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도시 이야기
최정화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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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은 L시를 휩쓴다. 이야기 속에서 하나둘 드러나는 진실을 보면서 이 병의 원인은 망각과 외면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각과 외면은 각자가 느끼는 단어로 대체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현실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다. 병은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에 자리잡는다. 그런 묘사가 담담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거기에서 조금의 의문이 생기는 순간 상황은 바뀐다. 그 과정을 한 인물을 통해서 보여준다. 재난소설이라는 점에서 좋아하는 또 다른 소설인 <날짜 없음>과 닮아있는데 물론 차이점도 있다. 전자가 공허함 속에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면, 이 <흰 도시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서늘하고 차갑다. 그럼에도 인간에 관한 관심을 놓지 않는다.


-책 속 한 줄-

  왜 고통스러운 자들의 힘이 약하다고 생각했을까? 고통스러운 자들은 힘이 세다. 그들은 질긴 근육을 가졌다. 그 끈질김은 넌덜머리가 날 정도다. (45쪽)


  "(중략) 그들은 오로지 자신들이 낱낱의 개개인일 뿐이라고 느낍니다. 느낀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죠. 그렇게 느낀다면 그렇게 행동합니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은 결국 할 수 없게 돼요. 인간의 능력은 대단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죠. 믿지 않는데 이루어지는 일은 없고요. 그렇다면 그렇게 되는 겁니다. 인간들이 함께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어질 겁니다. 모래 낱알이 되고 마는 거죠. (중략)" (93쪽)

  왜 어떤 사람들은 싸우고 어떤 사람들은 굴복하고 어떤 사람들은 견디는가. 또 어떤 사람들은 왜, 이 삶을 견디지 못하는가.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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