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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파 마피아
토마스 키스트너 지음, 김희상 옮김 / 돌베개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이명박씨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오른 이름이다. 1998년 피파 회장으로 선출되어 네 번째 회장직을 연임하며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제프 블라터와 비교해도 전혀 뒤질 것 같지 않은 인물이다. 그가 대통령에 있던 시기 했던 수많은 정책과 건설은 이제와서 엉망진창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이놈의 정부는 그를 잡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아마 새누리당이 아니라 야당에서 정권을 교체했다면 가장 먼저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을 사람은 이명박씨였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잘 살고 있다. 건드리지 않는 것인지, 건드릴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피파 내부사정에 밝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파리의 마지막 선거에서만 200만 달러가 투입되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p.130)

“블라터가 사무총장이던 시절의 서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법으로 10년 동안 보존하도록 규정된 서류였다.” (p.171)

 

이명박씨와 그 정권은 임기 말, 여러 가지 서류를 흔적도 없이 없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간의 회담을 가지고 온갖 공격과 음모를 펼쳐내던 그들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의 집권 기간 내 작성되었던 여러 가지 기록과 서류를 없앴다는 것이다. 피파 회장, 제프 블라터에게 배운 것일까? 블라터와 이명박씨에게서 보이는 유사성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피파라고 하면 일단 축구팬들에게는 어느 정도 좋은 이미지다. ‘피파’라는 게임시리즈는 마니아라면 한번쯤은 해봤을 게임이고, 월드컵을 주관하는 단체이기도 하다. 주말 밤과 새벽마다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챙겨 보며 환호하는 팬들도 시즌 중간 피파에서 주관하는 A매치 데이가 열리면 하는 수 없이 한 주를 더 기다려야 했다. 그만큼 막강하고 대단한 단체로 여겨진다. 아무리 축구 팬이라 하더라도 피파의 회장이 누구이고, 전직 회장이 누구이며 피파본부 건물이 어디에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찾아볼 수 있는 방법도 알지 못한다. 그냥 매주 주말마다 프리미어리그에 열광하고 챔피언스리그에 열광하고 4년마다 치러지는 월드컵에 열광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런 피파가 터무니없이 나쁜 곳이고,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피파에서 한 자리 하고 있는 사람, 특히 회장이라는 자가 비리와 불법의 결정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전만큼 축구에 열광할 수 있을까 싶다.

이 책은 스포츠 탐사보도를 엮은 책이다. 두껍고 글씨는 깨알 같다. 시종일관 피파 회장인 제프 블라터의 비행과 비리, 불법과 안하무인이 기록된 책을 읽는 것이 버거웠다. ‘에이~ 설마 이 정도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피파는 썩을 대로 썩어 있는 단체였다. 한국의 각종 스포츠 협회와 연맹의 부도덕성과 비리, 불법은 주지의 사실이다. 잊힐 만하면 툭툭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는 곳이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표팀 차출과 경기, 대회 종료 후 감독의 거취를 둘러싼 협회의 대응과 태도는 한 나라의 스포츠 협회 중 가장 막강한 자본력과 영향력, 힘을 가진 곳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어설프고 수준 미달이었다. 그런데 이런 스포츠 협회도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격언에 부합하는 것일까? 대한축구협회의 상위 기관인 국제축구연맹, 피파는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은 것 같다.

 

 

“‘건설에는 오로지 스위스 기업만 참여했다.’ 피파가 의미심장하게 강조한 대목이다. 그러나 블라터의 회장집무실 살림을 맡은 어떤 여성 국장의 남편이 본부 건설에 한몫 단단히 한 게 사실이 아니던가” (p.327)

 

 

