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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ㅣ 허밍버드 클래식 M 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윤도중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8월
평점 :
내 일생 중 가장 눈부시던 시절에 읽어보았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인생의 중턱즈음인 지금 읽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인생의 개화기에서 그 무엇도 두렵지 않던 당찬 나에게도 짝사랑, 애인의 변심, 실연은 너무도 극복하기 힘든, 지독한 슬픔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한 비극이 또 있을까? 하지만 사랑의 비극보다 더한 것은 어쩌면 청춘이 가진 태생적 불완전함에서 오는 아픔일지도 모른다. 아버지 헬리오스의 태양마차에 올라타기를 욕망했으나 결국 추락하고 말았던 파에톤처럼, 나는 젊음과 청춘을 두 손에 든 채 어찌할 바를 몰라 아낌없이 소비하며 다치기도, 남을 다치게 하기도 하며 보냈던 것 같다. 그 시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받은 느낌은 지독하게 슬프지만 그만큼 아름다웠던 것 같다. 지금, 혹독한 인생의 담금질 후에 읽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슬프면서도 기괴하게 아름다웠다. 사랑이든, 사랑이 아닌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면 다 달리 볼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이 사실은 시간이 지나고나서야 깨닫게 되지 그 당시엔 알 수가 없다.
인생은 한바탕 꿈에 불과하다.
감수성 예민하고도 섬세한 베르테르는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이모댁에 가서 머무르게 된다. 허물없이 여러 사람을 사귀고 때로는 호메로스와 커피를 마시며 발하임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도회에 참석하는 길에 샤를로테를 만나게 된다. 그녀에겐 결혼을 약속한 알베르트가 있었지만 로테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게되며 사랑의 비극은 시작되었다. 그는 한바탕 꿈과 같은, 사랑에 휘말려버렸다.
깨어서도 꿈 속에서도 그녀가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다!
베르테르는 겉잡을 수 없이 로테를 사랑하게 된다. 심지어 알베르트가 곁에 있어도 감정을 감추지 못했고 어느 순간에는 그들앞에서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한 공사를 도와 일을 하기 위해 로테를 떠나게 된다. 그 곳에서 B라는 백작아가씨를 만나게되고, 사랑에 빠지는 듯 보였지만 그녀때문에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고 또 다시 로테의 곁으로 되돌아가게된다. 그리고 이 비극은 파국을 향해 맹렬히 달려간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로테를 찾아간 베르테르는 한 살인사건에 대해서 듣게 된다. 한 과부의 머슴이 과거 그녀와 내연관계였던 또다른 머슴에게 피살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베르테르는 피의자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과부를 사랑했던 머슴과 로테를 사랑하는 베르테르, 베르테르는 그를, 아니 어쩌면 자기 자신을 구명할 길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는다. '너와 나, 우리는 구제받을 길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베르테르와 그의 친구인 빌헬름이 주고받는 편지형식을 취하고 있다. 베르테르가 사랑에 빠지고나서부터 사랑의 열병을 앓으며 사랑의 괴로움과 고통 사이를 반복하다가 결국 죽음을 결심하게되기까지의 감정이 여실히 잘 담겨 있다. 그는 죽음을 결심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로테에게 입을 맞춘다. 그에 대한 벌로, 스스로에게 죽음이라는 선고를 내리고 알베르트에게서 빌린 총으로 결국, 자살을 한다. 그의 치기어린 젊음이 그의 사랑을 파국으로 몰아갔고 죽음으로 사랑을 완성했다. 자살을 감행하고 숨이 붙어있던 몇 시간동안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과연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완성된 사랑에 만족했을까?
허밍버드의 클래식M의 네번째 책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새로운 번역으로 가독성도 높고 또 한 손에 들어오는 작고 가벼운 사이즈로 휴대성을 높아 어디서든 이동하며 손쉽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빈티지한 표지로 고전의 느낌도 놓치지 않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면, 또 다른 버전의 베르테르를 소장하고 싶다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