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라틴아메리카를 날다
송유나 글.사진 / 어문학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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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책을 펼친 후가 아닌, 이전이었다.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준비해도 모자란 시기에’라는 문구는 묘하게 마음을 흔들었다. 어쩌면 후회를 느낀 어투인 것도 같고, 아니면 괜한 짓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었다. 이건 작가의 탄식 어린 말은 아닐 것이다. 작가와 상황이 비슷한 이들의 마음에 기인한 것이리라. 용기를 내는 이의 마음이 다 그런 것이리라. 현실을 외면할 수 없으면서도 그것을 외면하는 용기, 어쩌면 그런 고충이 이 책의 시작인 것 같았다.
  부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차피 여행의 이유가 현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 그런 것이라면 철든 이들이 하기엔 좀 어려운 선택이다. 특히 어려운 경제사정과 물질만능주의의 세상인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힘들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도 만용에 가까운 것이 말이다. 그렇기에 작가 송유나의 용기는 만용이면서도 대단한 용기다. 그것도 지금의 한국 분위기에서도 10일 정도가 돼도 길다고 하는 상황에서 거의 1년 정도 여행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마음이지 않고선 사실 불가능하다.
  작가의 경력이 무엇이든 그녀는 내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남미, 아니 중남미 여행을 콜롬비아에서부터 시작한다. 한국 사람들에겐 미지이기에, 그리고 부정적이어서 자극적인 것들인 넘치는 지역인 라틴 아메리카는 어쩌면 가장 기피하는 곳이리라. 식민지 시기를 공유했고 아직도 아픈 곳이기에 뭔지 모를 유대감이 있다는 생각보단 마약과 살인으로만 기억되는 그런 장소로 그녀는 상당히 대단한 여행을 하는 것이다.
  내용 참 풍성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무엇보다 거의 빠진 나라가 없을 만큼 거의 모든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을 여행했다. 실재로는 남미 지역 국가들만 여행하려 하려 했지만 우연한 기회가 중미 국가들까지 다다르게 했다. 독자로선 너무 다행이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진미를 담은 영상들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작가 개인의 소소하지만 값진 일상과 그 속에 담긴 인생 이야기는 더없이 좋았다. 아마도 이 책의 진미는 한 인간이 여행하는 과정 속에 담긴 자신과의 이야기일 것 같았다.
  어쩌면 여행은 또 다른 생활이다. 여행이 쉬울 리도 없고, 그것 역시 또 다른 사회가 존재한다. 그 사회 생활이 마냥 멋질 리 없으며, 힘든 정신적, 육체적 시간도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그것을 담고 있었다. 여행 잡지의 협찬에 얽매여 쓰인 책이 아닌, 자신의 새로운 경험을 보다 인간적이고 보다 성찰적으로 다룬다. 저자가 쓴 글엔 그런 내용들이 푸짐했고, 여행의 이면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고생스럽다던가, 힘들다 하는 푸념은 아니었다. 새로운 것들은 물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것을 통해 겪게 되는 색다른 인간사를 경험한 이의 놀라운 경탄이었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또 다른 계기인 것이다.
  작가는 이 한 번의 여행으로 모든 것을 끝내지 않았다. 언제나 다시 올 것이란 다짐을 하고 있다. 분명 그런 기회가 올 것이고 다시 그 장소로 간다면 좀 더 멋진 여행을 준비하고 맞이할 것이다. 그 때 다시 여행 에세이를 썼으면 한다. 그 땐 좀더 다른 시각과 감성으로 쓸 것이며, 또한 여유롭게 쓸 것 같다. 그게 너무 기대된다. 그 땐 이 책을 볼 본인 역시 좀 더 여유롭게 기대할 것 같다.

라틴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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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이 가장 마음에 드네요. 다소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상승 이미지를 살린 하이킥은 그림 자체도 멋지지만 어떤 생동감이나 새로운 마음가짐을 느끼게 하네요. 특히 힘든 지금, 뭔가를 자극하는 상승 이미지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용기와 자신감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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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1주

 

 

  소한과 대한 사이는 아마도 겨울이란 계절에서 가장 추운 시즌일 것이다. 요사이 전력난으로 인해 난방기구들이 적게 틀면서 한기가 일하는 직장이나 종종 집안으로까지 파고들면서 몸과 마음이 동시에 추워지곤 한다. 그래도 이런 추위의 부정적인 요소를 극복하고 즐겁고 상쾌한 날들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즐거운 음악들이 필요할 것이다. 거기에 아름다운 화면들로 가득한 영화와 함께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영화와 음악의 친화성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지만 영화 속에서 가수가 되거나 작곡가가 되어서 노래를 부른다면 조금은 다른 감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노래를 부를 때의 가수의 섬세한 표정이나 묘사들이 한결 즐겁게 다가올 것 같다. 이런 매력을 지닌 영화들이 올 겨울에 유난히 눈에 띈다. 그것도 한국은 물론, 라틴 국가인 쿠바와 멀리 북유럽 나라까지 다양도 하다.