피파의 본부가 스위스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수천억의 공사비용이 들어간 이 본부건물(책에서는 궁전과 같다고 묘사되는)의 건설에 블라터 측근의 남편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나? 알 수 없다. 이명박씨 집권 시절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하려다 국민적인 저항에 부닥치자, 4대강 공사라며 슬그머니 이름만 바꾼 채 강을 파댔다. 공사 과정에서 일어난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일일이 열거하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다. 그 중에서 낙동강의 일부 구간 공사에 참여한 건설 업체가 지역에서 유명하거나 자리를 잡은 중·대형 건설사가 아니라 이명박씨의 모교인 포항 동지상고(현재는 동지고등학교)출신이 운영하는 듣보잡 건설사였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해먹으실 수 있는 대로 최대한 해먹으시지만 주변은 꼭 챙기시는 살뜰하고 꼼꼼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스위스가 어떤 나라인가? 높은 GDP, 천혜의 관광지, 장인들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기술국가, 금융업의 선두주자 등등. 그런 스위스의 한복판에서 한국의 전직 대통령이 하시던 방법대로 피파라는 거대한 조직을 떡 주무른 블라터의 변명은 단 한 가지 였다.

“모두다 스위스 경제를 위한 것이요!!”

개똥같은 소리하고 앉아 있네.

 

 

 

“조직 예산은 매년 회장의 활동에 따로 100만 프랑이라는 액수를 할당했다. 피파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가?” (p.101)

 

실제로 한 해 수천만 프랑 혹은 수천만 유로의 이익을 내는 피파로 인해 실제 스위스경제가 활성화 되고, 경제적 시너지가 일어났다는 통계나 수치는 전혀 없다고 한다. 그저 블라터의 허풍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피파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임에도 한 해 수십억에 이르는 활동비는 물론, 책에서 더 자세하게 파헤치지 못한 꿍꿍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돌이켜 보면 이명박씨도 그랬었다. 4대강 공사를 하면서. 4대강 공사로 인해 가뭄 해결은 물론이고 환경개선과 무엇보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나다고 했었다. 고용창출의 수치는 구체적이고 화려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경제적 파급효과나 고용창출은 일어나지 않았다.

닮아도 너무 닮았다.

 

 

“피고인이 연봉 외에도 오랜 시간에 걸쳐 피파에서 돈을 끌어다 쓴 게 형사처분의 대상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러니까 적시된 사실만으로는 처벌의 충분한 근거를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p.185)

“축구는 FBI와 다른 수사기관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축구는 세계 각지에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의 독립성에 의존해야만 한다.” (p.32)

 

블라터의 이런 불법과 비리의 극성이 멈추지 않는 것은, 피파와 블라터를 조사하고 수사해야 할 감독기관과 해당관청 등이 서로서로 물려 있는 탓이다. 스위스 검찰 정도 되면 적어도 한국의 검찰보다는 공정하게 수사를 할 것으로 기대하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블라터의 반대파와 다른 축구팬들은 모두 알고 있는 블라터의 비리와 불법을 수사기관과 감독기관에게만은 전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스위스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월드컵만 열렸다 하면 수십억의 인구가 경기에 넋을 잃는다. 아무리 경영을 엉망으로 해놓고 돈을 빼돌려도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p.257)

 

온갖 추악한 탐욕과 거래가 뒤엉켜 있는 피파와 블라터와 그 측근들의 전횡을 막을 방법이 정말 독립적인 수사기관일까? 책에서의 결론도 그렇고 내 개인적인 견해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월드컵과 올림픽을 앞두고는 갑자기 온갖 방송매체에서 모두들 현재의 짐은 잠시 잊고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화려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에 목을 매야 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는 탓도 있지만, 맹목적으로 빠져드는 대중에게도 책임이 있다. 오죽하면 비리와 불법의 상징, 블라터가 저런 이야기를 했을까?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이 있으니 블라터는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것이다. 월드컵이 열리고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한다는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과 피파를 향해 가해지던 비판과 조롱은 뒤편으로 쑥 들어가는 꼴을 매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에서 아주 자세하게 언급되는 블라터의 치사한 방법이 있다. 제3세계 국가의 인사들을 돈으로 사는 것이다. 남미 온두라스와 서유럽 프랑스의 투표권이 1표로 동일하다. 블라터는 자신과 대립하는 강력한 인사들과 경쟁하기보다 돈으로 제3세계 인사들을 매수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것은 너무나 잘 통해서 오랜 기간 블라터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요한손과의 선거에서 번번이 승리하게 만들었다.

