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로 살 때 행복하다
박은미 지음 / 소울메이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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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로 살 때 행복하다」철학적 안식처

 

 

 

철학적 안식처

사람은 굉장이 오묘하고 애매한 존재다.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이율배반적이기도 하다. 특히 현대인들은, 지겨워하면서도 놓치면 불안해하고 전전긍긍해하는 이상한 면이 있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프레브르는 이런 현상을 '일상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흑 아니면 백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지는, 판단을 간편화하고 싶어지는 '휴리스틱'이 발동하지만 세상일이란, 특히 인간의 마음과 성향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없는 법이다. 우리나라에서 안중근 의사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훌륭한 열사지만 일본에선 흉악한 암살범이기만 하다. 오사마 빈라덴은 우리에겐 세계 최악의 테러범 중 한 명이지만 알 카에다의 입장에선 우상적인 영웅이다. 이런 인간의 다양성과 예측할 수 없는 많은 특성들은 재밌고 흥미롭기도 하지만 때론 상처가 되어 아픔으로 다가오곤 한다. 현대인들은 이런 아픔을 풀어내기 위해 '힐링'을 외치며 심리학 서적을 뒤적거리고 정신과 의사나 맨토를 찾아다니지만 「진짜 나로 살 때 행복하다」는 진정 필요한 건 철학적 생각이라고 말한다.

 

「진짜 나로 살 때 행복하다」에선 인간에게 주어지는,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여러 상황들을 제시하며 조언을 해주고 있다. 현대에서 우리가 느끼는 좌절감과 절망감은 초침이 한 바퀴돌 듯 시도때도없이 찾아오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스스로를 아끼며 행복하게 살아갈 마음가짐을 알려주는 것이다. 언제나 부족하게 느껴지고, 딱 나일 수밖에 없음에 괴로워하는 당신에게 100프로의 자신을 생각하지 말고 80프로의 자신을 사랑하라고 위로해주기도 한다. 언제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마음 밑바닥을 울리며 오늘도 지쳐가는 나에게 철학적 휴식을 가져다 주는 마음의 안식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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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만 할까?
열린사회참교육학부모회 지음 / 베이직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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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할까?」꿈을 위한 평생공부

 

 

 

 

꿈을 위한 평생공부

 

2009년 국제비교연구에서 우리나라는 151개 고교에서 5612명이 참가하였고, 문제해결력 소양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고 학업 성취도에서 읽기 2위, 수학3위, 과학 4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국제비교에서의 이런 성취는 교육계는 물론 국민적으로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P. 104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참 대단하다. 위와 같은 학업 성적이? 아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365일 내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오직 공부에만 매달려 살아가며 마치 행복을 잠시 미뤄둔 듯, 공부외의 모든 것이 유보되어 있는 삶을 끈기있게 버텨내는 것이 대단하다. 난 학창 시절에도 어지간히 입시 공부에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그토록 열심히 할 수 있을까에 대해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과연 그들은 공부라는 참 의미를 알고 있는 것인지, 지금 외우고 있는 수학 공식과 영어 단어가 인생에 필요한 지식인지는 의문이다.

 

언젠가 미국의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필요하지 않을 지식을 배우기 위해 허비하고 있다." 고 꼬집은 적이 있다.

P. 30

 

우리는 선행학습이라는 과도한 교육열을 바탕으로 사교육과 조기교육을 키워냈으며 청소년들을 15시간 이상 책상 앞에만 매달려 있는 괴물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나라를 망치는 고질적인 병폐, '망국병'의 근원이라는 비난을 뒤집어쓰고 있으면서도 그 기세는 멈출 줄 모른다. 「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할까?」는, 도대체 우리 교육의 문제는 무엇인지, 선행학습이 정말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등 우리가 선행학습을 통해 잃어버린 것들과 앞으로 찾아야할 것등을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공부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학생이었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공부를 하길 원하셨지만 별다른 강요를 하지 않으셨고 나 또한 학교에서 하는 공부에 전혀 의미를 둘 수 없었다. 서울대에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한 2살 터울의 누나가 입학 후에도 공부에 매달려 있는 걸 보며 그 이유를 물어보니 "공부는 평생 하는 거야."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누나의 말에 동의하고, 책 212페이지에 수록되어 있는 국제고등학교 1학년 최유진 학생의 사례에 절실히 공감했다.

