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5월 1주

  6.25 전쟁, 한국인 모두에게 비극이다. 남이나 북이나 말이다. 이념의 대결 뒤에 숨쉬는 민족상잔의 비극으로 대표되는 한국 전쟁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강제되든, 남북한의 독재정권에 의한 것이든 결국 피해자는 일반 민중이었고, 국민이었다. 전쟁을 일으킨 세력이거나 독재를 위해 남북한 긴장을 이용한 세력이거나 이들이 과연 국민들에 비해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의심된다. 이 전쟁은 한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비극을 주었고, 특히나 가족을 소중히 생각했던 한국민들의 가족을 붕괴시키기도 했다. 심지어 하나의 경제공동체이기조차 했던 남북한은 서로 증오하기만 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도, 경제발전을 위한 협상조차도 서로에겐 사치라고 할 만큼 으르렁거렸다. 그 기간이 반세기를 넘어 자칫 한 세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또한 전쟁이 끝난 후 개발의 열풍이 한국 남한을 주도하면서 사회는 발전했지만 이산가족이란 멍에도 함께 했다. 무엇보다 한국민들의 깨어진 인간관계는 너무나 안타까운 비극을 양산했다.
  한국 전쟁과 관련된 영화는 거의 한국인들에 의해 제작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런 비극을 한국 영화들은 감정에 기울여 찍기도 했고 관조적으로 형상화하기도 했다. 거기엔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으며, 또한 희생도 있고, 반목도 있고, 전쟁도 있고, 슬픔도 있고, 그리고 앙금도 남았다.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한국의 현실을 자성하기도 하면서, 가족의 뜨거움이나 민족은 그래도 하나란 사실을 일깨우기도 한다. 좀 진부한 소재이긴 하지만 그래도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한국 영화들은 나름대로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했으며, 자기 나름대로 해결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것은 무척 좋은 시도이며, 앞으로도 그런 시도가 더욱 가치 있게 보일 것이다.  



적과의 동침

 

 

  실화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도의 한국전쟁 영화다. 일제에 대항해 함께 싸웠던 한반도의 그들이 잘 알 수도 없었던 이념을 갖고 싸웠던 코미디 같은 사태에 대해 벌어진 희극과 비극의 앙상블 속에서 많은 생각을 자아내게 한다. 사랑과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점은 기존의 한국전쟁 영화와 다를 바 없지만 북한이 잔인한 살인마란 인식으로부터 벗어났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특히 이념의 진지한 실천가로서 최선을 다하지만 현실의 막혀 고민하는 북한군 장교 김정웅 (김주혁)이란 캐릭터의 등장은 한국전쟁영화의 진일보한 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사랑 놀음으로 빠질 수 있었던 스토리가 당시 상황과의 적절한 안배 속에서 한국전쟁 당시의 사람들의 고민을 제대로 포착함으로써 수준 높은 서사를 완성했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웰컴 투 동막골 


 

  큰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아마도 한국전쟁 속에 존재할 수 없는 동막골이란 이상향을 통해 한국민들은 분단된 이 상황에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이야기한 영화다. 특히 지금까지 한국전쟁 하면 언제나 적으로만 나온 북한군은 여기선 함께 할 동료로 나왔으며, 어쩌면 위험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던 새로운 전선을 보여준다. 즉 아름다운 동막골을 지키기 위해 동막골을 폭격할 미군의 침략을 막기 위해 남북한 군인들이 서로 힘을 합친다는 이야기는 극우인사들에겐 격분을 살 일이지만 미래지향적인 남북한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또한 이 영화는 어쩌면 다시 오기 힘든 한국적인 이상향을 제시함으로써 또 다른 면에서의 흥미거리도 제시한, 여러 가지의 면에서 특이한 매력을 지닌 영화다.  




태극기 휘날리며
 


 

  한국 흥행사에서 불멸의 기록을 만들어준 것뿐만 아니라 아마도 이 영화 이전과 이후를 기준으로 한국전쟁영화의 모든 것들을 바꿨다고 할 수 있다. 그전의 영화가 북한군에 대한 증오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 영화는 그런 것을 넘어서려는 다양한 시도를 한다. 이 영화는 한국의 가족의 가치를 일깨웠음은 물론 전쟁에 의해 파멸되는 인간성을 처절하게 묘사함으로써 전쟁의 폭력성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또한 전쟁 기간 동안에 벌어진 잔혹한 참상 역시 이 영화에서 제대로 묘사됐다는 점도 이 영화의 장점 중에 하나일 것이다. 여기에 이념에 앞서 우선 폭력성만을 고집했던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전쟁의 실상에 더욱 접근한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한국영화사에서 언제나 주목을 받을 것이며, 그 평가도 다양할 것이다. 그 모든 것은 이 영화가 많은 것들을 담은 결과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