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7월 3주

  하루가 멀다 하고 변화되는 남북한의 정치적, 군사적 긴장관계는 모든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남북한 관계의 부침 속에서 남한 사람들은 울고 웃기 마련이다. 하지만 과연 북한 사람들도 이와는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 역시 남한사람들의 마음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왜냐 하면 남한 사람이나 북한 사람이나 다들 인간으로서 한반도에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정치, 군사관계는 남북한 사람들이 만들지 않았다. 이념이 한반도에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고 20세기에 들어온, 역사가 짧은 것들이다. 그리고 38선 역시 생긴지 얼마 안 된 분단선이다. 문제는 이런 것들은 남북한 사람들이 원해서 들어온 것도 아니다. 외부에서 강제로 들어온 것이다. 일제 식민지를 당했다는 역사적 나약함으로 빚어진, 우리 뜻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던 그 시절의 비극은 한반도에서 함께 살고 있는 이들의 가슴에 지금도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이런 비극을 조명하면서 원하지 않은 갈등과 그에 대한 애달픈 한국민들의 슬픔을 보여주는 영화들이 있다. 그것들은 고지전, 풍산개, 그리고 적과의 동침이다.  



고지전  

 

 



  김기덕 감독과의 불편한 관계로, 최근 많이 기사에 오른 장본인인 장훈 감독 작품이다. 남북한 문제에 대한 장훈 감독의 치열한 고민은 이미 전작 ‘의형제’에서도 드러났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 치열함이 더한 느낌이다. 또한 고지전의 작가 박상연의 전작이 ‘공동경비구역 JSA’ 인 것도 의미심장하다. 남북한 긴장에 대한 인간적 고민과 성찰을 잘 다룬 두 사람이 함께 한 이 작품은 한국전쟁영화의 고전을 탄생시키는 괴력을 발휘했다. 현실감 있는 전투장면은 이 영화의 강렬한 매력인데 괜한 낭만적 분위기로 전쟁 분위기를 왜곡했던 기존 영화들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향후 전쟁영화는 반드시 ‘고지전’이란 영화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영화 속에 등장한 색다른 캐릭터들이다. 그 캐릭터들을 연기한 고수, 신하균, 이제훈, 김옥빈, 류승룡, 류승수, 고창석 등은 영화 고지전의 수준을 한 단계 더욱 상승시켰다. 이 영화에선 착한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다. 아니 과거에 착했던 인물들이 인간성과 낭만을 상실한 채, 전쟁의 목표인 승리가 아니라 억지로 참가하게 된 전쟁에서 생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치열한 전투에 참가한다는 이색적인 구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색적인 구성이 그 어떤 것보다 현실적이란 느낌이 들만큼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남들이 차려놓은 격투기 장에 들어서는 기분을 느끼고 있는 군인들은 인성을 상실한 채,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 목숨을 걸고 싸운다. 특히 고수가 연기한 중위 김수혁은 이 전쟁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배역으로 고수는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명연기로 이 영화 최고의 백미를 만들어냈다.  



풍산개 

 

 



  남들이 만든 분단과 긴장 속에서 한국민들이 갖게 된 불행과 이를 해결하는 이색적인 도우미의 활약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문제아는 이념적인 분단과 긴장을 통해 자신의 사익을 정당한 것으로 위장, 자신들의 이권을 유지하는 분단추구 세력들의 만행이다. 이런 악당은 남북한을 가리지 않는다. 남북한의 영토는 물론 정신적 유대도 갈라놓은 DMZ를 자기집 담처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일명, ‘풍산개’는 이념의 잣대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존재다. 무엇보다 남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 필요한 것들을 해결해주는 해결사의 측면을 본다면 차라리 남북 화해를 이끄는 힘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념과, 그것을 통해 사익을 추구하는 이념세력들은 그를 이념의 잣대로 평가하고 구분하며, 자신의 잣대에 순응하지 않을 때 단죄하려 한다. 동시에 필요 시엔 그를 이용,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고만 한다. 즉 탐욕에 기인한 행동만을 하고 있었다.
  풍산개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하기 싫었던 것 같다. 이념을 통해 억압된 인간의 마음을 해소하고자 그는 매우 위험한 일을 한다. 그것이 꼭 순수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의 도움으로 행복한 시간을 잠시라도 얻은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면 그의 가치는 분명 있을 것이다. 어떤 점에서 풍산개의 활약은 남북한 통일의 열쇠로서 보이기도 하다. 이런 그를 이념으로만 평가하려는 잘못된 관행은 어쩌면 남북한 주민들이 정말 원했던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
  현재의 남북한은 한반도 주민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만들어진 것이다. 설사 과거엔 그랬지만 현재 그런 갈등구조는 극복해야 할 사안이며, 그래서 만나고 화해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너무 사악해서 연평도에 미사일을 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이념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만행에 기인한 것이리라, 남한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현실을 이 영화는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인 풍산개를 통해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의 최고의 진가는 윤계상의 연기다. 이미 많은 작품에서 그는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줬는데 이번 역시 그와 다르지 않았다.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린 윤계상의 연기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즐거움을 크게 줄 것이다.  



적과의 동침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믿기지 않은 사건을 담고 있다. 언제나 북한군은 사악했고 비인간적이라는 통념을 깬 영화다. 그러나 어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북한군 역시 남한으로 진주할 때, 사악한 이념분자라기보다 좋은 군인으로서 일제시대에 한반도의 많은 이들과 함께 일본에 대해 싸웠고, 조국의 광복으로 모든 이들이 다 잘 살 있는 한반도를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외부의 힘은 그런 낭만을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전쟁에 참가하게 됐을 것이다. 남한으로 진군하고서 올바른 북한의 군인상을 보여주고자 했던 북한 군인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외부에 힘은 또 한 번 괴력을 발휘하면서 친근하게 다가가려 한 어느 북한군인의 낭만을 무참히 짓밟았다. 마을 주민들을 학살하란 명령은 착한 군인으로 기억되고 싶었던 북한 장교를 고뇌에 빠뜨리게 했고 그는 과감한 용단을 내렸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았다. 언제나 자신이 아닌 외부의 힘에 만들어진 것 때문에 모든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없는 상황이 얼마나 비극적이며, 그로 인해 벌어진 전쟁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인해 한반도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영화는 매우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