 

원더풀 라디오

 

 

 

  한때 잘 나가던 아이돌 가수에서 인기가 그만그만해져서 나중엔 그런저런 라디오 DJ가 되고 만 어느 여가수의 인생을 담은 영화다. PD와의 부정적인 관계 역시 라디오 스타와도 거의 비슷하고 청취자들을 통한 위기 극복과 같은 구성은 사실 과거 안성기, 박중훈 주연의 ‘라디오 스타’와 묘하게 연결되겠지만 그래도 감동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그때나 이때나 비슷한 만큼 그런 시작이 좋은 결과를 이끌 것 같다. 그리고 김호연의 ‘Blind by love’나 서미래의 ‘That’s when I feel love’에서 아름다운 발라드가 인상적이고 유근호의 모던 록 버전인 ‘Black star’와 같은 뛰어난 노래들이 있지만 그래도 배우들이 노래하는 모습이 가장 좋아 보인다. 특히 배우라서 그런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기 거의 힘들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 이민정이란 가수가 노래 부르는 모습은 꽤나 인상적일 것 같고 사실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그녀의 노래하는 장면이다. 세 명의 배우가 You’re my angel이란 노래를 부르는데 이것 역시 보기 좋은 장면이다. 나는 가수다에 나갈 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참 노래 잘 부른다라는 인상을 갖게 만드는 라이브 공연이 영화 속에도 나온다.

 

치코와 리타

 

 

 

  이 영화의 장점은 너무 많은 것 같다.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영상, 감각적인 분위기, 그리고 과거의 그 아름답고 낭만적인 분위기, 그리고 인생의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스토리 등은 애니메이션 수준을 한층 높인 영화다. 하지만 그런 좋은 요소들 중 음악의 매력은 단연 압권으로 이 작품이 제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대상으로 이끈다. 특히 라틴 재즈의 매력은 매우 강렬해서, 영화 OST는 그 자체로 걸작이다.
  과거의 우울함과 낭만을 지닌 1948년 쿠바의 아바나에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치코가 클럽의 노래하는 가수 리타와 어느 밤에 만나는 것에서부터 영화는 시작한다. 그 둘의 만남은 사랑과 열정, 그러면서도 탐욕과 질투, 그리고 오해 등이 뒤엉키면서 아바나에서 뉴욕, 그리고 여러 화려한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당시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배경 속에서 아름다운 라틴 재즈를 들려준다. 그러나 그들의 마지막은 그렇게 우아하지 않은데, 아마도 인생이란 길이 어떻게 되는지를 슬프게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속에서의 음악은 그 모든 것을 보여주고 들려준다.

 

원스 어게인

 

 

 

  이 영화는 2007년 <원스>라는 영화의 후속편이다. 영화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연인으로 발전한‘글렌 핸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그들의 생활과 음악을 동시에 담은 영화 <원스 어게인>을 만들었다. 영화는 이전 영화의 큰 성공을 기반으로 세계 투어를 시작하는데 그 때 둘의 관계는 다소 우울하게 되고 만다. 그런 갈등 속에서 인기 뒤에 가려진 음악적 고뇌와 사랑의 재확인 등 둘이 겪게 되는 많은 사연들을 담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정말 그들의 인생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그들은 음악인이기에 영화엔 음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히 그들의 뛰어난 라이브 공연은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음악 영화이면서 동시에 다큐멘터리 영화이기도 한 이 영화는 분명 영화음악으로 주목 받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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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4주