난 그때 공부에 대해 착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청소년들도 역시 공부라는 개념을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공부는 일반적으로 입시에 맞춰 수리, 언어, 외국어를 주입식으로 배우는 행동을 생각한다. 하지만 공부는 자신이 원하는 지식을 습득하는 데 의미가 있다. 수학자가 꿈인 아이는 개념 원리를 꾸준히 이해하는 게 공부가 되겠지만, 축구 선수가 꿈인 아이는 해외 축구리그를 시청하는 일이 공부가 될 수 있고, 프로 게이머가 꿈인 아이는 유명 프로 게이머의 강의 동영상을 보는 게 공부가 된다. 나는 요즘 하루의 대부분을 나의 꿈을 위한 공부로 시간을 보내며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학창 시절에 루트나 로그 따위를 배우며 낭비 했던 시간을 아깝게 생각한다.

 

그런데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과학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나서 이과로 진로를 정하게 되었어요. 그 때부터 확실한 저만의 꿈이 생겼죠.

'MIT에 진학해서 훌륭한 뇌공학 교수가 꼭 되겠다.' 이게 제 꿈이에요. 꿈이 생기고 나니 단순히 내일 시험이 있으니까 공부하고, 모레까지 숙제가 있으니까 공부하는 수동적인 생활에서 벗어나서, 제가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서 하게 되었어요. 학교 공부 이외에 스스로 하는 공부에 대해 저만의 커리큘럼을 제 손으로 짜보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공부는 '당연한 것'을 넘어서 '즐거운 것'이 되어 있었어요.

물론, 학교를 다니다 보면 제가 하고 싶은 공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하는 공부가 제 꿈을 이루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하니 공부하는 것이 정말 즐거워졌어요. 공부의 진짜 재미를 찾은 거죠.

P. 216

 

위 인터뷰는 국제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최유진 양의 인터뷰다. 최유진 양은 사교육의 주범으로 찍혀(?) 늘 공격을 받는 국제중학교에서도 사교육을 받지 않고 혼자 공부해서 2년 내내 거의 1등을 놓치지 않으며 한 학년을 뛰어넘어 조기졸업을 하였고, 그 후에도 고등학교에서 선배들과 함게 공부하며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대단한 학생이다. 과연 최유진 양은 남들과 다른 두뇌를 타고 나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맹신하고 있는 선행학습은 오히려 학생들의 학업 의욕과 동기를 무너트리며, 불행하게도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우리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꾸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시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은 뭘 하고 싶은 지, 뭘 해야할 지도 모른체 아무런 목적 의식없이 기계적으로 학교를 다니며 인생을 소비하고 있다. 학교 안에서 별다른 목표가 없기 때문에 시간을 보낼만한 탈선과 일탈을 생각하고, 시간을 때울만할 일을 찾다가 재미로 친구들을 괴롭히기에 이른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현재 우리 사회엔 공부 잘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가 순서대로 줄 서있을 뿐, 학생들의 적성과 인성을 고려한 학교는 존재하지 않다고 봐도 무방하다.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보통교육 단계의 학교들까지 서열화하려고 든다. 얼마 전 우리는 그런 일을 경험한 바 있다. '학교 선택권 보장'과 '교육의 질 제고'란 미명 하에 도입된 자립형 사립고가 그것이다. 고등학교조차 '자립형 사립고, 특수목적고, 자율학교, 일반계고, 실업계고" 순의 서열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학교가 서열화디어 있는 비평준화 지역에서 오히려 학교간의 교육적 경쟁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는 경험적 사실을 외면할 작정인가?

