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3주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선 무조건적인 용서를 해야 한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그렇게 들었을 것이다. 너무 획일화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우리 주변에선 처벌보단 배려와 용서를 해주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은 것만 같다. 종교계는 말할 것도 없고 드라마에서도 용서를 통한 화해가 주제가 된 것 같다. 특히 개인의 입장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획일화된 용서 문화에 대해 그런 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사회는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관점에서 법을 통해 비관용을 유지해오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의 비관용이나 복수의 대한 것은 많은 논쟁이 붙고 있다. 어쩌면 앞서의 무조건적인 용서는 개인적인 단위에서 특히 이야기되는 것이다. 이런 개인적인 용서는 사실 가해자에 대해 피해자가 당한 고통을 다소 경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도 된다. 법정으로 가는 가해자에게 개인적으로 용서를 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인데 과연 그런 것이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영화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갈등이 점차 일반화된 한국 사회에서 한 번 볼만한 작품들일 것이다.  


오늘     
 

 


  용서를 해부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 이 영화에서 용서는 도리어 죄악이 될 수도 있는 개인적 선택이다. 특히 이 영화에선 말이다. 용서를 했을 때, 사실 그 반대급부를 원하는 것이다. 즉 개과천선이다. 하지만 그런 개과천선을 하지 않는다면? 그 때 용서는 무슨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을까? 영화는 오늘의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단편적이고 획일화됐고, 어쩌면 강요로 변질된 용서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모험을 한다.
  이 영화에서 가슴 아픈 것은 바로 용서가 자칫 갖고 있을 수 있는 모순이다. 용서받은 자가 변하지 않고 또 다른 곳에서 가해자가 또 된다면 처음 용서한 자는 결국 다른 측면에서 가해자이지 않은가 라는 무거운 질문이 내재되어 있다. 영화는 이 어려운 퍼즐을 줄기차게 고민한다. 영화에서 그리 힘을 쓰지 못했던 송혜교가 나름대로 사회적 이슈를 짊어진 영화에 출연, 자신의 오랜 연기력을 발휘했다. ‘집으로’란 재미있는 걸작을 만들었던 이정향 감독이 좀 더 무거운 주제로 우리에게 왔다. 최근 ‘도가니’란 영화가 보여준 사회적 혼란 속에 이 영화는 많은 의미를 던져 줄 것이다. 
 


고백  



  앞서 소개한 ‘용서’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영화일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전통적인 형식을 갖고 있는 용서와 관련된 영화다. 이 영화에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면서 겪는 고통을 보여주고 어쩌면 용서하는 게 그나마 좋다 식의 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엄마이자 선생님인 주인공의 수업 중의 이야기는 섬뜩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가해자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히는 사회적 용서는 결국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는 악수가 되는 것을 보여준다. 자식은 부모에겐 그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사랑스런 존재다. 하지만 살해됐을 때, 그리고 그에 대한 처벌이 납득할 수 없을 때의 고통은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고통은 결국 보복이란 악순환을 만들게 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복수를 계획한다.
  거의 공포물의 단골 소재로도 사용되겠지만 이 영화의 특이점은 진지한 고민이 서사 과정에서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공포영화를 넘는다. 아마도 이 영화는 한국에서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등과 같은 영화와 유사한 동맹을 맺는 것 같다.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성찰 등은 보는 내내 사람들을 힘들게 할 것이다. 어쩌면 특별한 내용이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언제나 고민해야 할 내용들이다. 일본 영화 특유의 고민과 고통, 그리고 공포가 잘 조화된 영화다.  



보이 A 



  앞서의 영화가 용서를 받아야 할지 말지에 대한 가해자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 영화는 용서를 해야 할 사회의 변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가해자였던 한 소년의 현재를 보여주면서 한 때 실수했던 가해자가 어느 소녀를 구출한 후 영웅이 되지만 나중에 그의 과거가 알려지면서 그는 구출한 영웅에서 천벌을 받을 악인으로 떨어진다. 영화 이름 ‘보이 A’는 그를 보호하기 위한 그의 예명인데 그 뒤에 담긴 사회적 인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명이 아니라면 정상적으로 그는 사회에서 살 수 없기에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준 이름이다. 그만큼 과거에 대해 냉혹한 사회의 한 측면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과거의 악행에 대해 괴로워하는 ‘잭’이라는 한 인간의 슬픈 고민을 보여준다. 그의 얼굴과 다른 그의 과거는 자신의 선행도 무너뜨릴 만큼 무서운 것이며, 과연 인간을 용서받을 수 있는가 하는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쉽게 모든 것을 덮으려고만 했던 사회적 타성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보여준다. 너무 어려운 고민이 따르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진지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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