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눈이 온다 - 나의 살던 골목에는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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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산문은 잘 읽지 않는다. 호흡이 긴 소설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 책은 올해 내가 읽은 산문 중에서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멈춰서 가만히 다시 보게 만드는 문장이 곳곳에 남아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꿈에 관한 문장이다. 황동규 시인의 시에서 나온 '꿈, 신분증에 채 안 들어가는 삶의 전부'라는 문장을 인용하면서 글쓴이의 이야기도 풀어낸다. 개인적으로 이것을 보면서 실패의 힘이라는 천양희 시인의 시를 떠올렸다. 과거의 일기를 보면서 그동안 많은 굴곡을 겪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거기에는 기쁨과 슬픔이 모두 있었는데 그 순간의 시점마다 한 가지의 감정에 몰두하느라 다른 한쪽이 있다는 것을 미처 모른 채 지냈다. 혹은 두 가지 감정이 아닌 다른 미묘한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지금은 보인다. 또한, 분명히 읽고 있는데 무엇인가 나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틈틈이 기록하면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때로는 낯선 모습을 만나기도 하고,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확인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고 싶다. 작가님의 다음 글을 기다린다는 말로 이 글을 맺는다.

어찌할 도리가 없는 삶들에 대해 쓸 때 어떻게 말해야 할까. 희망을 노래해야 하나. 희망을 조롱해야 하나. 인생은 비극이고, 인간은 그 비극을 통해 성장한다는 서사는 궁극의 비극일까, 아니면 희망일까. - P32

경험이 누군가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고 새로운 방향으로 인도해 준다면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의 삶이지 타인의 삶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누군가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첫마디는 ‘나는 너를 모른다‘여야 할 것이다. - P46

당연한 말이겠지만 지향하는 이가 없는 사회는 살아남지 못한다. 꿈꾸는 이들이 있는 한 문학도 살아남을 것이다. 그들의 꿈이 미몽이나 추문이 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문학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대도 마찬가지다. - P49

사회적 인간이라는 말은 어떤 면에서 시선에 갇힌 인간이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바꿔 말하면 나도 때때로 타인의 삶에 대해 간섭하고 규정하고 통제하는 오만을 저지르며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P152

삶의 조건에 필요한 어떤 수는, 인간과 삶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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