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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 ㅣ 그림책은 내 친구 31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1년 11월
바느질로 표현한 표지 삽화가 굉장히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며 표지를 넘기자, 표지 뒷면에는 표지의 바느질을 한 천의 뒷면이 담겨져 있다. 바느질을 한 천의 앞뒤 모습을 책 표지를 이용해 표현하고 있는게다.
말끔하고 예쁘게 보이는 표지 앞면과 달리, 표지 뒷면은 매듭을 지은 실로 지저분해보인다.
바느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삽화일 것이다. 번지르르한 앞과 달리 바느질의 마무리가 된 안은 늘 지저분하고 예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저자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학교 가는 길><마음의 집>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세 작품 모두 이처럼 독특한 삽화를 가지고 있었는데, 다른 작품과 달리 이 작품은 독특함 속에서 공감을 형성하고 있어 마음에 와 닿는다.
<마음의 집>에서 저자는 '마음'을 주제로 상당히 심오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에서도 저자는 인간의 본성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에 대한 난해한 주제로 이야기한다. 아주 짧은 글에, 반복적인 내용이 담긴 이야기이기에 읽기에 부담없는 간결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담겨진 주제는 상당히 어렵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쉽게 이해하고 읽을수도 있지만, 마지막 삽화에서 그리 쉽게 단정지을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 책에 대한 저자의 짧은 글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폴란드 전역에 있는, 서유럽에서 온 헌 옷을 파는 가게들에서 사 모은 천을 이용해서 바느질로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책의 바느질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손으로 했으니까요.
엉성한 부분도 실이 풀어진 곳도 있고, 바느질 뒷면도 그대로 보입니다. 어떤 일이든 그 뒷면에는 삐뚤빼뚤한 실 자국이나 튀어나온 매듭 같은 그런 부분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본성은 완벽하지 않고 어떤 일이나 마무리는 힘든 법이니까요.
하지만 우리 모두는 남들에게 보여 주는 앞면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본문 中)
이 책의 화자는 딸을 소개하고 있다. 동물의 특성에 빗대어 딸을 소개한 글을 읽으며 발랄한 한 소녀를 떠올려본다.
새처럼 즐겁다가 물개처럼 슬프고,
토끼처럼 얌전하다가 악어처럼 거칠기도 하며,
미어캣처럼 조심스럽다가 나무늘보처럼 태평스럽기도 하다.
물고기처럼 조용하다가 수탉처럼 시끄럽기도 하고,
뱀처럼 자신을 지킬 수 있지만 아기 새처럼 연약하기도 하다.
때로는 사자같기도 하고 때로는 아기 양같기도 하고,
돌고래처럼 친절하다가 늑대처럼 사납기도 하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변덕쟁이처럼 이랬다 저랬다 정말 하루에도 몇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있다. 그런데 비단 아이들만 이러는 것은 결코 아닐게다. 아이 입장에서 바라보는 엄마의 내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를게 없다. 어떤 날은 아이의 실수를 보고도 쿨하게 넘어가지만, 어떤 날은 작은 실수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아이를 다그치고 나무란다.
인간이란 이렇게 완벽하지 않으며, 인간의 본성은 이렇게 동전의 앞뒷면처럼, 바느질의 안감과 겉감처럼 양면성을 보인다. 어린시절부터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고 교육을 받고, 그렇게 살기위해 다들 노력하고 있지만 인간이란 그렇게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누구나 단점을 지니게 마련인가보다.
이야기를 읽으며, 인간이 가진 양면성을 바느질을 이용해 천의 앞뒷면을 보여주는 삽화와 서로 상반되는 동물들을 통해서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인간의 본성을 설명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데, 저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해 쉽게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그저 인간의 본성은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것을 잘 표현한 작품이구나....라고 단순히 생각하려 할 찰나, 마지막 페이지는 또다른 생각으로 넘어간다.
나에게 이 모든 것이에요. (본문 中)
휠체어에 앉아있는 소녀의 모습.
순간 '장애'를 다른 시각으로 보아왔던 나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리치는 기분이었다. 화자의 딸도, 내 아이들처럼 이렇게 똑같은 인간의 본성을 가진 우리와 다를바 없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있었던 게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은 '평범한 우리네와 다르다'라는 관점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본성을 가지고 있는, 누구나 단점을 지니게 마련인 우리와 같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내가 가진 단점과 소녀가 가진 단점이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을.
화자에게 소녀는 모든 것이며, 내 아이들도 내게는 모든 것이다. 어떤 단점을 가지고 있던 그건 상관없다. 내 아이기에 내 모든 것이 된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들인데, 여태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게다.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좀 난해한 작품이긴 하지만, 아이들 관점에서 표현된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걸로도 많은 것을 얻게 되는 작품이며, 어른들에게는 그동안 가졌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인간의 양면성에 대해서, 겉으로 보여지는 나와 감춰진 나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며, 장애가 우리가 생각하는 관점처럼 특별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흔히 볼 수 있는 바느질한 천의 앞뒤에서 인간의 본성을 표현한 삽화는 이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짧은 글이지만, 내게는 너무도 큰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이었다.
(사진출처: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