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철학 입문 - 후설에서 데리다까지 북캠퍼스 지식 포디움 시리즈 2
토마스 렌취 지음, 이원석 옮김 / 북캠퍼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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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는 분야가 즐겁게 받아들여지는 사람은 아마도 몇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멀고 먼 '철학'이지만 알고나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20세기 철학 입문>은 철학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철학자들도 등장하지만 처음보는 인물, 그리고 사상에 대한 부분도 등장한다. 아마 학창시절에 이 정도 깊이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소한 부분이 조금은 있을 수 있다. 이 책은 어려운 분야를 담고 있지만 아주 작고 얇은 두께로 구성되어 있다. 손쉽게 들고다니기도 좋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준비를 할 수도 있다. 이 정도의 내용을 담은 두꺼운 책이라면 아마 접근성에 있어서는 거의 제로에 수렴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 본다.


책은 총 12개의 목차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은 철학사에 있어서 선구자들을 살펴본다. 당대의 철학을 이해하려면 저자는 그 당시의 사회상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신칸트, 생철학 등 학파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생철학'이라는 분야는 무척 낯선데 '생'이 인간의 '생', 삶을 말한다고 이해하면 쉬울 듯 하다. 그 다음은 '철학적 인간학'에 대해 다룬다. 철학에서 가장 먼저 탐구했던 분야가 '인간'이었다고 한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살펴보는 부분인데 인간이 탈중심적, 결핍 등의 존재라는 것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금부터이다.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에그문트 후설'이 창시한 현상학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길에 떨어진 동전을 인간이 인식하는 14단계를 통해 현상학에 대한 기반을 다졌다고 나오는데, 이 인식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이 현상학은 실존주의를 거쳐 마르크스,  공동체 등이 지나 자크 데리다의 '해석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그는 후설의 현상학에 대한 해설을 쓰고 다양한 분야에서 해체 방법을 서술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은 현대 철학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조금은 어려울 수 있는 내용들이라 한 번 읽고 끝내기에는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용어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그들의 사상과 내용을 이해하려면 보통 읽는 시간보다 더 많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짧지만 탄탄한 내용을 통해 20세기 철학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가장 접근하기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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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파리와 맛이 간 돌고래 - ‘약 빤’ 동물 세상으로의 여행
오네 R. 파간 지음, 박초월 옮김 / Mid(엠아이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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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 흥미로워서 읽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책이었다. 술 취한 파리라니! MID에서 출간한 서적을 꼭 모으는 편인데 그동안의 출간 서적 중에 재미있는 책 탑3에는 드는 것 같다. 이 책은 귀여운 돌고래들이 등장하는 표지를 갖고 있다. 뭔가 술취한 동물이나 생물들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아주 잘 생각한 것이다. 정말 술 취한 친구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술만이 아니라 약에 취한 동물들도 만날 수 있다. 처음 등장하는 코알라는 담배와 술을 좋아한다고 한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독특한 취미 생활(?)을 갖고 있는 이 코알라는 어릴 때부터 엄마의 똥을 먹고 자라며 면역력을 키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유칼리툽스를 먹고도 멀쩡한 동물 중 하나라고 한다. 유칼리툽스 잎을 먹는 코알라에게서는 향이 난다고 하는데, 코알라를 곁에서 본적이 없지만 왠지 신기한 일이다. 어쨌든 이 코알라는 실제로 술과 담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코알라는 실험의 한 종류는 아니었지만 초파리는 실험의 한 종류이다. 취한 초파리를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진 장치가 있다고 한다. 초파리는 위로 날아오르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 장치에서도 역시 초파리들은 위로 날아올랐다. 이들에게 알코올 증기를 쐬게 하면 초파리들은 미끄러지거나 아래로 떨어진다고 한다. 아래쪽에는 디딤 장치가 있는데 이 디딤 장치의 높이가 낮을 수록 더 많이 취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이 책은 술이나 약에 취한 생물들만 등장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약리학'에 대한 부분이다. 생물들도 약을 먹는다는 전제 이론을 통해 연구를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마약에 취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술, 마약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매우 흥미롭지만 그에 대한 연구가 과거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 역시 놀라운 일이었다.