  극영화로 담기 힘든 진실된 사실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해 실생활을 담은 영화, 즉 다큐멘터리 영화는 많은 감독들이 관심을 갖고 시도하는 genre다. 가상의 캐릭터보다 정말 존재하는 인물들과 그들이 살고 생활하는 실재 배경, 그리고 실재 사건들을 통해 다큐멘터리 영화는 극영화보다 더 큰 감동은 물론 현실을 더욱 잘 알게 해준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현실에 대한 비판인식을 갖고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영화 속 배경과 내용은 보기 불편한 것들이 많다. ‘워낭소리’와 같은 감동을 지닌 작품들도 많지만 언제나 다큐멘터리 영화는 극단적이라 할 만큼 고통스럽고 조악한 화면 속에 보이는 인간의 탐욕은 외면하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보다 아름답고 멋진 세상을 구현하려는 것이 예술가, 특히 영화제작자들의 목적이고 보면 우아하지 못한 현실을 까발리면서 더욱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그들의 진지한 노력과 성찰의 자세는 사회적으로, 그리고 예술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크리스마스에서 새해까지 즐거운 시간들의 연속인 이 때, 세상에 경종을 울리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조용하지만 우렁차게 극장에서 상연되고 있다. 그들의 모험정신의 가치를 높이 사야 하고, 다른 한 쪽에서 소외된 자들에게 눈길을 돌리게 한다. 구세군 냄비의 온기가 그들에게도 가야 할 이유인 것이다.


하얀 정글

 


  그나마 한국에 있는 의료보험으로 서민들의 가계부담은 적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병원의 영리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그에 따른 의료비의 상승이 점차 두드러지면서 한국의 의료계도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직접 앵글을 댄 이 영화는 한국 병원과 의료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슬프면서도 무서운 진실을 쏟아내고 있다.
  영화 ‘하얀 정글’에서 지상과제는 돈이다. 물신주의가 병원과 의료계에 판을 치면서 벌어지는 각종 부작용은 한국사회의 서민의 위기와도 직접 연결되어 있다. 병원에 대한 각종 광고들은 넘쳐나지만 그것을 이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을 버는 서민들, 의료계에 만연한 리베이트,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하면서 그것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진행되는 불필요한 과도한 검사, 그리고 돈 되는 외래진료만을 물색하는 의사 등 영화 속의 의료계는 대형수술이 필요한 분야다. 거기에 환자들을 고압적으로 다루는 의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영화는 의료의 사유화가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것을 통해 영화는 의료의 공공성 회복을 강조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를 찍은 이가 바로 의사라는 점에서 양심 있는 의사가 아직은 있다는 것에 안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만 같다. 비록 소수지만 말이다. 한국인이라면 한 번은 꼭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고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올 위기이기에 놓쳐서는 안 될 문제다.


보라

 


  한국의 노동현장의 환경은 많이 개선됐다 하더라도 아직은 위험한 수준이다.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신자유주의의 만연과 IMF 이후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산업현장은 바로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노동현장과 다르지 않는다. 그런 환경은 아직도 한국에서 인권이 얼마나 열악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정신이 한국에 얼마나 뿌리깊게 박혀있는지를 알 수 있다.
  영화의 시작은 피아노 공장과 마네킹 공장과 같은 산업현장을 중심으로 시작한다. 그곳에서의 현장보건관리를 통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상태와 노동환경 상태들을 보여주면서 한국의 산업재해의 현 위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영화 카메라는 높은 곳에 고정되면서 매우 무미건조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객관적인 사실성을 확보하면서 이 영화의 모든 장면들이 작위적이 아닌 사실에 기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미건조한 분위기 속에서 도리어 매우 감정적인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데 감독연출력에 대해 의문을 품은 전문가들도 있지만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사상 의미심장한 한 획을 그을 작품이라는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Jam Docu 강정

 

 

  이 영화는 지금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제주도 서귀포시 최남단 강정마을에서의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이다. 군사적 목적을 두고 건설되는 해군기지를 두고 정부와 지역주민은 물론 지역주민 간에 벌어지는 사회적 긴장과 충돌을 담은 이 영화는 한국의 지적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와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존하자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천혜 자연 보존지역으로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해군은 해군기지를 건설한다고 하면서 자연보존지역을 파괴하려는 정책을 발표한다. 국제정치적 목적이 우선이라는 속내를 읽을 수 있는 이 발표의 이면을 통해 한국 정부의 환경인식 수준이 여지없이 까발려지는 순간이다. 이런 정책에 대해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 참여한 8명의 감독들은 재능기부를 통해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자고 의기투합하려는 이들로써 ‘우선 강정마을을 살리고 보자!’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8명의 감독이 담은 각자의 에피소드는 다양하다. 양윤모 평론가를 찾아가 강정을 왜 지켜야 하는가를 듣는 장면에서부터, 강정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장면, 강정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파괴된 강정마을의 실상 등 영화는 제주 강정의 슬픈 비극을 담으려 노력하면서 관객들에게 무엇을 우선해야 할 것인지를 넌지시 묻고 있다. 비록 8명의 감독들이 참여해서인지 체계는 없지만 다큐멘터리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현장감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중 안타까운 것은 마을 사람들끼리의 긴장인데 현장감 있는 그들의 반목의 구체적 사례는 환경보존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그래도 자연은 보존해야만 할 이유를 이 영화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자연은 현 세대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기에 현 세대의 탐욕으로 모두 허비돼선 안되기 때문이리라.


