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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 나누는 이야기 - 엄마와 딸이 함께 쓰는 교환 일기
메러디스 제이콥스 & 소피 제이콥스 지음, 정윤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나에겐 이제 일곱살이 된 어린 딸이 있다.
외동이로 아들아이를 여덟살까지 키우다 내게도 선물처럼 뒤늦게 딸이 생겼다.
병원에서 선생님이 딸이란 힌트를 슬그머니 주셨을때도 나는 뱃속아이가 딸이란 사실을 주변 사람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너무나 바라던 딸이였기에 혹시라도 부정이라도? 탈까 싶어서 낳는 날까지 그저 조심조심~
그렇게 열달만에 만난 내 딸은 처음부터 달랐다.
신생아임에도 뻗치고(어른들은 아기가 움직이고 싶어 용쓰는 거라고)버둥버둥이던 아들아이와는 달리 딸은 품에 폭~안겨 착~달라붙는 것이 안는 맛부터가 달랐다.
살 닿는 것도 좋아하고 가슴팍에 폭 안겨 잠드는 것도 답답하지도 않은지 그렇게 좋아한다.
'그래...너와 나는 이렇게 한 몸이였었지...'
품에 안긴 딸을 볼때면 난 이런 생각을 한다.
딸아이는 일곱살이 되었다. 여전히 엄마 팔만지며 잠들길 좋아하는 엄마 껌딱지고 엄마의 마음을 살피고 보듬고 어루만져주는... 가르치지도 않은 그 사랑스러움은 여전하다.
방문 잠그고 들어가 하루종일 말몇마디 섞기 힘든 사춘기 절정의 큰아들을 보면서
요 딸래미가 없었다면 벌써 복장이 터져 죽었거나 뒷목 잡고 쓰러졌거나 외로움에 몸서리치다 차디찬 골방에서 시름시름하고 있었을거라고 농담처럼 얘기한다.
나에겐 예순일곱의 나이든 엄마가 있다.
스물넷에 나를 낳고 또 다섯살 터울의 남동생을 낳고...나도 우리 엄마에겐 세상 하나뿐인 딸이다.
그렇게 엄마란 이름으로 한평생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사신 엄마...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참 어리고 젊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참고참고 많은 걸 포기하고 살다보니 불만스러운 것도 많으셨던듯... 그런 엄마를 위해 큰딸이였던 나는 엄마의 삶에 보람이 되고자 애썼던 기억이 많다.
엄마가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기위해 나름 노력했지만 사춘기 시절엔 갈등도 제법 있었다.
엄마와의 말싸움에 지지않았고 엄마가 속물같다 생각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보니 엄마를 향한 마음은 항상 안쓰러움과 존경이다.
청춘을 자식 뒷바라지와 남편 내조에 다 보내고 병들고 야윈 껍데기만 남은 엄마가 남은 인생을 보람있고 평안하게 보내시기만을 바랄뿐이다.
엄마에게 딸은 어떤 의미일까?
딸은 엄마에게 어떤 의미일까?
한권의 교환일기장을 받아들고 참 많은 생각을 했다.
'교환일기'란 단어를 보고
사춘기 시절에 절친들과 나누던 교환일기가 떠올랐는데 이건 엄마와 딸이 나누는 교환일기다.
세상에 둘도 없이 친한 사이이면서도 모르는 게 많은 엄마와 딸 사이...
그 물음에 하나씩 답하다 보면 서로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갈 수도있겠구나 싶었다.
이 일기장은 엄마와 딸이 함께 쓰며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화 노트이다. 사소하게는 서로가 좋아하는 영화, 노래, tv프로그램을 공유하지만 둘이 함께 했던 가장 행복했던 기억, 서로가 꿈꿨던 것들에 대해서도 공유할 수 있다.
막연할 것 같은 엄마와 딸의 교환 일기에 다양한 주제거리와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져준다.
서로에게 더 없는 절친이라고 생각했던 우리...
나는 엄마가 꾸던 꿈을 알고 있었던가?
딸아이와 쓰려했던 이 일기장을 나의 엄마와 함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기장을 내밀면 엄마는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오늘은 삼십여년전의 나로 돌아가 아직 청춘이시던 엄마와 이 읽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