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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 ㅣ 진경문고
정민 지음 / 보림 / 2012년 9월
평점 :
역사를 공부할 때의 일이다.
교수님이 은퇴하시면서 나는 교수님의 마지막 조교가 되었다.
교수님의 은퇴 기념 논문집이 나왔는데
교수님의 호가 청사였다.
난 너무 궁금했었다.
왜 청사지?
정민 선생님의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청사도 마찬가지이다.
청사의 뜻을 알았을 때 얼마나 기뻤던지...
교수님의 호 청사의 뜻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았기 때문이다.
청사는 역사책을 가리킨다.
푸른 대나무를 잘라 여기에 글을 글씨를 썼기 때문에 나온 표현이다.(22쪽)
"한자에는 그 시대의 문화적 관습이 녹아들어 있단다." 정민 선생님의 책에는 이와 같은 보석이 너무나 많다.
훈고학이란 학문은 어떤가?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
사본학, 고고학, 훈고학이 아닐까!!!
아...건축학도 포함하여...
"훈학은 글자의 원래 의미를 따지는 학문이고,
고학은 죽간의 차례를 따지고 당시의 관습에 비춰 해석하는 학문을 말한다."(25)
이 얼마나 중요한가?
우리나라의 문제, 좁게는 우리나라의 학문하는 자세가 훈고학을 멸시하기 때문이고
훈고학의 균형이 학문에 없기 때문이다.
지식만 습득했을 뿐 지혜가 빠졌기 때문이다.
뿌리를 알지 못하고 응용만 하는 현재의 세태를 풀 힘이 여기 훈고학에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정말 우리의 대학이 이 자세를 가지고 기초 학문과 인문사회과학에 더욱 더 박차를 가하는 진정한 상아탑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기 저기 정말 일일히 소개하고 싶은 대목이 많다.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독수기"이다.
언젠가 한 번 충청북도 괴산군 괴산읍에 있는 취묵당에 가보고 싶다.(87쪽)
두번째로
다산 정약용이 아들에게 학문을 할 때 이렇게 하라 하면서
말하는 서신이 소개되어 있다.
아들에게 계경을 지어 보라는 내용이다.
다름 아닌 양계를 하면서 깨달은 내용을 정리해 보라는 것이다.
정약용은 강진에서 18년 동안 귀양살이를 했는데, 아들이 생계를 위해 닭을 쳤다보다.
정약용은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것을 당부하면서
이왕에 닭을 치는데 학문과 결합하여 일하라고 한다.
정말 선각자이다. 이 대목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 그렇구나.
우리는 아직도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말하지만 귀천이 공존하는데
정약용은 아들에게 닭 치는 것을 통해 계경을 지으라고 하다니...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외에 주옥같은 얘기들이 여기 저기 넘쳐난다.
그래서 이 책은 나도 나지만,
먼저는 자녀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다.
하지만 나라고 해서 이 책을 읽지 말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옛 어른들이 책을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
책이 얼마나 귀했는지,
얼마나 열심히 책을 읽고 공부를 했는지,
다독이 중요한지 정독이 중요한지,
지식과 정보보다 지혜를 길어 올린 선조들의 책 읽기 사랑을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정민 선생님의 책엔 옛 문헌의 정보가 넘쳐난다.
각 주제를 설명하고 그에 따라 선조들의 책 중에서 꼭 한 두 가지 예를 들어 주신다. 얼마나 유익하고 감사한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