P. 139

 

홍익대 수학교육과 박경미 교수는, 선생학습을 '일어서서 영화 보기'라며 조롱 했다. 영화관에서 맨 앞줄 관객이 일어나면 그 다음 줄 관객은 할 수 없이 일어서야 하고 결국 모든 사람이 일어나는 것과 같다. 선행학습은 일부가 시작하면 옆 사람은 눈치 보며 따라할 수밖에 없다. 앉아서 보나 서서 보나 동일한데 괜히 일어나 관람함으로써 피로감만 쌓이는 것처럼, 선행학습은 소모적이라는 뜻이었다.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비로 인한 가정경제 파탄 등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원치 않는 선행학습은 가장 먼저 일어선 학부모의 조바심과 이기심으로 시작 됐다. 그리고 그런 조바심과 이기심을 부추긴 정부의 교육 제도는 장기간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아직도 훗날 자녀가 생겼을 때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할 지 많은 고민이 된다.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남들과 같이 선행학습의 늪에 빠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할까?」을 읽으며 느꼈던 교훈을 바라보게 된다면 아마도 꿈을 위한 교육을 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학부모, 예비 학부모가 있다면 「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할까?」를 읽으며 선행학습에 대한 오해와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게 좋을 것이다.

 

루소의 에밀 중에 이런 글귀가 있다. "자식을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언제나 무엇이든지 손에 다 넣어 주는 일이다." 이 한 마디에 '부모 역할'의 요체가 숨어있다. 진정 자녀를 사랑한다면 수동적으로 끌고 다니기보다 스스로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이끌어야 한다. 그것만이 자녀가 공부를 '고통'이 아닌 '행복'으로 느끼게 하는 유일한 비결이다.

P.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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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경 - 동양 고전에서 배우는 이기는 기술
자오촨둥 지음, 노만수 옮김 / 민음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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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쟁경」말은 칼보다 아름답다
 
 

 

말은 칼보다 아름답다

 

 

말로 하는 싸움, 논쟁은 종종 주먹이나 무기를 들고 육체로 행하는 싸움보다 화려하고 치열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에 못지 않은 희열을 준다. 소크라테스가 충중들을 모아놓고 영원히 기록될 변명을 한 일1이 그랬고 큰 인기를 모았던 일본 법정 드라마 리갈 하이의 변호사들이 그랬다.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라는 말 한 마디로 18세기 프랑스 대혁명을 촉발시킨 일만 보더라도 말이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지금껏 세상에는 예술로까지 평가될 '말'을 뿜어냈던 논변가들이 존재하고 「쟁경」에서는 춘추 전국 시대부터 청나라까지, 보고 배울 수 있는 우수한 논변의 사례들을 수록해놓았다.

춘추 적국 시대로 접어든 뒤 논변을 불꿏이 활활 타오르듯 그 기세가 자못 왕성한 형세였다. 혀는 검과 같고 입술은 창과 같은 논변가들이 예리한 언사로 상대 논객과 날카롭게 맞서는 논변 장면이 사람들의 마음을 흥분시키고 격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른바 말솜씨로 천하를 주름잡는 유세객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P. 6
 
말이란 건 정말 재밌는 것이어서, 회색을 흰색이라 주장할 수도 있고 검은색이라고도 설득할 수 있다. 흔히 '말도 안 되는 말'을 지껄이면서 완벽하다할만한 진리를 뒤집어버리고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묘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말이다. 
정나라의 어느 부잣집 자제가 물을 건너다가 발을 헛디뎌 유수의 급류에 휩쓸려 죽었다. 어떤 사람이 그 부잣집 자제의 시체를 찾아냈다. 시체를 찾은 사람이 부잣집에 가 돈을 받고 시체를 팔려고 했다.
시체를 찾은 사람은 진기한 물건이 가득 쌓여 있는 부잣집을 보고 시체의 값을 높이 불렀다. 부호는 하는 수 없이 수레 다섯 대만큼의 책을 읽어 학식이 풍부하다는 등석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등석이 부자에게 한 수 가르쳐 주며 말했다.
"안심하시오. 당신 집 말고는 시체를 다른 사람에게 팔지 못할 것이오."
부호는 등석의 말이 옳다고 여겨 집으로 돌아가 태연하게 기다렸다. 시체를 찾은 사람은 부호가 시체를 사지 않으면 시체가 썩을까 봐 걱정스러웠다. 그가 하는 수 없이 등석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하자. 등석이 이번에는 이렇게 말했다.
"안심하시오. 부호는 당신 말고는 반드시 다른 데서 시체를 사지 못할 것이오."
이것이 천고의 세월 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부호색시' 고사다.
P. 62
 
