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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볼프강 카이저 지음, 이지혜 옮김 / 아모르문디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그로테스크(grotesque)’ 라는 말을 흔히 듣고 사용한다. 하지만 그로테스크의 개념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로테스크라고 하면 막연하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같다. 내게 있어서도 그로테스크는 다소 기괴하고 엽기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조나단 드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양들의 침묵’ 이나 히에로니무스 보스와 피터르 브뤼헐이 그린 그림을 떠올리게 된다.
섬찟하거나 기괴하여서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글이나 그림, 영화들이다. 왠지 모르게 악마성이 느껴지기도 하고 암흑의 세계로 빠져드는 듯한 기분이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그런 작품들을 보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작품들에서 때로는 해방감이나 불경한 것에서 오는 즐거움이나 쾌활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로테스크는 그 오랜 시간 동안 우리들 곁을 지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은이는 먼저 그로테스크를 끄집어 내게 된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이어서 그로테스크라는 명사와 ‘그로테스크한’ 이란 형용사,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다양한 언어권의 어휘들은 15세기 말과 16세기 이탈리아에서 등장한 독특한 형태의 장식미술에서 출발하여, 히에로니무스 보스와 피터르 브뤼헐의 독특한 미술 세계, 코메디아 델라르테와 질풍노도 드라마를 거쳐 그로테스크의 개념이 확장하게 된 양상을 살펴본다.
이어서 그로테스크가 가장 활발하게 펼쳐졌던 낭만주의 시대에서 그로테스크의 이론적 바탕이 된 프리드리히 슐레겔, 장 파울, 빅토르 위고 등의 작품과 에드거 앨런 포의 산문, 아힘 폰 아르님, 뷔히너의 희극 등을 분석하고, 19세기 사실주의적 그로테스크에 대해서 알아보고, 베데킨트, 슈니츨러, 카프카, 토마스만, 키리코, 탕기, 달리, 에른스트, 앙소르, 쿠빈, 파울 베버 등이 남긴 작품에서 현대의 그로테스크에 대해서 알아본다.
지은이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서 그로테스크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고 수용되어 왔는지를 연극, 소설, 그림 등을 통해서 살펴보면서, 그로테스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로테스크의 본질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그로테스크를 살펴보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 그로테스크가 발현하였는지를 통해 그 시대와 함께 그로테스크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로테스크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던 것도 아니고, 그로테스크 자체가 일반인들에 의해 꺼려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진 역사가 있었던 만큼 이 책에서 언급되는 내용들이 우리에게 익숙한 내용들은 아니었다. 지은이는 이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어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지만, 그로테스크를 설명하기 위해 언급되어지는 소설, 연극, 그림들 자체를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치밀한 구성과 지은이의 해박한 지식은 이 책이 1957년에 쓰여진 책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그로테스크를 이처럼 인문학적으로 잘 다듬어 놓은 책을 찾아보기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솔직히 한 번 읽고 이 책을 다 이해한다는 것은 욕심인 것 같다. 이 책에서 언급되어지는 작품들을 한 번쯤 접해보고 난 다음 다시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주제였던 만큼 생소하기도 하였지만, 잘 다루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한 계기가 되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