술이라고 해서 진짜 우리가 마시는 술은 아니지만(정확히 '에탄올 성분'을 말한다) 그로 인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알아볼 수 있는 내용들이라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었다. 술과 마약에 취한 생물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이 재미있는 여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과학 서적으로서의 내용도 충분하고 탄탄하게 짜여 있어 소장하고 있어도 다시 한번 읽고 싶어질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술취한 생물들의 과학 세계로 초대받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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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컬렉팅 : 감상에서 소장으로, 소장을 넘어 투자로
케이트 리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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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미술 작품을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기 마련이다. 대개는 미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미술관을 가보기도 하고 다양한 전시회를 경험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나름의 안목이 생기고 작품을 소장하는 데까지 이르게 되는데, 이때부터 의문이 생긴다. 내가 원하는 작품을 소장하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시대의 흐름을 따라야 하는 것인가, 그도 아니면 누군가의 안목을 믿어야 하는 것인가 등의 의문이다.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장으로 넘어가려면 일단 개인적인 취향이라는 것이 생겨야 한다. 저자는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선정해서 소장해야 하는지, 이때 유행을 따라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결책이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생각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해야만 오래두고 감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일부 사람들에 특권 같은 미술 작품 소장이 이제는 MZ세대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를 아우르고 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아트 페어나 전시회를 통해 대중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도 한 몫을 한다. 예를 들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아트 토이는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사이즈가 큰 것부터 작은 사이즈까지 다양한 아트 토이를 우리는 곳곳에서 발견하게 되는데, 이런 사례가 바로 대중과 친해지려는 미술작품의 노력 중 하나이다. 물론 사이즈가 큰 아트 토이의 경우, 친해지기 좀 어려운 가격을 가진 것들도 있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골랐다면 그 다음은 이 작품을 어디서 구매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것이다. 온오프라인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데, 이때 생각해야 할 것들이 참 많다.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인지, 계약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장 중요한 진위 여부 확인 등 말이다.


저자는 작품을 구매할 때 필요한 경로, 준비물, 챙겨야 할 것들은 꼼꼼하게 알려주고 있다. 초보자도 쉽게 작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있던 부분은 AI가 그린 작품이 생각 이상으로 비싸게 팔렸다는 점이었다.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 내용은 AI가 그린 작품을 작품으로 인정한다는 것, 그리고 그 가치의 가격이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것으로 놀라움을 안겨다 준다. 물론 AI가 스케치와 채색 모두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AI가 스케치를 하고 채색은 인간 작가가 하면서 협업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이런 과정 역시 가치에 포함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미술 작품 감상을 좋아하고 소장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첫 걸음을 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작품을 구입할 때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 초심자에게 딱 맞춘 내용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미술 작품 감상을 넘어, 소장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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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단단하게 자라는 식물처럼 삽니다 - 식물의 속도에서 배운 16가지 삶의 철학
마커스 브릿지워터 지음, 선영화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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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살아가는 과정과 인간의 살아가는 과정을 절묘하게 잘 엮은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식물의 생활 방식에서 사람이 배워야 할 점, 사람의 생활 방식과 식물의 생활 방식이 비슷한 점 등 우리에게 잔잔한 울림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총 9개의 파트로 나누어서 식물과 인간의 삶의 연결고리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처음은 '관찰'이다.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그냥 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놓여있는 환경을 이해하고 그 자체를 받아들이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관찰 속에서 저자는 주변에 있는 푸르른 식물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에게서 배울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관찰'에서는 어린 시절의 저자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예전에 한번쯤 다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줄지어 지나가는 개미떼를 보고 나도 모르게 눈이 따라가게 되는 경험 말이다. 물론 그 끝이 어디인지, 개미들이 모여있는 개미의 동굴은 어디인지까지 확인한 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와 저자의 사촌은 더 나아가 그 개미 동굴에 손을 집어넣었다고 한다. 상상만으로 끝나지 않고 그 동굴에 손을 넣은 저자와 사촌은 바늘로 찌르는 듯한 따끔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포기했을까. 그들의 관찰은 그 이상으로 동굴을 파내려갔고, 결국 개미알이 있는 곳까지 확인했다고 한다. 이후에 문제가 생겼다. 그 구덩이를 파놓은 탓에 누군가는 구덩이에 빠져 위험하기도 했고, 근 몇 년 동안은 개미떼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로인해 풀이 생겨나지 않은 것은 물론이었다.


