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해보면 나는 참 근거가 없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라부아지에, 아보가드로수, 엔트로피, 원자 등의 이과(?)적 단어들은 절대 순수 문학작품에서는 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그것들은 전문용어로는 출현할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문학 그 자체의 소재나 뮤즈는 절대 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주를 만지다>에서는 물리학적 용어들이 더없이 낭만적이고 유연한 문학작품들의 소재나 뮤즈로 탄생했다.


1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인간이 감히 몇억 년의 여행을?

그래도 인간은 그 꿈을 꾸고 있다. <우주를 만지다> p.21


'광년'은 미친 여자라는 뜻을 지닌 단어가 아니다.(하하^^;;) 1광년이란 빛이 1년 동안 가야하는 거리라고 한다. 빛은 1초에 지구 7바퀴 반이나 되는 거리를 갈 수 있고 1억 5,000만 킬로미터 떨어져있는 태양까지도 8분이면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빛으로 한 시간도 아니고 하루도 아니고 4년이나 가야한다니!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도 최소 4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우주는 어마어마하게 크다. "네가 원한다면 별도 달도 따줄게."라는 유행 지난 사랑고백은 시대의 뒤떨어짐과 상관없이 절대 불가능이라는 걸, 아마 과학자들은 알 것이다. 라부아지에, 아보가드로수, 엔트로피, 원자 등을 이야기하는 필자를 포함한 과학자들은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런 고백을 할지도 모른다. 전연 불가능하지만 그런 불가능을 걸고서라도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걸, 아마도 과학자의 입에서 나온 별을 따다주마라는 사랑 고백은 더없이 낭만적일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일식이 당연한 천문현상이라는 것을 알지만.

<우주를 만지다> p.61

일식이란 지구, 태양 그리고 달이 일직선상에 있어서 태양이 달에 가려져 보이는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100년마다 한 번 있는 개기일식이라며, 호들갑을 떨며 잠도 자지 않고 그 순간만을 기다린다. 또 달빛 아래서 걷는 일은 왜 그렇게 로맨틱한 일인지!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디딘 후, 달은 물도 공기도 없는 삭막한 돌덩어리일 뿐인데 말이다.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이고 과거는 선택된 미래다. 양자역학적으로 다시 말하자면 미래는 관측되지 않은 상태이고, 과거는 관측된 기록이라고 한다. 나는 <우주를 만지다>를 읽기로 선택했고 나의 과거가 되었다. 조금은 어려웠지만 자연과 우주로부터 더욱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고 모든 사물을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우주라는 언어로 쓰여진 시를 읽고 느끼기, 참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안바다 지음 / 푸른숲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회사원들의 1년을 버티게 해주었던 여름휴가 바캉스, 깜짝 선물같은 대체휴일에 떠났던 여행 등 고단하고 단조로운 일상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던 여행이라는 존재가 우리의 삶에서 완벽하게 사라져버렸다. 떠나고 돌아오는 사람들을 하루에도 몇 차례나 실어나르던 비행기가 멈추듯 우리가 확신하던 그 모든 것들이 멈추어버렸고 모호해졌다. 단 하나 명확한 것은 우리가 우리의 여행을 되찾게 되더라도 언젠가 또 다시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또 다시 그것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은 이런 밀폐된 일상 속에서 집으로 여행을 떠나는 법을 알려준다. 나는 아마도 나의 거실과 침실, 발코니와 주방을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살던 집, 내가 사는 집으로 나는 얼마나 제대로 떠나봤을까.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p.16


집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이미 많은 예술가들에겐 익숙한 행위였던 것 같다. 18세기 후반의 작가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는 가택연금형을 선고받아 42일동안 자신의 방을 여행하고 <내 방 여행하는 법>을 썼고, 마르셀 프루스트는 침대에 누워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글을 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성했다. 우리도 현관, 거실, 침실, 화장실, 주방 그리고 욕조, 침대, 의자까지 집안의 구석구석으로 매일 떠나고 매일 도착할 수 있다.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으로 우리의 거주지로 여행 떠나는 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가로세로 1미터 남짓한 유예의 공간, 현관

