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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명의 화가 - 2page로 보는 畵家 이야기 ㅣ 디자인 그림책 3
하야사카 유코 지음, 염혜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1년 4월
평점 :
유명한 화가들의 전시회를 가보면 그림을 보러 왔다기 보다는 사람을 보러 왔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일 때가 간혹 있다. 줄을 서서 떠밀리다시피 하면서 그림을 훑고 지나간다. 그 유명하다는 그림을 이렇게 눈도장만 찍고 지나가야 하다니. 너무 억울하다.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람들 틈을 비집고 고개를 내밀어 본다. 최근 서울시립미술회관에서 열린 “샤갈 전시회”도 마찬가지였다.
전시회에 가면 사람들마다 각자의 감상 방법이 있는 것 같다. 그림만 보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화가의 생애와 삶, 작품설명에 대한 글들을 꼼꼼이 챙겨 읽으면서 그림을 눈에 넣어 가기라도 할 듯이 들여다 보는 사람도 있다. 어느 편이 더 좋다고 딱 잘라서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오아이면 전시회에 가기전에 미리 화가의 생애와 삶, 작품 등에 대한 사전 지식을 담고 간다면 그림 보는 재미가 좀 더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미술사의 화가나 작품은 그 수가 엄청나다. 그래서 그림에 대한 책을 읽어 볼 생각으로 이것 저것 골라보면 대부분 내용이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개되는 화가나 작품이 거의 대동소이하다. 지은이들의 개인적인 감상까지 곁들여지면 책의 쪽수는 자꾸 불어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지은이의 주관적인 감상이 들어간 책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그림을 볼 때 선입견이 형성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점에서 곰브리치가 쓴 ‘서양미술사’처럼 서양미술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개설서가 좋은 것 같다. 물론 양이 많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화가들에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들까지 망라되어 있고, 서양역사와 맞물려 있는 내용들이어서 읽기가 쉽지 않은 면은 있다. 하지만 그림 읽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가장 적당한 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로도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하고 그림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열독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는 어떻게 이 책 안에 그 많은 화가와 작품들을 수록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처음 책을 펼쳐 들었을 때도 깨알같은 글자와 짧은 문장, 그리고 만화로로 인해 다소 산만하게 느껴져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읽을수록 만화 형식이 눈에 익숙해지면서 생각보다 의외로 재미있는 면이 있었다.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 미술사적 의의를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다른 두꺼운 미술 서적과 비교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 있지만, 일반인들이나 전문적인 내용보다는 간단한 내용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책이지 않을까 한다.
서양미술사에서 큰 흔적을 남긴 화가 101명을 2페이지에 만화 형식으로 가나다 순으로 실어두고 있다. 게인즈버러, 고갱, 고야, 고흐 등을 시작으로 호쿠사이, 홀바인, 후지타, 휘슬러까지 총 101명의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학예사가 인터뷰어로 등장하고, 북극곰 곰돌이는 미술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 캐릭터로 등장시켜 학예사에게 미술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책은 2페이지에 화가의 인생, 성격, 미술사적 의미, 작품, 작품 도판과 타이틀, 그리고 인생연표 등을 수록하고 있다.
한꺼번에 다 읽기보다는 몇 편씩 틈 나는대로 읽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았다. 많은 내용을 간략하게 간추린 만큼 빨리 읽고 지나가면 제대로 기억에 남지 않는 면이 있었다. 전시회에 갔을 때 배포하는 팜플렛을 읽는 느낌이다. 비록 짧고 간단한 내용이지만 작가들의 고뇌와 그림에 대한 열정을 읽는데는 큰 무리가 없는 재미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