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 윤덕노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 세계의 전쟁이 만들어낸 소울푸드와 정크푸드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6년 9월

우리는 매일 음식을 먹는다. 음식을 먹는 방법에는 직접 음식을 만들거나 아니면 만들어진 음식을 먹는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같이 먹는 음식에 깃들여진 역사를 매일같이 또는 직접 찾아보지는 않는다. 어쩌면 기회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음식에 대한 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음식의 역사에 대해서는 조금 관심이 있다. 그래서 음식의 역사에 대한 다른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생각만큼 재미있었지만 받아들이기에 어려운 점도 있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이기 보다는 매체를 통해 접하거나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음식들의 역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은 우리가 쉽게 접하거나 접할 수 있는 음식들의 역사이다. 이 음식들의 역사는 ‘전쟁’과 관련되어 소개가 되고 있는데, 소개되는 음식을 보면서 모든 음식이 전쟁과 관련된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많은 음식들이 전쟁과 관련되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을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전쟁 중에는 많은 상황이 일어나고, 그 상황에는 음식과 관련된 것이 무척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듯이 음식을 먹지 않으면 병사들의 사기도 꺾일뿐더러 힘이 없으면 걷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먹는 것은 중요하며 더구나 기간이 긴 전쟁이라면 보관 또한 용이해야 한다. 요즘 같은 시대라면 보다 편리하고 유용한 전투 식량을 만들 수 있겠지만 역사 속 그 당시로서는 최선의 결과물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최선의 결과물이 시간을 거치면서 병사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전파되면서 지금 우리가 접하게 된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는 별 생각 없이 먹었는데 역사를 보고 나니 먹을 때마다 역사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거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이야기해 줄 것이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음식에 대한 역사를 따라 가다보면 역사 속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는 구성이며, 몇 개의 파트별로 구분되어 전쟁 이야기 중에서도 정해진 소재에 맞춰 음식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음식에 대한 역사를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고를 떠나서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책’의 느낌이다. 읽는 내내 지루한 지점 하나 없이 술술 읽히는 최고의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쉽게 읽힌다고 해서 내용이 가볍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자료를 찾고 고민을 했을 저자에 대한 생각이 들었으며, 어떻게 이러한 이야기를 찾아내고 알맞게 연결했을까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주된 관심이 있는 소재가 아니라고 지나치지 말고 한번쯤은 읽으면서 음식과 역사에 대해 살펴보는 기회를 가지면 좋을 책이다.
 

[서평] 철학썰전 - 모기 마코토

철학썰전 - 세계사를 움직인 사상가들의 격투
모기 마코토 지음, 정은지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8월

철학자라고 하면 떠올리는 사람들은 매우 많다. 소크라테스, 아퀴나스, 칸트, 플라톤, 마르크스, 버클리, 비트겐슈타인, 니체, 쇼펜하우어, 헤겔, 로크, 루소, 스피노자, 홉스, 후설, 데카르트, 흄, 하이데거, 아리스토텔레스, 베르그손, 포퍼, 사르트르 등 귀에 익은 이름들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어떤 철학자이고 그들이 밝히고자 했던 내용은 무엇인지 정작 모른다.

  또 철학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역사다. 철학자가 어떤 진리를 어떻게 밝혔는지 당시 상황을 모르면 깊이 있게 이해할 수가 없다. 따라서 역사와 철학에 관한 지식을 한 번에 알려주는 책이라면 역사라는 바탕에서 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조건과 장치가 독자를 사로잡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예상하고 있듯이 [철학썰전]은 '세계사는 지루하고, 철학은 어렵다는 편견을 버려라!'라는 모토로 기존 다수의 철학서처럼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철학 사상을 모두 망라하는 무겁고 어려운 책이 아니다. 또 연대별로 이어지는 광대한 세계사를 지루하게 나열한 책도 아니라고 하고 있다. 오히려 철학자들의 저서를 최대한 인용하여 그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려 주어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역사적 문맥 속에서 이해하고 다양한 사고의 발상을 주고받으며 독서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이 책의 아쉬운 점이 있다. 철학이라면 우리가 떠올리는 사람들이 주로 서양 철학자라는 분위기도 있겠지만, 공자, 노자, 맹자, 장자, 원효, 지눌, 주희, 왕수인, 이황, 후쿠자와 유키치, 간디, 호치민 등 동양 철학자 아울러 동양 역사는 없다. 사고와 시각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현대 지식 사회에서 동양 역사와 동양 철학의 얘기가 첨가되었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서평] 심연 - 배철현

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심연은 읽을지 말지를 무척 많이 고민한 책이었다. 편견까지는 아니지만 저자의 전공이 종교와 관련이 있어, 종교색이 짙어 읽기에 불편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종교에 대한 심한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완벽한 이해와 공감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읽기를 결정하기까지 조금의 시간이 걸렸지만 읽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어서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읽는 내내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이 쓰여 있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색이 강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종교와 관계없는 또는 잘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심연은 여타의 책과는 달리 잔잔함이 느껴진다. 마치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장소에 있는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진공 상태는 아니지만, 읽는 내내 책에서 느껴지는 잔잔함이 마음까지 잔잔하게 만들어 주었다. 전체적인 내용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다양한 상황이 펼쳐져도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깊은 생각은 잘 하지 않게 된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해서 따라가기에 급급하고, 내가 진정 추구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다보니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않게 되기에 이른다.

한 번 읽고 이 책을 다 읽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여러 번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과 생각을 하게 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고,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책 내용이 순순히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저자의 의도를 완벽하게 이해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지만, 이는 여러 차례 읽으면서 해소하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한다.

[서평] 사임당 평전 - 유정은

사임당 평전 - 스스로 빛났던 예술가
유정은 지음 / 리베르 / 2016년 7월

신사임당이 누구인지 또는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개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알려져 있으며, 예술 활동에 무척 재능이 있었다는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 또한 요즈음은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지폐에서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신사임당 그 자체로의 삶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 또한 신사임당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 동화책이었던 기억뿐이기 때문이다. 기억 속 신사임당은 그가 그린 곤충이 진짜인지 알고, 닭이 쪼아 먹으려다 그림에 구멍을 냈었다는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이 그림은 바로 초충도이다.

지금까지 신사임당만 온전히 바라보는 시각으로 신사임당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사임당 평전’은 온전하게 신사임당만 바라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누군가의 어머니가 아닌 신사임당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는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외에도 자녀가 6명이나 더 있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또한 본명은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는 사실도 무척 놀라웠다. 그가 직접 호 또한 눈길을 끄는 부분이었다. 이 책의 구성 상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는데, 조선 시대라고 해서 전기, 후기가 다 같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신사임당은 올곧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았으며, 자신의 예술성을 굽히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선 시대에서 ‘여자’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 시대는 가능한 상황이었다. 물론 아버지의 덕과 신사임당 자체의 예술성 등이 잘 어우러진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후반부에는 율곡 이이를 제외한 나머지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신사임당에 대해 지금까지 알던 것보다 더 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사임당 평전’,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