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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추락 - 프로이트, 비판적 평전
미셸 옹프레 지음, 전혜영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IDOL은 우상이다. 우상은 찬양과 숭배의 대상이 되는 존재다. 태고의 조상들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상은 가득하다. 90년대 중반부터 한국이라는 사회에서는 IDOL이 10대 중후반부터 20대 중반 정도 까지 소속사에 속한 남·여 댄스그룹을 가리키게 되었다. 유별난 현상이다. 처음에는 ‘길어봐야 10년 가겠어?’ 싶었다. 그런데 HOT가 없어지고 G.O.D가 없어져도 계속해서 IDOL이라는 댄스그룹들이 탄생하고 그만큼 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언제 어떤 그룹이 사라졌는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새로운 그룹들이 탄생하는 순환을 20년 가까이 지속하고 있다. 게임시장이 K-POP시장보다 몇 배나 많은 돈을 벌어다 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게임을 규제하려는 유아적인 발상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적어도 10대의 여자 아이들이 핫팬츠와 탱크탑을 입고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요상한 춤을 추는 것이 PC방에 틀어박혀 밤새도록 게임을 하는 것보다 더 유해하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런 상황들이 코미디다.

요즘 가장 핫한 IDOL그룹은 SM소속의 엑소라고 한다. 으르렁이라는 곡은 무한도전에도 나올 만큼 대단한 인기를 끈 것 같다. 나는 엑소가 몇 명인지 그 아이들의 노래가 어떤지 전혀 관심이 없다. 엑소도 몇 년 후에는 그들 소속사의 대선배인 슈퍼주니어나 동방신기 형들처럼 외국을 다니며 콘서트를 하고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 나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내가 낳은 딸내미가 이런 댄스그룹 IDEL(아이들)에게 빠지지 않았으면 싶다. 발에 채일 정도로 넘쳐나는 IDOL이라는 댄스그룹 IDEL은 뮤지션이나 아티스트가 결코 될 수 없다. 그들은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회사의 제품에 불과하다. 그런 제품이 부르는 노래와 춤에 내 딸아이가 결코 현혹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아니 태교 때부터 줄곧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들려줘야겠다.

한국의 IDOL은 반드시 없어진다. 한류다 어쩌다 해서 드라마나 영화와 끼워 팔기 식으로 우르르 몰려가 공연을 하고 아무리 그래도 트렌드는 변하기 마련이다. 앞으로도 수도 없이 많은 IDOL이라 자칭하는 댄스그룹 IDEL이 만들어지겠지만 어떤 비관적인 비평가들의 비관적인 전망처럼 한국의 전체 음악시장이 이들로 인해 파멸의 길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상은 무너지지만 이성은 쓰러지지 않기 때문이다(내가 스스로 좋은 표현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했는데 쳇! 고 리영희 선생님의 아주 아주 유명한 책 제목의 차용에 불과하다)

 

 

우상은 추락하게 마련이다.

 

“전기 작가들은 프로이트가 출간한 책에 쓰인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믿는다. 프로이트의 자택에서 오랜 세월 하녀로 일했던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집주인 프로이트는 돌푸스 수상이 추진한 오스트리아의 파시스트 정권에 동정을 표했다.” (p.640)

 

이 책을 쓴 미셸 옹프레는 하나의 우상이 된 프로이트를 추락시킨다. 물론 그는 책의 초반부에서 자신은 결코 프로이트의 생각을 무효화시킬 생각이 없다고 말하지만 이 두꺼운 책을 힘들게 다 읽고 나면 꼬장꼬장하게 생긴 덥수룩한 수염의 학자가 이미 거대한 성채와 같이 인류의 보고가 된 인물 하나를 끌어 내리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쩔 수 없다. 나는 저자가 왜 책에서 줄곧 이 책에 대한 변명을 하는지 모르겠다. 겁이 나는 것이라면 애초에 이런 책을 쓸 이유가 없을 테고, 자신의 논리가 자신이 없다면 그것도 앞의 이유와 동일할 텐데 말이다. 우상은 어쨌든 무너진다. 추락한다. 프로이트라는 인물을 놓고 전기 작가들과 저자인 미셸 옹프레, 책을 읽는 독자인 나는 다른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기 작가들은 돈을 받고 프로이트의 삶을 기록하는 것이 일이다. 옹프레는 프로이트를 연구하고 그 연구에 대한 또 다른 발전을 위해 그를 추락시키려 하는 것이고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인류의 우상, 프로이트에 대한 비판적 평전을 읽게 된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 만약 돈을 받고 프로이트의 전기를 쓰는 작가가 의뢰인인 프로이트의 구술과 여러 저작을 참고로 하지 않고 자신의 주관적으로 프로이트를 만나고 대화하며 느낀 것으로 전기를 쓴다면 그 책은 출간되지 못할뿐더러 의뢰인이 이 사실을 알게 된 즉시 해고될 것이다. 프로이트에 대한 비판적 평전인 이 책을 쓴 옹프레 교수 또한 만약 자신의 전기를 쓸 기회가 온 다면 스스로 이런 전기를 쓸 수 있을까? ‘나는 평생 동안 이런 이런 잘못을 저질렀고 여러분들이 우상으로 떠받드는 내 연구와 저작은 형편없는 쓰레기요~!’ 라고 절대로 말할 수 없다. 그런 말을 하기 위해서 전기를 집필하는 바보는 세상 천지에 없다. 나는 엑소에 관심이 없듯이 프로이트에 관심이 없다. 아무리 유명하고 새로운 학문을 개척한 위대한 IDOL이라 할지라도 내가 흥미를 가질 만한 분야가 아니었기에 찾아 읽지 않았다. 좋은 기회를 통해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사실 프로이트의 다른 저작을 읽고 싶은 마음은 이 책을 읽고도 전혀 생기지 않았다.

