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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 정병모 교수의 민화읽기 1
정병모 지음 / 다할미디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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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이야기를 하면 일반적으로 서양화 위주다. 동양화는 일단 대화의 범주 안에 끼지도 못한다. 민화(民畵)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더더욱 이상한 일(?)이다.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민화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흔치 않은 것 같다. 설혹 민화를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그린 그림으로 전문적인 화가들이 그린 그림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그림으로 폄하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시골 할아버지 방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 정도로 이해한다. 그만큼 민화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우리와 거리가 먼 그림이었다.

 

유명 화가들의 전시회가 열린다고 하면 열일 제쳐두고 찾아가는 편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 조상들이 그린 민화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민화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미술계에서도 민화를 적극 알리는데는 인색한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들의 눈이나 감성은 이제 서구화되어 있어서 민화를 받아들이기에 더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민화를 우리가 아닌 외국에서 먼저 그 가치를 이해하고 세상에 알렸다고 하니 조금 씁쓸하다. 1959년 일본의 민예운동가 야나기 무네요시가 민화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고 조선민화를 극찬하면서 일본에서 조선민화에 대한 열풍이 불거졌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도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우리나라 민화 수집이 이루어졌고, 여러 민화 전시회가 열렸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민화에 대한 관심이 있었지만 활발하지는 않은 것 같다. 지은이와 같은 일부 학자들에 의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지은이는 총7장에 걸쳐 민화의 매력을 들려주고 있다. 먼저 민화가 가진 특성으로 상상력과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문자도, 호랑이, 용과 같은 상상의 동물, 불로장생 등 민화의 소재가 되었던 것들을 통해 민화와 당시의 시대 정신을 읽고 있다. 정통회화와 비교한다면 묘사의 세련미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익살스럽고 대담하면서도 파격적인 구성은 정통회화에서는 볼 수 없는 민화만의 힘이 느껴진다.

 

그림은 그림 자체로 판단되고 읽혀야 한다. 조선시대의 시대상을 생각한다면 서민들이 그린 민화에는 서민들의 진솔한 감정과 정형적인 그림에서는 볼 수 없는 자유로움이 담겨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민화의 매력의 21세기 대중예술의 시대 정신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21세기에는 예술은 생활화되어 가고 있다. 예전처럼 전문적인 작가도 있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예술이 구현되어야 한다는 시대정신과 함께 21세기 문화가 보여주는 자유, 상상력, 독창성, 파격성은 민화의 특성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미국 민간미술 연구가 베트릭스 럼포드(Beatrix T. Rumford)는 민화를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예술(Uncommon Art of the Common People)”이라고 하였는데, 민화의 매력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닌가 한다.

 

민화를 세계화하기 위한 지은이의 열정과 땀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풍부한 도판과 정성스러운 해설은 민화를 처음 접해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제까지 서구의 눈으로만 그림을 보았던 우리들의 눈을 고정관념에서 해방시켜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우리의 것이 세계화되는 지금,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 등지로 뻗어나가는 지금 민화를 다시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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