이쯤 되면 당연하게 생각나는 사람, 이명박씨. 이명박씨도 그랬다. 버스중앙차로제와 청계천 복원에 대해 일말의 호의를 가지고 있던 일반 서민들에게 각종 당근을 퍼부었다. 그것이 실제로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지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기면 그만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에 대한 국가기관의 개입에 대한 문제는 아직까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만약 그 전황이 조금이라도 밝혀진다면 대선 훨씬 이전부터 각종 국가기관의 여론조작이 일어났었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책임에서 이명박씨는 멀어질 수 없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겨야 했기 때문에 상상하지도 못했던 국가기관의 여론조작과 대선개입을 시도한 것은 아니었을까? 만약에 말이다. 나 같은 범인이 뭘 알겠나? 만약에 말이다. 만약 국가기관에 의한 여론조작과 대선개입의 실체가 드러난다면, 우와~ 이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 될 것이다. 천하의 블라터도 당장 극동의 작은 나라로 날아와 이 방법과 노하우를 전수받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피파 회장직을 오래오래 하면서 더 해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에이~ 그래도 설마~ 그런 일이 있었겠어? 정상적인 국가에서?

 

 

“코카콜라가 조금이라도 싫은 내색을 하면 피파는 펩시에 아양을 떤다. 아디다스나 소니가 실제로 광고를 빼겠다고 하면, 나이키와 삼성이 이내 그 자리를 차지한다.” (p.233)

 

피파와 블라터가 계속해서 유지되고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자본의 힘이다. 월드컵 경기나 A매치 경기에서 경기장을 사각으로 둘러싼 광고판에 광고를 하기 위해서 얼마가 필요할까? 최소 수억 원 정도 되지 않을까? 프리미어리그에 속한 첼시팀의 유니폼에 삼성을 새겨 넣기 위해서 후원한 금액이 수백억 원에 이른다. 삼성이 바보일까? 그깟 유니폼에 ‘SAMSUNG’을 찍어 넣는 것에 수백억 원을 투자하다니. 삼성은 절대로 바보가 아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코카콜라와 펩시는 바보가 아니다. 돈이 되고 돈이 남으니까 그런 후원을 하는 것이다. 창단 이래 한 번도 유니폼 광고를 하지 않았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도 이제는 유니폼 광고를 하고 있다. 돈과 스포츠는 끈끈하게 얽혀 있다. 절대로 떨어지거나 멀어질 수 없는 관계다.

피파 회장직이 명시된 대로 무보수 명예직에 불과하다면, 블라터는 물론 그의 라이벌들이 그렇게 온갖 노력을 기울이며 그 자리에 오르려고 했을까? 피파 회장을 하면 남는 게 있으니까 혈안이 되어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것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것과 블라터를 비판하는 것은 양립할 수 있는 문제다. 정말 축구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축구계를 좀 먹고 명예로운 피파회장의 이름을 더럽히는 블라터를 향해 가차 없는 비판을 해야 마땅하다. 이 책의 내용을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 같고, 신께서 한국인들에게 허락해주신 게시판 폭격의 힘을 피파에 선사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으로 보인다. 그리고 브라질 월드컵과 지난 남아공 월드컵 기간 전후에 걸친 브라질과 남아공 국민들의 시위와 월드컵 반대의견에 대해서 찾아보고 경청하는 것도 좋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후 월드컵은 러시아와 카타르에서 열린다. 모르긴 몰라도 남아공과 브라질 이상으로 반대와 비판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진정한 축구팬이라면 이런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블라터가 피파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피파의 불법과 비리가 사라질까? 나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한손, 빈 함맘, 정몽준, 플파티니 등 강력한 라이벌이 피파회장이 되어도 블라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조금은 덜 하겠지(블라터 형이 정말 많이 해 드셨으니...) 그래도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조직과 운영은 단 한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갈아엎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전 세계의 축구팬들이 매의 눈으로 피파와 그 궁전 같은 본부건물에서 뽐내고 있는 회장을 비롯한 고위인사를 살펴보고 감시하는 것이 썩어 있는 피파를 조금이나마 바뀌게 할 수 있는 힘이다.

이명박 형님이 여전히 건재하신 걸 봐~! 안된다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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