「쟁경」은 스펙 쌓기에만 급급한 현대인들에게 큰 교훈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스펙이라는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지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 큰 위안이 될 수 있겠지만, 자신이 주장하는 바, 의견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면 그것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기한지난 티켓이나 다름이 없다. 현대에서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급속도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하다. 누군가와 소통하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고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식탁에서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는 중학생 딸을 둔 중년 가장이나, 서로간의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등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는 남북간의 문제만 보더라도 소통의 부재는 일상과 사회 깊숙히 파고 들어온 큰 문제다. 인류의 화합과 협동을 이끌어내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 소통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다면 어쩐지 입 바른 소리만 줄줄 늘어놓는 흔한 자기계발서들 보다는 「쟁경」을 통해 진리를 발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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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크라테스의 변명, 플라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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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그리다, 빠지다, 담다 - 마음 가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뉴욕아트에세이
박아람 글.사진 / 무한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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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그리다 빠지다 담다」예술로 전율을 느끼기 좋은 방법


 

 

 

예술로 전율을 느끼기 좋은 방법

 

가끔 시오노 나나미1의 묘사가 떠오른다. 아무래도 그녀의 분위기가 아직 내 몸에서 가시지 않은 것 같다. 병원에서 채혈을 기다리며 읽었던 그녀의 책이 인상에 깊이 박혀있다. 황금빛을 물든 오후 2시의 잠든 로마 거리가 문득문득 느껴진다. 아마 병원 도서관에서 홀로 느낀 감정이 그대로 맺혀있기 때문일까. 나는 그때 정지된 시간 안에 혼자 사고하는 아찔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 게 됐는데 그 도서관은 관계자 외에 출입할 수 없는 곳이었다. 건물 안이라 빛은 들어오지 못했지만 그 순간은 가히 황금빛으로 물든 황홀한 순간이었다. 「뉴욕 그리다 빠지다 담다」의 작가가 허드슨 강을 보며 느낀 감정도 이와 비슷한 것 아니었을까. 미술 작품 하나하나가 인생에 맺혀버리는 소중한 경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럭셔리하면서도 경제적이고 게다가 여술적 가치가 넘치는 그런 미술관 레스토랑이 있다면 어떨까.(중략)

레스토랑 창문가 테이블에 앉아 오후 햇살에 반짝이는 허드슨 강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속의 근심 걱정이 다 사라지는 듯 했고, 시간과 공간이 멈춘 듯해 주위의 조용함이 신비롭게까지 느껴졌다.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보였다. 굳게 다문 입과 강렬한 눈매를 가진 그녀는 한 손으로 힘차게 횃불을 뻗어 올리고 있었다.

P. 29

 


 

팀 버튼의 일러스트집을 사는 선배가 있었다. 소설을 쓰던 선배는 그림에서 영감을 얻을 때가 있다고 했다. 글과 그림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덧 그 선배의 그때 나이를 훌쩍 넘기고,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와 사귀게 되고, 미술에 관한 책을 읽고, 한 눈에 전율을 일으키는 그림을 만나며 생각이 참 많이도 바뀌었다. 그림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상상력이 머리 속에서 꾸물꾸물 거리며 자신의 영역을 표현한다. 그리고 어느 예술과 같이 이야기가 담겨있다. 남의 상상력을 엿보는 일, 접촉하는 일은 너무나 즐거워 인생에서 예술을 빼놓지 못하게 한다.

 

 

1898, 존 콜리어 작의 고다이버 부인2이다.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마치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난 것3처럼 일순간 모든 세포가 이 작품에 대해서만 반응할 정도였다. 아마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인생을 송두리째 흔든 예술 작품이 있을 것이다.

 

뉴뮤지엄의 작품들은 벽에 걸려 말이 없는 갤러리의 2차원적인 작품이 아니다. 3차원과 4차원을 넘나들며 공간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현대미술작품이었다.