현관은 공항을 닮았다. 현관과 공항의 물리적 크기는 전혀 닮지 않았지만, 머뭇거릴 수 있는 곳, 한 번 더 숙고해볼 수 있는 곳, 엉거주춤 서 있을 수 있는 곳, 떠나는 누군가를 잡을 수 있는 곳, 떠나보내기 싫어하는 누군가에게 잡힐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현관과 공항의 심리적 크기는 닮았다. 가장 짧게 머무는 곳이지만 가장 긴 여운을 남기는 현관은 우리의 작은 공항이다.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p.37


충분히 무력할 수 있고 마음껏 항복할 수 있는 공간, 침실


침대에서는 충분히 무력할 수 있고 마음껏 항복할 수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고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침대가 오로지 무력함만을 위해 준비된 공간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침대는 가장 많은 것을 상상하며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는 공간이기도 하다.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p.73


코로나19로 인해 두문불출하는 나와 아이들에게 집은 답답하고 재미없는 곳,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틈만 나면 신발을 들고 와서 밖으로 나가자며 비언어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며 때를 쓰는 2살배기 막내와, 틈만 나면 놀이터에 놀러가자며 울부짖는 큰 아이들에겐 아마도 집이 감옥같은 곳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을 읽고나니 집은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에게 굉장히 훌륭한 여행지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아이들에게 김밥 도시락을 싸주고 책상 의자를 나란히 놓아 만든 상상의 기차에 태워야겠다. 그리고 도착한 베란다에서 멋진 뷰를 감상하는 전망대에 왔다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내일만은 침대에서 점프하는 것을 허락하고 키즈카페에 왔다고 상상하게 할 것이다. 재미있는 그림책이 가득한 방에서는 도서관에 왔으니 좋아하는 책 2권만 빌리라고 이야기하고 저녁엔 욕조에 뜨끈한 물을 가득 담아 수영복을 입은 아이들 손목에 도장을 찍어주며 1시간 후에는 집에 돌아가야 한다고, 아쿠아월드에 온 걸 환영한다고 이야기해주어야겠다. 특별할 것 없는 집이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이 더해지면 더없이 멋진 여행지가 될 것이다. 혹시 집 안이 답답하고 권태롭다고 느껴진다면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을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움받는 생물도감
가니 멤마 지음, 신은주 옮김, 스키지 다쿠로 외 감수 / 길벗스쿨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 아이들이 거미, 사마귀, 노린재 등등 곤충 모형과 대화하고, 같이 목욕도 하기까지! 외출할 때 데려가지 않으면 슬퍼한다면서 엄청나게 아끼는 장난감 중 하나가 되었어요. 자연관찰전집 중에서도 거미, 메뚜기 이런 친구(?)들 나오는 시리즈만 좋아하구요 자꾸 할머니집갔다오면 살아있는 메뚜기 방아깨비, 심지어 사마귀까지 데려와요 ㅠㅠ

말그대로 "미움받는 생물"들, 아이들과 <미움받는 생물도감>을 보고나면 좀 괜찬하질까 싶었는데..엄마는 더 무서워졌어요!ㅋㅋㅋㅋ 아이들이 열광했던 <<미움받는 생물도감>을 소개해볼게요!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이 책의 분위기랄지, 다 느낌이 오죠? 생쥐, 지네, 지렁이, 까마귀 등등이 모여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는 <미움받는 생물도감>!

