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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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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의 적나라한 현실을 까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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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시집 범우문고 46
서정주 지음 / 범우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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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 
 

 시 중에서 미당 서정주의 작품들이 아마도 중 고등학교 교과서, 문제집에 가장 많이 실려 있지 않을까? 추천사, 춘향유문, 국화 옆에서, 자화상, 무등을 바라보며, 동천, 귀촉도... 학창 시절 접했던 작품으로 벌써 이만큼이나 쉽게 제목이 떠오른다.

 

 抒情주인가? 참으로 아름답고 감개무량하게 시를 쓴 사람이다. 게다가 우리 고유는 물론 세계 각국의 신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신비로운 느낌의 시도 남겼다. 옛 동화를 읽으며 꿈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의 시들... 그런 스타일의 시 중 특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신부(新婦)'라는 시다.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읍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다리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곤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읍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벼렸읍니다.
 그러고 나서 사십년인가 오십년이 지난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읍니다. 안스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 버렸읍니다. 초록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읍니다.

 

 TT 어떻게 이런 시를 쓸 수 있지? 무표정한 채로 우울하게 앉아 있는 신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연두색 저고리에 다홍치마 입고, 연지곤지 찍고 족두리 쓴 신부가 재로 바스라지는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에로틱한 느낌이 든다. 성적인 묘사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시에서 그가 묻힌 리비도를 감지했다. 내 상상이 지나친건가? --;; 변태인가?? 신부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의 시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화사, 가시내, 입맞춤, 호가의 전설 등에서...

 

 아내를 끔찍히도 사랑한 그의 애틋한 마음을 볼 수 있는 시도 있었다. '내 아내'에서는 '나 바람 나지 말라고' 아내가 떠 놓은 냉숫물 사발에 그녀와 자신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각자의 숨결을 담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내 늙은 아내'에서는 나이 든 자신의 아내에게 '양귀비 얼굴보다 곱네'라고 말하며 '천국이나 극락에 가더라도 그녀와 함께 가볼 생각이다'라고 고백한다. 말년에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자 시인은 식사도 제대로 안하고 맥주만 마시다가 곧 아내의 뒤를 따랐다고 한다. 그게 아마 2001년 경이지.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썼고 '아침이 언제나 맨 처음 열리는 나라 사람'들을 칭찬하고 자랑스러워 했던 사람이 무슨 마음을 먹고 친일을 하고 군사 정권을 위해 용비어천가를 불렀을까? 이런 사람이 조선을 유린한 일제를 찬양하고 5월 광주를 짓밟은 전두환을 칭송했다는 사실이 역겹게 까지 느껴진다. 잘 모르겠다... 왜 그랬을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무언가 큰 단점이나 결함을 지니고 있을 때 느껴지는 서글픔, 열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마음은 알 수 없다는 그 혼돈.

 

 그런 생각이 마음 속에서 잉크처럼 번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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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4 22: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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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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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은 권력이다
박정자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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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은 권력이다
박정자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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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헤겔, 사르트르, 벤담 이론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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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은 권력이다
박정자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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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부산의 한 독서토론회 오프모임에 참가해보려고 산 책이다. 아쉽게도 다른 일정 때문에 그 모임에는 가지 못했지만... 내 개인 취향대로만 읽는다면 이 책은 내가 따로 펼치지도 않았을 책이다. 억지로 첫 페이지를 열었다. 이로인해 오히려 깨닫게 되었다. 책을 혼자 읽는 것보다 독서모임을 조직해서 읽는 게 훨씬 다양하고 넓은 시야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내가 관심 갖고 있는 분야 이외의 영역에 대해서도 탐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는가? 읽고 난 후에 서로 생각 나눔을 하면서 내가 찾지 못했던 면을 타인을 통해 알 수도 있지 않는가?
 
 자발적으로 읽기 시작하진 않았지만 책을 덮고 난 후에는 자발적으로 이렇게 후기를 쓰고 있다. 한국십진분류표 100(철학) 항목에 속하는 책을 정말 오랜만에 읽었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주었다. 활자 속의 이론들을 내 주변 현실에 적용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저자는 '시선이 인간관계의 기본인 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는 내용으로 시작해서 사르트르의 대타이론, 헤겔의 인정투쟁, 벤담의 판옵티콘, 푸코의 권력이론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 감시하는 시선, 공간 및 건축과 권력, 의료권력, 현대 전자 감시체제 등을 차근차근히 설명했다.
 
 2년 전 쯤 미셀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읽다가 어려워서, 뭔말인지 알아먹기 힘들어서 포기했었다. 이 책의 친절한 안내자를 통해서야 '감시와 처벌', 그 이외 푸코의 몇몇 저서 내용을 약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푸코가 기존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전복적 사유자라는 것도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아직 원전을 읽을만한 내공은 안되나보다. 가공식품 같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입에 잘 맞는 이런 해설서를 조금 더 접한 후에나 원전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감시하는 눈'을 갖고 일을 하고 있다. 권력과 권위의 시선을 구비하는 게 내 직책의 필수 준비 사항이다. 하지만 원래의 나는 그런 눈보다는 '우는 눈'을 지니고 싶어한다. 자끄 데리다가 말한 연민과 비탄의 따뜻한 눈, 저 아래 낮은 곳에서 한없이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눈. 그런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우리의 삭막하고 팍팍한 인간관계를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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