며 보곤 한다. 아빠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반면, 열매는 텔레비전을 안 보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열매는 온갖 이야기가 넘치는 텔레비전을 통해서 많은 지식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방학이 시작되면서 큰 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우연히 미미네 집에서 몇 번 재방송을 보게 된 드라마를 안 보고는 견딜 수 없었던 탓에 밤에 몰래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열매는 아예 자신의 방으로 텔레비전을 옮겨 놓고 새벽 세 시가 넘도록 보게 되고, 결국 엄마에게 들켜버린 것이다.
"이 놈의 지긋지긋한 텔레비전 소리!"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지만...옛날처럼 살아야겠다." (본문 49,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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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엄마는 두꺼비집을 내려 버렸고, 시원하게 돌아가던 에어컨도, 냉장고 소리까지 멎게 되면서 암흑과 고요 속에 잠기게 된 것이다. 이제 열매네는 반장님 댁에서 물을 길어다가 먹어야 했으며, 빨래는 각자 가지고 가서 그 집 마당에서 해야 했고, 휴대 전화도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아빠와 열매의 반란이 있었지만 엄마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아빠와 열매는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알아가게 된다.
물도 길어다 먹어야 했고, 반장 아주머니 집까지 가서 볼일도 봐야 했기 때문에 처음엔 시간이 모자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텔레비전도 보지 않고 게임도 하지 않고 인터넷도 하지 않으니까 시간이 정말 넘쳐 났어요. 그래서 나는 집에 있는 책을 몽땅 읽어 치웠답니다. 포기하려고 했던 방학 숙제도 며칠 만에 다 해 버렸어요. 물론 일기만은 되도록 그날그날 썼어요. (본문 130,131p)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1/2012/09/06/24/jin9802_5003036892.jpg)
폭염이 계속 되던 올 여름에 우리 집에는 방마다 선풍기가 돌아가고, 연신 냉장고 속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보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며 문명의 발달에 비롯된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이상기온을 문명의 발달로 이겨내려고 했다. 전기와 수도가 없다면 분명 힘들고 괴로운 날이 될 것이며, 하루를 제대로 보내기 힘들 것이다. 열매네 가족처럼 옛날처럼 살아가기는 정말 어렵겠지만, 가끔은 문명의 편리함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월 31일은 지구촌 불끄기 운동의 날이다. 각 가정과 기업이 지구를 위한 한 시간동안 전등을 끄는 운동인데, 이 시간동안 지구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명의 발달이 주는 편리함을 통해서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은 시간이 될 거 같다. 인터넷, 휴대전화, 텔레비전을 잠시 꺼두는 것만으로도 가족은 좀더 가까워지질 수 있으며,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나는 분명히 알고 있었어요. 그 기분은 방학 내내 텔레비전을 보며 지냈다면 절대 느낄 수 없는 뿌듯한 성취감이라는 사실을요! (본문 160p)
<<옛날처럼 살아봤어요>>를 읽으면서 문명의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참 많은 것을 잃고 있었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아본다.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잃지 않아도 될 많은 것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다. 게임 중독, 텔레비전에 빠진 아이들을 향한 부모의 잔소리는 부모 역시 같이 뭔가를 해 볼 생각을 못했다는 뜻과도 같다. 비록 열매네 가족처럼 할 수는 없겠지만, 작은 불편함에 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가끔 캔들나이트를 즐기면서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봐야겠다. 사라져가는 많은 것들에 대한 추억마저 잃어버리지 않도록.
(사진출처: '옛날처럼 살아 봤어요'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