목차만 봐도 가슴이 두근두근ㅋㅋ, 생쥐, 진드기, 요충!! 노래기, 구더기!!, 촌충!! 목록에 나와잇는 이름들만 봐도 왜 책 제목이 <미움받는 생물도감>인지 아시겠죠? 그런데 아이들은 너무나도 좋아하더라구요. 맨 첫 페이지에서 소개되는 미움받는 생물은 <검정바퀴>!! 하...(웃는 것 아님 주의 ㅎㅎ) 아 진짜 자세히 나와있어서 저는 정말 이 책을 보면서 소름이 소름이!!ㅎㅎ 중요한 건 아이들은 굉장히 좋아했어요. 아이들 책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되는 거잖아요? 바퀴벌레 알집(알이 잔뜩 들어있는!!!)도 보자마자 소름이 돋았는데 아이들은 알을 몸에 지니고 다니냐며 호기심이 반짝거리는 눈으로 절 쳐다보았구요.(아마도 바퀴벌레를 실제로 보지 못해 그런듯) 바퀴벌레는 머리가 잘려도 살 수 있다는 거!!!!!(아 느낌표 백만개!!! ㅠㅠ)

두번째 생물은 제가 정말 무서워하는 생쥐라서 패스! 진드기부터 봅시다. 진드기는 인간의 피부를 갉아먹고 피를 빨아먹기도 하는 생물인데요 사람이 좋아하는 공간에서 잘 살기 때문에 항상 인간과 초밀착된 삶을 산대요. 겉보기에는 깨끗해보여도 1제곱미터당 100마리 정도의 진드기가 산다는..ㅜㅜ진드기의 번식력은 뛰어나지만 추위나 건조함, 열에는 아주 취약하기 때문에 청소를 자주자주해야해요!
이 밖에도 거미, 노린재 등등 어마어마하게 미움받는 생물들이 차례로 나타나요. 아이들은 아무 선입관없이 신기한 생김새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놀랍기도 했고 왜 저는 아이들의 눈으로 이 생물들을 보지 못하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기도했지만..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죠ㅠㅠ
생물 소개가 끝나면 그 뒷편은 만화가 이어져요~ 이걸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리얼 소름주의, 미움받는 생물 115종의 실물사진이 들어있는 실물도감 부분은 실제 사진과 더불어 간략한 생태정보가 함께 들어가있어요.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생물들까지 들어있는데 저처럼 벌레가 무섭거나 비위가 약한분들은 좀 피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은 역시나 열광했다는 후문입니다.ㅠㅠ

각 생물을 소개하고 나면 2~4페이지분량의 만화가 이어져요. 나름 작가님의 개그감을 엿볼 수 있어서 재미있기도 했구요 해충들로부터 피해를 받지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꿀팁도 들어있어서 엄마와 아이가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곤충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틀림없이 좋아할 책입니다! 추천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묵 박물관
오가와 요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아무 사전정보 없이 책 읽는 것을 즐긴다. 호기심으로 바짝 곤두선 나의 모든 감각이 예민하게

책을 탐색하며 책에 쓰여진 모든 것들을 날 것 그대로 받아들인다. 책이 주는 감정에 푹 빠져 유영하다보면 책 역시 나를 아무 조건없이 오롯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몰입감이 주는 쾌감이 상당하다. 아무 사전 지식 없이 펼쳐든 <침묵 박물관>,  딸기우유빛 핑크색의 표지가 준 달달한 첫 인상은 책의 초반부터 여지없이 깨졌다!



이 세상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박물관.


<침묵 박물관> p.46


박물관을 짓겠다는 노파와 그녀의 의뢰를 받아 고즈넉하다못해 고여있는 듯한 마을에 도착한 남자, 이 둘의 만남은 처음부터 기묘했다. 지나치게 열심이고 진지한 남자와 입만 열면 타박에 호통일색인 노파의 만남이라니, 심지어 이 노파가 박물관에서 전시하겠다는 물건은 다름 아닌 죽은 이들이 남긴 유품이었다. 유품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기획하고 만드는 것에 더해, 유품을 수집하는 임무까지 맡겨진다. 고인이 틀림없이 존재했다는 증거이면서 가장 생생하고 충실하게 그를 기억하는 물건, 죽음의 완결을 영원히 저지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아내 가져오는 것까지 남자가 해야할 몫이 되었다.



