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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파리와 맛이 간 돌고래 - ‘약 빤’ 동물 세상으로의 여행
오네 R. 파간 지음, 박초월 옮김 / Mid(엠아이디) / 2023년 8월
평점 :
제목이 너무 흥미로워서 읽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책이었다. 술 취한 파리라니! MID에서 출간한 서적을 꼭 모으는 편인데 그동안의 출간 서적 중에 재미있는 책 탑3에는 드는 것 같다. 이 책은 귀여운 돌고래들이 등장하는 표지를 갖고 있다. 뭔가 술취한 동물이나 생물들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아주 잘 생각한 것이다. 정말 술 취한 친구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술만이 아니라 약에 취한 동물들도 만날 수 있다. 처음 등장하는 코알라는 담배와 술을 좋아한다고 한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독특한 취미 생활(?)을 갖고 있는 이 코알라는 어릴 때부터 엄마의 똥을 먹고 자라며 면역력을 키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유칼리툽스를 먹고도 멀쩡한 동물 중 하나라고 한다. 유칼리툽스 잎을 먹는 코알라에게서는 향이 난다고 하는데, 코알라를 곁에서 본적이 없지만 왠지 신기한 일이다. 어쨌든 이 코알라는 실제로 술과 담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코알라는 실험의 한 종류는 아니었지만 초파리는 실험의 한 종류이다. 취한 초파리를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진 장치가 있다고 한다. 초파리는 위로 날아오르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 장치에서도 역시 초파리들은 위로 날아올랐다. 이들에게 알코올 증기를 쐬게 하면 초파리들은 미끄러지거나 아래로 떨어진다고 한다. 아래쪽에는 디딤 장치가 있는데 이 디딤 장치의 높이가 낮을 수록 더 많이 취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이 책은 술이나 약에 취한 생물들만 등장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약리학'에 대한 부분이다. 생물들도 약을 먹는다는 전제 이론을 통해 연구를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마약에 취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술, 마약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매우 흥미롭지만 그에 대한 연구가 과거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 역시 놀라운 일이었다.
술이라고 해서 진짜 우리가 마시는 술은 아니지만(정확히 '에탄올 성분'을 말한다) 그로 인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알아볼 수 있는 내용들이라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었다. 술과 마약에 취한 생물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이 재미있는 여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과학 서적으로서의 내용도 충분하고 탄탄하게 짜여 있어 소장하고 있어도 다시 한번 읽고 싶어질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술취한 생물들의 과학 세계로 초대받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