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 - 음식으로 들여다본 글로벌 정치경제
킴벌리 A. 위어 지음, 문직섭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먹는 음식으로 뭘 하는가를 가르쳐 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말해 줄 수 있어요. 혹자는 먹은 음식으로 비계와 똥을 만들고, 혹자는 일과 좋은 유머에 쓰고, 내가 듣기로는 혹자는 하느님께 돌린다고 합디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이렇게 말한다.
이번에 읽은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에 따르면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 우리는 어떤 일을 할까를 생각하기 전에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오는지, 어떤 정치, 경제적 이유를 갖고 있는지 안다면 우리는 먹는 음식으로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토마토는 과일일까? 채소일까?
우리는 당연하게도(사실 고개를 갸우뚱하기는 하지만) 채소라고 답한다. 이유는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세계 음식 공급 시스템에 의해 공급되는 음식이 늘어나면서 생긴 결과와 이러한 현상이 세계경제와 어떤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알려주는 킴벌리 A. 위어의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에 따르면 토마토가 채소가 된 데에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
비록 토마토가 법적으로는 채소로 분류된다고 하더라도, 토마토는 꽃의 씨방이 익어 열매를 맺는 것이므로 식물학적으로는 과일이다. 하지만 1893년 닉스 대 헤든의 소송사건을 맡은 법원이 관세 규정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려고' 토마토를 채소로 분류한 판결로 인해 이런 혼동이 생겼다. 당시 과일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다. 토마토가 인기를 끌면서 토마토 거래에 세금을 부과해 이익을 얻으려는 움직임이 생겨났고 이에 따라 토마토는 법적인 이유로 채소가 됐다.
그 이유 또한 재미있다. 토마토가 식물학적으로 과일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과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채소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토마토를 저녁식사에 먹기는 하지만, 후식으로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 재료 하나하나에는 이렇게 정치적인 이유, 경제적인 이유가 들어있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주로 먹느냐에 따라(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정책이 나오고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에서는 향신료, 카카오, 콩, 토마토와 참치 등 우리가 먹는 음식 재료를 중심으로 그 음식의 역사와 정치 경제학적인 요소를 분석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착취에 대한 검토뿐만 아니라 로커보어 운동 (자신이 사는 주변 지역에서 난 먹을거리를 섭취하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펼치는 운동)과 유기농 식품을 둘러싼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문제까지 짚어주고 있다.
지구를 생각해서 로컬 푸드와 유기농 식품을 먹자는 운동은 실제로는 이런 음식이 더 비싸기 때문에 지역적으로나 세계적으로 공급하는 음식량이 줄어들어, 오히려 부유한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불행한 현실이지만, 유기농 재배방식만으로는 세계 인구, 특히 미래의 인구를 모두 먹여 살릴 수 없다.
킴벌리 A. 위어는 대중의 압박과 의정서를 통한 협력, 그리고 공정무역으로 인해 높아진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는 소비자의 의지, 이 모두가 인간과 환경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며 우리가 식단에서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을 줄이고 채소 위주의 식단으로 나아간다면 환경비용도 줄어들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는 "먹는다는 것은 숭고한 의식이며, 고기, 빵, 포도주는 정신을 만드는 원료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우리에게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