잇따라 발생하는 죽음, 그리고 사건들


 남자는 어쩌면, 누군가 죽음을 맞아 새로운 유품을 수집해야하는 일이 발생하기 전에 마을을 떠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바램과 달리 109세인 노인의 죽음을 시작으로 잇따라 죽음이 찾아온다. "장례식은 일종의 축제야. 어두운 바닷속을 헤엄치는 심해어처럼 유연하게 행동하는 거야(P.66)"라는 노파의 조언대로 장례식장에 참석해 주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유품을 수집하는데 성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어느 새 원래부터 죽은이들의 유품 수집과 침묵 박물관을 위해 존재했던 사람처럼 죽음이 매듭지으려던 생명을, 다른 의미로 지속시키는 일을 계속 해나간다. 



"매일 다양한 유품을 접하면서 깨달았어. 유품은 그 사람이 살아 있었다는 증거가 되는 물건인데, 왠지 사후 세계에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그러니까, 과거를 가둬놓은 상자가 아니라 미래를 투영하는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들어.(P118)"


 


104세의 나이로 죽음을 맞은 외과의사의 유품은 불법으로 귀 축소수술을 할 때 쓰던 메스였고, 69세 무명의 화가로 생을 마감한 여자의 유품은 36색의 유화물감이었으며, 평생 살림만 하다 폐렴으로 죽은 할머니의 유품은 자신보다 한 해 전 폐렴으로 죽은 개의 사체였다. 그들이 선택한 유품들은 하나같이 금전적인 가치는 없지만 망자의 삶을 요약해낼 수 있는 힘과 메세지가 담긴 물건들이었다. 계절이 세 번 바뀌었고 남자는, 자신이 그리던 박물관의 이미지를 하나둘 구현해냈다. 



유품을 전시하는 침묵 박물관과 범인을 알 수 없는 연쇄 살인 사건들, 여기에 침묵 전도사와 마을의 '울음 축제'라는 요소까지 더해져 조금은 음산하면서도 신비로운 <침묵 박물관>의 오묘한 이미지가 되어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내가 예상했던 결말과 좀 달랐기도 하고 좀 이해가 안되는 난해한 부분이 있어 '옮긴이의 말'이나 짧은 해설이라도 기대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이, 말 그대로 소설이 '끝'이 났다! 잠시 당황하기도 했으나 이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난, 집안일을 끝내고 잠든 아이들의 침대 머리맡을 정돈해주며 필요없는 집안의 불을 하나씩 끄고 나면, 식탁으로  가 <침묵 박물관>을 펴고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거대한 석조 마구간 앞에는 <침묵 박물관>이라는 명패가 있고 박물관 전시를 위해 몰두하고 있는 남자와 소녀에게 말을 건네 본다. <침묵 박물관>에 전시된 유품들이 죽음의 매듭을 풀고 존재의 영원한 세계를 구축해가는 것처럼 나는, 책의 열린 결말을 통해 나만의 스토리를 무한대로 상상해나간다. 독서의 묘미란,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는가.



#침묵박물관

#오가와요코

#작가정신

#이윤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랜스퍼시픽 실험 - 중국과 미국은 어떻게 협력하고 경쟁하는가
매트 시한 지음, 박영준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주전 나의 최애 예능프로그램인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이효리가 "해외진출을 위해 부캐명을 마오로 하겠다."라고 농담을 던졌고 본방송을 보던 순간에는 그 말이 전혀 문제가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역시 이효리는 감각이 있다, 재미있다 정도로 생각하고 넘겼는데 그 후로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효리의 SNS는 중국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받기 시작했다. 아마도 중국인들의 영원한 정신적 리더인 "마오쩌둥"을 우스갯감으로 삼았다는 그들의 오해로 인한 듯 했다. 한국 문화에 관심많은 중국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지정학적으로도 가깝지만 문화적으로는 거의 실시간으로 교류를 하고 있구나 싶어 놀랍기도 했다. 이렇듯 문화적, 위치적, 경제적 등 다수의 이유로 우리는 중국과 동떨어진 삶을 생각할 수 없다. '대국이 기침만 해도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우스갯소리는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트럼프 vs 시진핑'발 무역전쟁에 관한 다양한 신문기사들이 연일 헤드라이트를 장식하는 요즘, 중국에 대해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아야할 <트랜스퍼시픽 실험>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트랜스퍼시픽에 대한 의미부터 짚고 넘어가자!

