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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약이 엄마
백희나 글.그림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11년 12월
구판절판


신간이 출간되면 관심을 갖게 되는 작가가 몇 있는데, 그 중의 한 명이 바로 <<삐약이 엄마>>의 작가 백희나이다. 몇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구름빵>으로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뒤이어 출간된 <달 샤베트><어제 저녁> 역시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삐약이 엄마>>를 읽다보니, 스테디셀러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동화책 <마당을 나온 암탉>이 떠오른다. 오리를 키우는 암탉 잎싹의 가슴 뭉클한 모성애와 가족의 의미를 일깨워주었던 이 동화는 애니메이션으로 영화화되면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삐약이 엄마>>는 유아/어린이를 대상으로 그 눈높이에 맞추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제 입양은 우리에게 꽤 가까이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현 우리사회는 다양한 구성원을 가진 가족의 형태가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다문화가족을 비롯해 이혼의 급증으로 인해 편부모가족의 형태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인식의 수준이 높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우리 뿌리 깊숙이 남아있는 그들을 향한 곱지않은 시선으로 그들을 바로보곤 한다. 우리는 무언가 큰 착각을 하고 있다. 혈연으로 이어져있고, 아빠 엄마 그리고 자녀라는 우리가 생각하는 극히 정상적인 가족 구성원을 갖추고 있다면 '가족'이라고 붙힐 수 있다는 착각. 그러나 가족은 이런 정상적인 구성원을 가지고 있더라도 '사랑'이 없다면 더이상 가족이라 할 수 없다. 혈연이 아닐지라도, 인종이 다른 다문화 가족이라 하더라도, 편부모 가족이라 하더라도 가족은 '사랑'으로 연결되어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삐약이 엄마>>는 바로 '가족'이 가지고 있는 진짜 이름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야기하고 있었다.

'니양이'는 뚱뚱하고 먹을 것을 욕심내는 성격에, 작고 약한 동물들을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는 악명 높은 고양이다. 특히 갓 낳은 따스한 달걀은 니양이가 좋아하는 간식이다. 달걀로 저글링을 하고, 한 쪽눈을 게슴치레 뜬 니양이의 포스는 실로 대단하다.

어느 봄날 아침, 니양이는 암탈들은 모두 자리를 비우고 없는 닭장에서 탐스럽고 예쁜 달걀을 발견하게 된다.
윽~ 예쁜 달걀을 한 입에 날름 꿀꺽~하다니...볼이 미여질 듯한 니양이의 얼굴을 보라. 정말 심술궂고 못됐다.

그런데,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가뜩이나 뚱뚱한 니양이의 배가 점점 부풀어 올랐다. 도대체 니양이의 뱃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배가 아픈 니양이는 똥이 마려워 화장실로 달려갔지만, 니양이의 뱃속에서 나온 것은 똥이 아니라, 작고 노랗고 귀여운 병아리였다.

"내가 병아리를 낳았어!!!"

니양이는 너무 놀라 뒷걸음질 쳤지만, 갓 태어난 병아리는 니양이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니양이는 가슴이 뭉클해졌고, 병아리에게 '삐약이'라 부르며 니양이를 보호했다. 그러자 악명 높은 '니양이'라는 이름 대신 '삐약이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심술궂은 고양이와 연약하디 연약한 병아리가 가족을 이룬 모습이 너무도 이상하게 보일게다. 더군다나 달걀을 좋아하던 고양이가 아닌가! 그러나 이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모든 것을 덮을 수 있었고, 당당하게 '가족'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가족'이란, 이렇게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해도 '사랑'이라는 끈으로 충분히 이름붙혀질 수 있다. 악명 높은 니양이를 '삐약이 엄마'로 불러주는 닭들을 보면서, 우리도 그들과 같은 모습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반성해본다.
짧은 글이지만, 그 속에 담겨진 의미는 너무도 거대했다.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그릇된 선입견과 편견은 본의 아니게 아이들에게 전달되어지고 하는데, <<삐약이 엄마>>와 같은 그림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 커진다. 화려한 색감이 없고, 풍성한 그림도 없지만 삽화가 가지고 있는 효과도 굉장하다.

흑백으로 그려진 니양이의 표정은 코믹하면서도 세심하게 그 특징이 잘 드러나있는데, 삽화만으로도 그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어진다. 그동안 저자 백희나는 좋은 그림책을 통해서 어린이와 만나왔는데, 개인적으로 이 그림책이 제일 마음에 드는 작품이 되었다.

(사진출처: '삐약이 엄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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