그러니까 프로이트에게 돈을 받고 그의 전기를 쓴 수많은 직업 전기 작가들이나 전적으로 프로이트와 그의 학문에 대한 경탄과 찬사로 그의 위인전을 쓴 제자나 작가들이나 이 책의 저자처럼 많은 이들에게 이미 우상이 된 프로이트에 대한 비판적 평전을 쓰는 사람들이나 내겐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있으면 저런 사람이 있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나와 같은 독자도 섣불리 한쪽의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 뭐 물론 그것도 독자들 마음이다. ‘아~ 이런 책이 있구나.’ 이 정도에 그쳐야 한다. 내게는 그것이 이 책에 대한 가장 솔직한 느낌이다.

 

 

“프로이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의 무의식은 이러한 것들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숨겨진 것들을 속으로 억제하는 것이 무의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진실을 은폐한다. 정신분석학에 대한 거부는 곧 자기 자신에 대한 앎을 거부하는 행위와 같다.” (p.551)

 

나는 옹프레가 프로이트에 대한 숨길 수 없는 질투와 열등감을 가진 게 아닐까 싶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세계와 억눌린 성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현상을 사회병리 현상으로 풀어낸 사람이다. 당시의 철학 사조와 사상 안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었다. 프로이트와 나는 살아간 연대도 엄청나게 차이가 있고 사는 세상도 그만큼 차이가 있으며 생각하는 수준과 학문에 이른 수준 또한 그만큼 차이가 있다. 하지만 무의식의 세계, 꿈의 세계, 근친상간이나 사회·종교적으로 억눌리고 배제된 성의 문제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는 비슷한 성향을 가진다. 특히 꿈과 무의식의 세계가 더욱 그렇다. 최면이나 수면요법 등은 프로이트 보다는 이후 학자들에 대해 더욱 발전된 개념이지만 출발은 어김없이 프로이트다. TV에서 많이 방송되는 프로그램 중 가족 간, 특히 부부 간 갈등과 갈등의 해소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들이 있다. 많은 경우 갈등의 소지는 과거의 경험에 기인한다. 그래서 자신의 과거 특정 시점으로 돌아가 그때의 자신과 마주해 갈등과 상처의 기억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려내고는 하는데 이때 많이 사용되는 것이 최면이나 무의식 세계로의 경험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프로이트의 접근과 창조적인 학문의 발견과 발전이 지금에까지 유용하게, 아주 유용하게 전 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프로이트의 책을 읽지 않았다 할지라도 말이다. 일정 부분 현재의 인류는 프로이트에게 신세를 지며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물론, 저자가 프로이트의 학문적 열정과 실험의 집요함 전부를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렇게 책의 여러 곳에서 변명인 듯 보이는 언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프로이트에 대한 열등감의 발로라면 좀 더 솔직히 속마음을 드러냈으면 좋을 뻔 했다.

 

 

“철학자들은 무의식에 대해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꿈이라든가 최면술, 실질적인 의학 치료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다. 프로이트와 달리 철학자들은 문자화된 책들의 세상에 머무는 이론가들에 불과했던 것이다.” (p.99)

 

