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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퍼시픽 실험 - 중국과 미국은 어떻게 협력하고 경쟁하는가
매트 시한 지음, 박영준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9월
평점 :
몇 주전 나의 최애 예능프로그램인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이효리가 "해외진출을 위해 부캐명을 마오로 하겠다."라고 농담을 던졌고 본방송을 보던 순간에는 그 말이 전혀 문제가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역시 이효리는 감각이 있다, 재미있다 정도로 생각하고 넘겼는데 그 후로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효리의 SNS는 중국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받기 시작했다. 아마도 중국인들의 영원한 정신적 리더인 "마오쩌둥"을 우스갯감으로 삼았다는 그들의 오해로 인한 듯 했다. 한국 문화에 관심많은 중국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지정학적으로도 가깝지만 문화적으로는 거의 실시간으로 교류를 하고 있구나 싶어 놀랍기도 했다. 이렇듯 문화적, 위치적, 경제적 등 다수의 이유로 우리는 중국과 동떨어진 삶을 생각할 수 없다. '대국이 기침만 해도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우스갯소리는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트럼프 vs 시진핑'발 무역전쟁에 관한 다양한 신문기사들이 연일 헤드라이트를 장식하는 요즘, 중국에 대해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아야할 <트랜스퍼시픽 실험>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트랜스퍼시픽에 대한 의미부터 짚고 넘어가자!
트랜스퍼시픽이란 본래 '태평양 저편'을 가리키는 형용사로 이 책에서는 중국과 미국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또 트랜스퍼시픽 실험이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민간 차원의 외교적 교류를 말하는데 학생, 기업가, 투자자, 이민자, 그리고 갖가지 아이디어의 역동적인 생태계가 이에 해당한다. 트랜스퍼시픽실험에 작용하는 힘은 두 가지인데 첫째가 중미 양국 간의 통합과 시너지를 확대하고자 하는 욕구에 따른 흡입력이고 두번째는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 이용 혹은 조종당한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반발력이라고 한다. 이러한 긴장감은 양국의 국민이 교류 중에 막대한 이익을 얻게하기도 또는 새로운 문제점이 발생하게 하기도 한다.
우리는 중국의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과거 미국에 유입되던 중국 이민자와는 달리 현재 미국 땅에 발을 디디는 중국인 투자자와 이민자는 가난한 노동자가 아닌 베이징의 스모그를 피해 비싼 동네의 고급 주택을 가구 사듯 사들이는 부자들이다. 중국은 자유시장, 자유언론, 민주정치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과 언론 문화에 대한 통제가 배합된 시스템에 의존해 현재의 모습까지 도달했다. 정치적 자유가 없는 나라는 혁신이 불가능하고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국민은 성공적인 문화 산업을 창조할 수 없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미국인들과, 그런 것들 없이도 미국의 존재를 위협하는데까지 발전한 중국, 이렇듯 너무나 다른 두 국가와 그들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해 매트 시한은 퍼즐조각을 맞추듯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중국 '완다' 그룹의 왕젠린이 할리우드에 진출한 사연은?
요즘 중국에서 연예인들과 염문설이 나는 재벌 2세 왕쓰총, 바로 중국 '완다'그룹 왕젠린의 아들이다. 셀럽보다 더 유명한 그런 아들을 둔 왕젠린은 과연 어떤 사람이고 어떤 식으로 미국과 손을 잡았는지 궁금해 먼저 펼쳤다.
그는 영화를 창조하는 과정엔 무관심했다. 다만 돈을 들여 영화 제작 회사나 그 기술을 통째로 사들였다! 2012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관 체인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산업에 뛰어들었고 2013년 칭다오에 360만 제곱미터 부지에 82억달러를 들여 '동방 영화 도시'라는 동방의 할리우드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할리우드와 영화 공동제작, 여러 굴지의 영화제작 기업들을 인수하려고 했으니 대부분 무산되었다. 이대로 영화부문에서의 중국과 미국의 문화적 교류는 실패하는가 싶었지만 <특수부대 전랑2>라는 새로운 장르의 중국 블록버스터가 중국의 풍부한 제작비와 할리우드 스타일의 촬영 기술이 더해져 꽤 훌륭한 작품이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소프트파워를 주도하는 나라는 미국이지만 이러한 영화를 보더라도 파워게임에서 언제나 미국이 승자일 것이라는 법이 없다는 것을 예감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재미있고 가독성이 뛰어난 책이다. '벽돌책'의 느낌을 물씬 풍기지만 펼쳐보면 매트 시한이 친한 친구에게 자신이 어떻게 중국분석가이자 언론인이 되었는지, 중국에 대한 편견이 없이 중국을 오가며 경험한 것들을 쉽게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시중에 나온 중국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 대한 책 중 가장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본 책이라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