P. 71

 

 

「뉴욕 그리다 빠지다 담다」는 작가가 뉴욕에 있는 미술관, 박물관을 순례하며 적은 여행 에세이다. 책의 구성이나 디자인은 소장하고 싶어질만큼 예쁘고 잘 꾸며졌지만 내용은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여행 에세이가 지향하는 내용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일반적인 정보나 가이드가 아닌 그녀의 삶과 접촉한 예술 이야기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뉴욕 그리다 빠지다 담다」에선 이렇다 할 그녀만의 이야기가 부족하고 사진 또한 인터넷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사진들이다. 독자가 원하는 사진은, 검색으로 찾아볼 수 있는 사진이 아닌 사색으로 빠져들 수 있는 사진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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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본의 작가. 이탈리아에서 독학으로 이탈리아사를 공부하면서 다양한 저서들을 집필하였다.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으로 1970년 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수상하였다. 1992년부터 로마의 장구한 역사를 집필하기 시작하여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출간하였다.
    [출처] 시오노 나나미 | 두산백과
  2. 11세기경 영국 코벤트리의 영주의 부인이었던 레이디 고다이바. 남편인 영주 레오프릭의 과도한 세금 징수로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지자 그녀는 백성들을 위해 남편에게 세금경감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 간청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수치심을 버리고 영지를 나체로 도는 과감한 시위를 통해 남편 레오프릭과 마을 사람을 감동시키고 결국 세금의 경감을 이끌어냈다. 몰래 엿보는 사람을 뜻하는 ‘피핑 톰(Peeping Tom)’이나 ‘고다이바이즘(godivaism)’, 벨기에산 초콜릿 ‘고디바’의 기원이 되기도 했다.
  3.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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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안목 - 고전과 비즈니스에서 세상과 사람을 읽는 법을 배우다
김봉국 지음 / 센추리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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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자의 안목」승자의 역사는 반복된다

 

 

 

승자의 역사는 반복된다

 

대기업의 회장님들이나, 하다못해 임직원만 하더라도 마치 태어났을 때부터 그 자리에 올라갈 것으로 정해진 것 마냥 모태 승자였을 거라는 착각을 한다. 그들은 엄연히 남들과 다른 시각을 지니고 스스로를 단련 했으며 남들에게 대하는 행동이 달랐다. 그리고 역사는 끊임없이 승자들을 증명해왔고 그들에게서 공통점을 말해준다. 「승자의 안목」에서는 고사의 사례를 통해 역사의 승자들을 조명하고 그들에게 인생을 배운다.

 

승자가 된다는 건 곧 리더가 되는 덕목을 배우는 일과 같다. 나는 뭔가에 리더가 아니야, 앞으로도 리더는 되지 않을 거야 라고 생각하며 리더십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하게 된다면 이건 큰 오산이다. 우린 자신의 삶에 리더이지 않은가. 나를 이끌고 지휘해 나가야 할 사람은 나 이외엔 없다. 리더쉽을 배우는 일은 앞으로의 내 인생을 어떻게 틀어잡을지 방향 감각을 찾는 일과 같다. 이게 「승자의 안목」을 읽어야하는 이유 중 하나다.

사회생활을 하면 누구든지 이미 무언가의 리더다. 무슨 장(長)을 달고 있다면 당연히 그럴 것이고, 설사 아직 장을 맡지 않고 있어도 일을 할 때는 어떤 식으로든지 리더의 역할을 하게 된다. 어떤 일을하든, 무슨 업무에 종사하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P. 25

 

자기개발서들이 으레 그렇듯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말을 하는 것 같고 실행 하는 일이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주지 않아 그냥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알고 있지만 실행하기가 어려운 법이라고 윽박 지르긴 하지만 수십 년간 가지고 온 생활 태도나 습관을 한 순간에 바꾸기엔 아무래도 쉽지 않는 법이고,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설득력이 약하기도 하다.「승자의 안목」은 자기개발서들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를 문답과 고사 사례를 통해 설득력을 높였다. 직장 생활, 혹은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 놓인 사람들이 흔히 고민할만한 것들에 대해 물어보고 거기에 답을 제시하며 역사가 증명한 고사의 적절한 사례를 들먹이며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학창 시절,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미래에 대한 해답을 내놓기 위해라고 했다. 그땐 입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 하는 처지 였지만 이제는 진짜 승자들의 역사를 보고 배워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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