오래된 인력거

 


  이 영화와 ‘워낭소리’는 묘하게 매치된다. 영화 속 인물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어느 가장의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력거란 교통기구는 한국에선 매우 낯설지만 인도에선 아직도 운행 중이다. 인력거는 인간이 소가 되는 대중교통기관으로 인간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인도 콜카타에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인력거꾼 ‘살림’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가장 행복할 것만 같은 도시 뒤편의 그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반어일 것이다. 그의 아내는 병들었으며, 그의 자식들 6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 마치 한국의 사실주의의 걸작인 ‘운수 좋은 날’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환경과 여건에서 그는 가난과 좌절을 주식으로 삼으며 오늘도 달린다. 특히 무더운 날씨 속에서 뜨거울 것만 같은 아스팔트 위를 맨발로 인력거를 끄는 그의 모습에서 처참하다 못해 숭고함까지 느끼게 한다.
  40년 이상 인력거를 끌고 있는 살림이 살고 있는 환경은 소외된 자들에겐 처참하기 그지 없다. 영화 속 내용 중, 많은 비가 내린 이후 비에 잠긴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 싸움은 웃기면서도 슬프기 그지 없다. 비로 잠긴 도로 위에서 그래도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행인들에게 흥정을 하거나 택시와 인력거, 그리고 행인들까지 시비가 붙는 장면에서 그늘진 인생들이 살아가야 할 운명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인도의 카스트 제도의 의해 결코 현재를 벗어날 수 없게 된 살림은 가족의 생계를 진 책임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좌절한다. 하지만 묘하게도 그 가족이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한다는 점에서 인생의 역설을 느끼게도 하는 이 영화는 인간의 섬세한 묘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감동을 통해 다큐멘터리 영화의 힘을 제대로 느끼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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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3주

 

 

  라이벌, 매우 매력적인 짝이다. 경쟁하는 곳에 언제나 있기 마련이고, 결코 피할 수 없는 그런 존재다. 서로 경쟁하기에 서로를 증오할 수도 있지만, 서로 같은 입장이기에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존재다. 그래서인지 경쟁이 끝난 어느 시점에서 서로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많은 그런 친구가 된다. 라이벌, 어쩌면 가족보다 더 자신을 많이 알고, 또한 나중에 그리워하는 그런 사람이 된다. 영화에서 이런 라이벌 관계를 놓칠 리가 없다.
  영화 속의 라이벌들은 매우 재미난 이야기들을 만든다. 다만 재미를 위해 둘 중 한 명은 부정적이거나 악당으로 그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캐릭터 구성이다. 그들의 경쟁 속에서 영화의 극적 재미는 절정의 부분에서의 극한적인 대립으로 최고가 된다. 사실 절정 부분이 영화 매력의 최고 정점이며, 관객을 얼마나 끌어들이냐를 결정하는 부분이다. 라이벌은 그래서 영화 제작자들에겐 구세주일 뿐만 아니라, 관객들 역시 이것을 찾기 위해 영화 정보를 분주히 찾고 있다.
  지금, 혹은 앞으로 개봉될 영화들에서 이 라이벌 관계를 담은 영화들이 눈에 띈다. 기존의 시나리오처럼 ‘선과 악,’ ‘승자와 패자’의 관계를 다루는 것은 물론 최고의 승부를 나누어도 결국 승부를 가르지 못한 ‘무승부 라이벌’도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라이벌이 있겠지만 이 세가지는 모든 라이벌 관계를 다 보여주는 것만 같다. 올 겨울, 이 영화들의 감동으로 인해 추위에 대한 고민은 조금 덜 수 있을 것만 같다.


