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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
안도 다다오 지음, 이기웅 옮김 / 오픈하우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안도 다다오’를 언급할 때면 언제나 등장하는 수식어가 있다. ‘노출 콘크리트’, ‘빛과 그림자’다. 안도는 남들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현실 세계에 구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바람, 빛, 물이라는 자연의 요소를 끌어들여 안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건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건축은 단순히 건축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을 포함한 그 주변 환경 전체를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안도의 건축은 다른 어떤 건축가의 건축보다 탁월한 면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안도가 남긴 많은 건축물 중 고베의 산 중턱에 세운 ‘바람의 교회’, 오사카 근교 주택지에 지은 ‘빛의 교회’, 그리고 홋카이도의 대자연 속에 세운 ‘물의 교회’ 등 교회 3부작을 가장 좋아한다. 빛과 그림자, 그리고 자연이 함께 만들어내는 건축은 그야말로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 이외에도 그의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3가구형 나가사에서 가운데 집을 헐고 창문 없이 콘크리트 박스형 주택으로 만든 ‘스미요시 나가야(住吉長屋)’, 코베 록코 산기슭에 있는 경사 60도의 사면 땅에 지은 록코(六甲) 집합주택 등 안도가 남긴 작품은 어느 것 하나 평이한 것이 없었다.

 

안도는 건축 자체로도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세계를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개인적인 이력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고졸 출신의 건축가, 전직 프로 복싱 출신 건축가,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한 건축가. 한 마디로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전문적으로 건축을 공부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건축 공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건축 관련 책을 탐독하고, 일을 해서 돈이 모이면 세계 여러나라로 여행을 하며 자신만의 건축적 철학과 세계를 만들어 나갔다.

 

요즘 여행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있다. 사람마다 여행의 목적이 다르겠지만, 여행이 주는 매력은 익숙한 공간을 떠나서 전혀 새로운 공간에서 접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이제까지 몰랐던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데서 오는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물론 외롭고 힘든 면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안도에게 있어 여행은 바로 그런 존재였다. 그가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은 고스란히 그의 뼈와 살이 되고 그의 건축 속에서 안도만의 특유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안도가 ‘여행’을 통해 건축을 배우고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안도는 10대 후반에서 현재까지 후에, 파리, 바르셀로나, 밀라노, 보스턴, 헤이그, 뉴욕, 세비야, 아마다바드, 로마, 교토, 베를린, 아테네, LA, 카파도키아, 도쿄, 바젤, 지브롤티, 빈, 베네치아, 이스탄불, 러시아, 마르세유, 카슈미르 등 수많은 곳을 여행하였다. 그의 발길이 거쳐간 곳은 그의 작품이 되었고, 그의 생각이 되었다. 여행을 통해 건축을 배우고 고민한 내용은 그가 남긴 건축물을 찍은 사진과 함께 안도만의 생각과 철학을 전해주고 있다.

 

주변에 예쁜 건물이나 모던한 느낌, 혹은 독특한 스타일의 건물은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건물이나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건물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대부분 비슷비슷한 건축물들이 많고, 심지어 건물을 위해 자연을 변형하거나 훼손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안도는 여행에서 자연을 배우고 건축을 배우며 인간의 정을 느꼈던 것이다. 안도의 호흡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는 책이다. 긴 호흡으로 천천히 그와 함께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안도의 글이나 작품을 볼때면 언제나 편안한 느낌을 받게 된다. 안도의 생각과 철학을 함께 한 멋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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