트랜스퍼시픽이란 본래 '태평양 저편'을 가리키는 형용사로 이 책에서는 중국과 미국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또 트랜스퍼시픽 실험이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민간 차원의 외교적 교류를 말하는데 학생, 기업가, 투자자, 이민자, 그리고 갖가지 아이디어의 역동적인 생태계가 이에 해당한다. 트랜스퍼시픽실험에 작용하는 힘은 두 가지인데 첫째가 중미 양국 간의 통합과 시너지를 확대하고자 하는 욕구에 따른 흡입력이고 두번째는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 이용 혹은 조종당한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반발력이라고 한다. 이러한 긴장감은 양국의 국민이 교류 중에 막대한 이익을 얻게하기도 또는 새로운 문제점이 발생하게 하기도 한다.


우리는 중국의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과거 미국에 유입되던 중국 이민자와는 달리 현재 미국 땅에 발을 디디는 중국인 투자자와 이민자는 가난한 노동자가 아닌 베이징의 스모그를 피해 비싼 동네의 고급 주택을 가구 사듯 사들이는 부자들이다. 중국은 자유시장, 자유언론, 민주정치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과 언론 문화에 대한 통제가 배합된 시스템에 의존해 현재의 모습까지 도달했다. 정치적 자유가 없는 나라는 혁신이 불가능하고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국민은 성공적인 문화 산업을 창조할 수 없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미국인들과, 그런 것들 없이도 미국의 존재를 위협하는데까지 발전한 중국, 이렇듯 너무나 다른 두 국가와 그들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해 매트 시한은 퍼즐조각을 맞추듯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중국 '완다' 그룹의 왕젠린이 할리우드에 진출한 사연은?

요즘 중국에서 연예인들과 염문설이 나는 재벌 2세 왕쓰총, 바로 중국 '완다'그룹 왕젠린의 아들이다. 셀럽보다 더 유명한 그런 아들을 둔 왕젠린은 과연 어떤 사람이고 어떤 식으로 미국과 손을 잡았는지 궁금해 먼저 펼쳤다.

그는 영화를 창조하는 과정엔 무관심했다. 다만 돈을 들여 영화 제작 회사나 그 기술을 통째로 사들였다! 2012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관 체인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산업에 뛰어들었고 2013년 칭다오에 360만 제곱미터 부지에 82억달러를 들여 '동방 영화 도시'라는 동방의 할리우드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할리우드와 영화 공동제작, 여러 굴지의 영화제작 기업들을 인수하려고 했으니 대부분 무산되었다. 이대로 영화부문에서의 중국과 미국의 문화적 교류는 실패하는가 싶었지만 <특수부대 전랑2>라는 새로운 장르의 중국 블록버스터가 중국의 풍부한 제작비와 할리우드 스타일의 촬영 기술이 더해져 꽤 훌륭한 작품이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소프트파워를 주도하는 나라는 미국이지만 이러한 영화를 보더라도 파워게임에서 언제나 미국이 승자일 것이라는 법이 없다는 것을 예감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재미있고 가독성이 뛰어난 책이다. '벽돌책'의 느낌을 물씬 풍기지만 펼쳐보면 매트 시한이 친한 친구에게 자신이 어떻게 중국분석가이자 언론인이 되었는지, 중국에 대한 편견이 없이 중국을 오가며 경험한 것들을 쉽게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시중에 나온 중국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 대한 책 중 가장 신선한 시각으로 바라본 책이라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