관찰이 끝났다면 우리 인생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대한 경험을 돌아보게 된다. 식물의 색이 변하는 것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이와 연관된 사례도 등장한다. 우리 몸도 색이 변하는 것은 위험 신호임이 틀림없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식물은 색 변화를 통해서 성장을 나타내기도 한다고 한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대한 식물을 키우는 경험에서는 우리의 복잡한 생각을 간결하게 정리해 주기도 한다. 어느 정도 따의 크기가 되어야 식물을 심을 수 있는데, 땅의 크기를 고려하지 않고 심은 식물은 결국 성장에 방해를 받게 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식물과 인간의 삶에 대한 연결이 많이 등장한다. 소소하게 재미있기도 하고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면서, 바쁘게 사는 삶을 잠시나마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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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 - 삶에 대해 미치도록 성찰했던 철학자 47인과의 대화
위저쥔 지음, 박주은 옮김, 안광복 감수 / 알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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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대한 책은 아주 큰 마음을 먹고 읽어야 한다.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이 아주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읽는다고 다 이해되지 않는 책이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딱 하루 10분씩만 투자해도 괜찮다는 말의 제목을 가진 <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철학'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딱딱함을 안겨줄 것이라고 저자 또한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각 주제별 표지에는 '대머리지수'가 표기되어 있다. 책 머리말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대머리 지수'가 대체 뭐야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에 대한 답은 책 머리말에 담겨 있는데, 행여나 각 주제별로 읽다가 탈모가 올 수도 있으니 주의하하라는 지수이다. 대머리가 되는 얼굴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이는 우리가 이해하기에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대머리 지수'를 보고 본인의 관심사에 맞게, 잘 선별해서 읽으라는 저자의 배려가 아닐 수 없다.


이 '대머리 지수'가 눈에 들어오기 전에 순서대로 책을 읽자는 마음을 먹고 읽었다. 물론 이내 포기하고 '대머리 지수'가 의도하는 것처럼 원하는 주제를 찾아서 먼저 골라읽기에 돌입했는데, 쉬운 대머리 지수는 이 책에서 찾기가 아주아주아주 어렵다. 철학이라는 분야는 역시 어려운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가장 처음 등장하는 사람은 대머리 지수가 좀 되는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세상의 만물에 대해 자연철학이 아닌 자신만의 형이상학을 발전시킨 사람이라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 이렇게 깊이 배웠던 적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깊이가 있는 내용들로 묶여져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파트만 두번 읽었는데, 시간차가 좀 생기니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래서 '대머리 지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차를 훑으면서 두번째 주제가 가장 먼저 읽고 싶었는데 바로 '이성으로 신앙을 논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토마스는 다섯가지 논증을 통해 증명하려 했지만 모든 논증이 반박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말한 '욕망'에 대한 부분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었는데, 당시 사람들은 프로이트의 주장에 무척 많이 놀랐었다고 한다. 그는 욕망이 충족되지 못해 문학, 예술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저자는 지금와 생각해보면 일리가 없지 않다는 의견을 주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또는 수많은) 사람들의 철학자를 만나볼 수 있다. 한 번에 다 읽으려면 체하기 딱 좋은 책이기 때문에 적당한 시간 간격을 갖고 차분하게 꼼꼼히 읽는 것이 중요한 책이다. 읽다보면 어려울 것 같았는데 쉽게 넘어가기도 하고, 쉬울 줄 알았는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한테 철학이란 분야는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알아야 할 삶의 지식들이 이 안에 집약되어 있으니, 하루에 10분이라도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철학을 공부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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