셜록 홈즈 : 그림자 게임

 

 

 

  유명한 탐정 소설 주인공인 셜록 홈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소설 속에 보여주지 못한 화려한 액션을 영화에선 마음껏 보여준다. 그래서 셜록 홈즈 영화 시리즈는 s/F에 가까운 어드벤처 영화가 됐고, 치열한 두뇌게임의 비중은 소설만큼 크진 않아도 볼만한 장면들은 훨씬 많아졌다. 그리고 이 영화는 선악의 구별이 확실하고 인간 본질에 대한 문제제기와 같은 철학적 주제와는 조금 벗어나서 Killing time용 영화로서 관객들에게 즐거운 오락을 제공할 것이다.
  소설에서 철저하게 홈즈를 도와주던 왓슨(주드 로)은 영화에선 조금 거칠고 비판적이다. 그런데 이 왓슨이 영화에서 결혼을 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선 홈즈의 평생의 숙적으로 모리아티 교수(자레드 해리스)란 악당이 나온다. 이 악당의 능력은 홈즈에 어깨를 겨눌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존재로 홈즈도 한 번 진 경험이 있어서, 함부로 이길 것을 장담할 수 없는 그런 두뇌를 갖고 있어서, “홈즈, 목숨을 걸어라!”라는 문구까지 영화 포스터에 등장할 정도다. 유럽에서 엄청난 사건 뒤에 숨은 모리아티 교수와의 대결에서 명예회복을 바라는 홈즈의 승부는 이 영화의 볼거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결국 홈즈의 승리가 예상되지만 그래도 이런 과대선전으로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하다.

 

초한지

 

 

  장기판 위에 있는 漢과 楚라는 왕이 이제 영화에 나타났다. 유방과 항우, 그들은 중국 역사상 최초이자 최고의 라이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혀 다른 색을 지닌 이 두 사나이는 중국이란 거대한 땅을 두고 쟁패를 벌이며, 그에 대한 역사적 승부도 가려졌다. 하지만 그들이 싸운 그간의 역사적 과정의 흥미는 두고두고 이야기될 만큼 재미있으며, 문학이나 시, 그리고 영화에서 다양하게 해석되고 소비된다. 이 둘은 시작부터 서로 상반되는 색을 지닌 인물이다. 최고의 명문 집안 출신인 항우에 비해 유방은 유랑이나 하는 한량일 뿐이었다. 이런 그들이 경쟁을 하게 됐을 때, 어쩌면 이미 결정된 승부라는 생각을 많이 했겠지만 인생 역전을 꿈꾼 유방의 멋진 승리로 끝났고, 한나라 고조가 된다. 이런 뻔한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재조명할 영화 ‘초한지’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연기자들을 통해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유방을 경험 많은 여명이, 항우는 풍소봉이 담당한다. 또한 중국 최고의 미녀들 중 하나로 이야기되는 우미인을 중국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유역비가 연기하는데 그녀가 현재 이 엄청난 미녀의 배역을 차지한 것을 보면 그녀의 미모는 자타가 공인하나 보다. 화려한 무술장면이 가득한 상황에서 항우와 우미인의 사랑 이야기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남성은 물론 여성팬들을 유혹할 것이다.

 

퍼펙트 게임

 

 

 

  야구 경기는 어쩔 수 없이 라이벌을 양산하게 된다. 승패는 물론 기록이란 것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그 중 유별나게 위대하다고 표현할 만큼 뛰어난 두 투수가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됐다. 그들은 최동원과 선동열이다. 그들은 평생 딱 세 번 시합을 치렀고 공교롭게도 그 결과는 1승 1패, 그리고 1무승부다. 영화는 무승부가 된 그 마지막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그들의 라이벌 상황을 형상화한다. 점점 쇠퇴기에 접어든 최동원과 새롭게 부각되는 선동열은 1승 1패를 기록하며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 그들은 극도의 스트레스와 긴장감 속에 마지막 진검승부를 하게 된다. 모든 드라마적 요소를 담고 있는 바로 이 세 번째이자 마지막 경기된 된 이 경기를 영화가 놓칠 리가 없다. 영화는 뛰어난 CG를 통해 마지막 경기의 생동감을 멋지게 보여주기도 하지만 또한 그들은 경기만 한 것이 아니고 인간적인 관계와 동료애, 그리고 힘든 인생 속에서도 꿈을 갖고 사는 선수들의 섬세한 감정과 감동을 치열한 경기 속에서도 우아하게 형상화한다. 말을 안 해도 서로 알 수 있는 수많은 환경들을 통해 최동원과 선동열은 많은 대화를 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많은 이들이 아는 것처럼 그들은 보통 투수라면 한계치라고 이야기되는 100개를 넘어 무려 200개 이상의 공을 던진다. 결코 질 수 없다는 자존심과 용기, 그런 것들이 영화에 보여지면서 화려한 야구경기를 탄생시킨다. 정말 위대한 경기였고, 영화는 그런 멋을 제대로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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