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라틴아메리카를 날다
송유나 글.사진 / 어문학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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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책을 펼친 후가 아닌, 이전이었다.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준비해도 모자란 시기에’라는 문구는 묘하게 마음을 흔들었다. 어쩌면 후회를 느낀 어투인 것도 같고, 아니면 괜한 짓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었다. 이건 작가의 탄식 어린 말은 아닐 것이다. 작가와 상황이 비슷한 이들의 마음에 기인한 것이리라. 용기를 내는 이의 마음이 다 그런 것이리라. 현실을 외면할 수 없으면서도 그것을 외면하는 용기, 어쩌면 그런 고충이 이 책의 시작인 것 같았다.
  부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차피 여행의 이유가 현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 그런 것이라면 철든 이들이 하기엔 좀 어려운 선택이다. 특히 어려운 경제사정과 물질만능주의의 세상인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힘들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도 만용에 가까운 것이 말이다. 그렇기에 작가 송유나의 용기는 만용이면서도 대단한 용기다. 그것도 지금의 한국 분위기에서도 10일 정도가 돼도 길다고 하는 상황에서 거의 1년 정도 여행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마음이지 않고선 사실 불가능하다.
  작가의 경력이 무엇이든 그녀는 내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남미, 아니 중남미 여행을 콜롬비아에서부터 시작한다. 한국 사람들에겐 미지이기에, 그리고 부정적이어서 자극적인 것들인 넘치는 지역인 라틴 아메리카는 어쩌면 가장 기피하는 곳이리라. 식민지 시기를 공유했고 아직도 아픈 곳이기에 뭔지 모를 유대감이 있다는 생각보단 마약과 살인으로만 기억되는 그런 장소로 그녀는 상당히 대단한 여행을 하는 것이다.
  내용 참 풍성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무엇보다 거의 빠진 나라가 없을 만큼 거의 모든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을 여행했다. 실재로는 남미 지역 국가들만 여행하려 하려 했지만 우연한 기회가 중미 국가들까지 다다르게 했다. 독자로선 너무 다행이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진미를 담은 영상들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작가 개인의 소소하지만 값진 일상과 그 속에 담긴 인생 이야기는 더없이 좋았다. 아마도 이 책의 진미는 한 인간이 여행하는 과정 속에 담긴 자신과의 이야기일 것 같았다.
  어쩌면 여행은 또 다른 생활이다. 여행이 쉬울 리도 없고, 그것 역시 또 다른 사회가 존재한다. 그 사회 생활이 마냥 멋질 리 없으며, 힘든 정신적, 육체적 시간도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그것을 담고 있었다. 여행 잡지의 협찬에 얽매여 쓰인 책이 아닌, 자신의 새로운 경험을 보다 인간적이고 보다 성찰적으로 다룬다. 저자가 쓴 글엔 그런 내용들이 푸짐했고, 여행의 이면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고생스럽다던가, 힘들다 하는 푸념은 아니었다. 새로운 것들은 물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것을 통해 겪게 되는 색다른 인간사를 경험한 이의 놀라운 경탄이었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또 다른 계기인 것이다.
  작가는 이 한 번의 여행으로 모든 것을 끝내지 않았다. 언제나 다시 올 것이란 다짐을 하고 있다. 분명 그런 기회가 올 것이고 다시 그 장소로 간다면 좀 더 멋진 여행을 준비하고 맞이할 것이다. 그 때 다시 여행 에세이를 썼으면 한다. 그 땐 좀더 다른 시각과 감성으로 쓸 것이며, 또한 여유롭게 쓸 것 같다. 그게 너무 기대된다. 그 땐 이 책을 볼 본인 역시 좀 더 여유롭게 기대할 것 같다.

라틴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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