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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연필 일공일삼 71
신수현 지음, 김성희 그림 / 비룡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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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싫어하는 숙제 중의 하나는 일기쓰기와 독후감, 글짓기와 같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일 다. 이렇게 힘든 숙제를 누군가 대신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민호 앞에 떡하니 ’빨강연필’이 나타난다. 
<<빨강연필>>은 제1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품으로, 빨강연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민호가 스스로 깨닫고 판단하여 빨강연필의 유혹에서 벗어나 한뼘 더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상대방에게 다가서는 민호의 용기 있는 모습이 더욱 아름다운 동화라는 생각이 든다.



급식이 먹기 싫어 교실에 남았던 민호는 수아 책상 옆을 지나가다 수아의 유리 천사 모형을 깨뜨리게 된다. 아이들이 오는 소리에 겁이 난 민호는 화장실에 가 두루마리 휴지를 풀어 둘둘 말고는 종이 가방 깊속이 밀어 넣어둔다. 수아의 울음, 아이들을 향한 선생님의 다그침에도 민호는 두 눈을 꼭 감고만다. 
학교에 제출하는 일기장,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않는 비밀 일기장 두 개의 일기장을 가진 민호는 비밀 일기장에 오늘 일을 기록한다.
다음 날, 학교에 도착한 민호는 책상 위에 빨간 연필 한 자루가 놓여있는 것을 발견한다. 마침 필통을 가져오지 않은 민호는 주인없는 빨강연필을 사용하게 되는데,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연필심이 종이에 닿는 순간 연필이 툭, 하고 꿈틀거렸다. 곧이어 부드럽게 미끄러지더니, 글자를 만들어냈다. (본문 24p)

결국 민호는 글짓기에서 늘 상을 받는 재규를 제치고, 선생님의 칭찬을 받게 된다. 

사실 빨간 연필이 다른 과목에서도 잘해 주기를 바라기도 했다. 만약 그렇다면 공부를 아주 잘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불러온다는 말을 되새기며 지금의 행운에 만족하기로 했다. (본문 39p)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쓰는 글짓기 숙제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에서 빨강연필을 사용한 민호는 이달의 글로 뽑히게 되고,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금상을 받게 되면서, 동화작가 송지아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고, 엄마의 칭찬을 받게 되자 민호는 빨강연필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그 후 ’우리 집’에 대해 글짓기를 쓸 때 민호는 이번 글짓기가 뽑히지 않기를 바란다.
엄마 아빠의 다툼으로 몇 년째 별거 중이여서 동철이 아빠처럼 함께 야구를 해주지 못하는 아빠, 직장 생활로 바쁜 엄마로 쿠키를 만들어 주지 못하는 엄마...민호의 마음도 모른 채, 빨강연필은 행복한 우리집을 거짓말로 써주고 말았던 것이다.

민호는 한기가 느껴지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빨간 연필이 머릿속을 갉아먹는 것만 같았다. (본문 85p)

빨강연필 덕분에 선생님과 엄마의 칭찬을 얻게 되고, 친구들의 관심을 받게 된 민호는 빨강연필의 유혹을 떨칠 수 없었다. 엄마가 기뻐하고, 아빠에게 자랑거리가 생긴다는 것이 민호에게는 더없는 행복이었다. 그렇지만,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큰만큼 아빠를 이해할 수 없는 민호는 아빠에게 쉽사리 다가서지 못한다. 빨강연필과 함께하는 동안 민호는 행복함도 느꼈지만, 거짓말과 비밀에 휩싸인 고통에 대한 후회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을 갖는다.

’이럴 때 빨간 연필이 있다면, 수아가 감동할 만한 멋진 글을 쓸 텐데.’
민호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곧 지금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실, 말이나 글이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다. 때론 이렇게 아무 말 없이 나란히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진심은 다른 방식으로도 전해질 수 있는 것이다. (본문 197p)



두 개의 일기장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했던 민호는 빨강연필로 인해 마음을 열고 진심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간다. 노릇노릇한 쿠키로 고소한 냄새가 가득한 집, 자신을 부르는 낮고 깊은 아빠 목소리...민호는 그렇게 마음을 열었다. 빨강연필의 유혹을 벗어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호는 용기있게 힘든 과정을 넘어선 것이다.
타인과 소통하는 것은 혼자만의 비밀을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친구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엄마 아빠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민호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상처입게 되었던 셈이다. 솔직하고 용기있는 행동으로 인해 민호는 가족과 마음을 열고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부모, 선생님에게 칭찬 받을 수 있고, 친구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유혹을 뿌리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민호의 행동이 분명 우리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주리라. <<빨강연필>>은 유혹에 다가서고, 유혹의 달콤함을 느끼는 민호의 심리 상태를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 또한 그 달콤한 유혹의 잘못을 느끼고, 뿌리치는 과정 역시 잘 표현해주고 있어 어린이들에게 공감과 함께 용기를 선사할 것이다.

(사진출처: ’빨강연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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