고대와 중세시대 내내 연금술이나 마술, 신비주의 종교와 철학은 횡행했다. 오죽하면 중세에는 멀쩡한 여성을 마녀로 몰아 태워 죽이고 찢어 죽이고 돌로 쳐 죽이는 일도 일어났다. 르네상스를 거쳐 유사 이래로 가장 이성적인 사회를 만들었다는 중세에 마녀 놀음이 전염병처럼 광풍이 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그래서 중세의 끄트머리와 근대의 입구에서는 병적으로 이성과 합리에 천착했을 것이다. 음료수는 종류와 브랜드대로 일렬종대로 세워 놓고 보도블록의 테두리는 절대로 밟지 않는 것 같은 것에 버금가는 편집증이다. 수백 년 동안의 암흑시대를 막 벗어난 인류는 발전과 진보의 방향으로 뱃머리 전체를 돌렸다. 산업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각종 이념과 철학과 사상이 창궐했다. 그런 시대에 프로이트의 이야기는 오히려 다시 암흑의 중세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들렸을 것이다. ‘아니 지금 말이야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꿈 타령, 무의식 타령이야~!!’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이성의 시대를 펼쳤지만 아직 선뜻 그 위에 올라타 뒹굴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없었다. 언뜻 저자는 프로이트를 칭찬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상한 빵을 먹었거나 지나치게 많이 먹어서 배탈이 났을 수도 있는데 그런 평범한 원인은 프로이트에게 별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p.188)

 

그런데 이런 내 의도는 여지없이 깨진다. 저자는 복잡하고 자세하게 프로이트가 이룬 업적과 알려진 성공에 대한 오해를 설명한다. 사실 나는 읽어도 잘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 많았다. 프로이트에 전혀 관심이 없고 이쪽 분야에 전혀 소질이 없는 순수하고(?) 수준 낮은(?) 독자의 눈에서 해석하자면 프로이트는 평생 근친상간의 판타지 속에서 살았고 그것을 해소하거나 해소하지 못하는 욕망 사이에서 갈등했으며 1개를 발견하면 100개를 발견했다고 부풀리고 과장하는 측면이 많았으며 일부 실험과 연구에 있어서는 그의 도덕성과 인간성을 심각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위험한 측면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세상에 존재하는 이론과 학문 중에 완전한 것이 있나? 나는 모르겠다. 나는 학사 학위를 가진 것이 전부이고 그 학사 학위도 먹고 사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있다. 학문이라 해봐야 학부 시절 4년 동안 전공 공부 한 것이 전부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박사학위를 가지고 일정 분야에서 일정 정도 이상 학문적 성취를 이룬 저자와 같은 사람들의 생각을 미루어 짐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는 말인가?! 나와 같은 일반인들에게 프로이트나 저자나 니체나 베버나 촘스키는 그저 대단한 사람들이다. 감히 그들의 학문과 논리를 부정은커녕 의심조차 한 번 해본 적 없이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그들의 책을 고이 읽는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프로이트가 가진 한계와 빈약함이 많았을지 모르지만 그런 것은 내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잘 알고 전문적이며 탁월한 저자와 같은 학자님들께나 유효한 문제이지 이런 두꺼운 책을 읽는 것 자체로 나 자신에게 상을 주고 싶을 만큼 만족하는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는 저 위에 진하게 표시된 문장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빈 출신인 의사 프로이트가 자신의 전설적 이야기와 경험담을 전기 작가들에게 쓰라고 직접 요구한 것이다. 그는 문학적인 담론과 신화나 주술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p.51)

 

사람은 누구나 IDOL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아이고~ 저런 저런 어린 애들이 TV에 나와서 다리 다 내놓고 위에도 다 내놓고 뭐 하는 거야~’ 라고 하면서도 만약 내 아이가 IDOL 댄스 그룹의 일원이 되고자 한다면 모든 것을 내어 놓으며 뒷바라지를 한다. 아역 배우들의 드라마나 영화 출연과 CF출연은 전적으로 부모들의 욕심이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살다보면 징그럽게 현실과 마주한다. 까마득히 높아 보이는 이상과 괴리된 채 하루하루 지쳐 잠드는 ‘나’를 문득 발견했을 때의 절망이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모른다. 그래서 적어도 내 자식만큼은 나보다 더 IDOL에 가까운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한국이라는 사회에서는 10대와 20대 초·중반에 IDOL이라 칭해지는 댄스그룹 IDEL(아이들)만큼 돈을 많이 벌고 인정받고 인기 있는 직업이 없기 때문이다. 춤추고 노래하다가 운이 좋으면 드라마나 영화에도 나올 수 있고 CF를 찍을 수도 있다. 김준수라는 젊은 친구는 120여억 원을 들여 제주도에 호텔을 건설한다고 한다. 그 젊은 나이에 말이다. 그러니 IDOL, 아이돌 하는 것이다.

어쩌면 프로이트도 IDOL이 되고 싶은 욕망에 충실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인류와 미래를 위해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 연구하고 실험하는 것에 만족하는 일개 영웅이 아니라 더 미화되고 칭송받고 대대로 인세를 받아먹고 살 수 있는 IDOL, 우상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여러 번 언급되고 프로이트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 그의 가정환경과 평탄하지 못했던 결혼 생활로 인한 내적 혼란은 그런 인정과 과시와 욕심으로 투사되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없다. 이 책의 저자와 같이 생각할 수도 있고 나와 같이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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