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3월 2주


현빈이 군대에 갔다. 그것도 해병대에. 감히 해병대라니. 이런 모습을 보면 현빈은 강한 남자의 전형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가장 강한 군대에 속하는 해병대에 입소한 그를 생각하면 강한 액션작품에 많이 출연했을 것만 같지만 그의 영화 이력에 그런 영화는 물론 드라마도 눈에 뜨이지 않는다. 처녀작 '돌려차기'가 가장 강력한(?) 액션물이다. '친구'가 드라마에선 진정한 액션작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TV 작품이다. 영화에서의 그의 출연작들은 거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드라마 히트작 역시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드라마에서의 사랑 영화도 극과 극을 걷는데 버르장머리(?) 없고 철없는 잘 사는 까도남으로 출연한 것들은 대박이 났는데 '눈의 여왕'같은 사랑 영화에선 까도녀를 위한 헌신적인 사랑을 보였지만 그냥 저주받은 걸작(개인적인 생각이지만)으로만 남았다. 그는 오직 한 가지 모습으로만 소비되는 배우다. 영화나 TV 에서나. 까도남으로 나와야 히트치는 비극, 그는 그런 남자배우이고 그냥 여성을 위한 Pet 정도의 배우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를 보는 것은 재미있다. 특히 영화에선 까도남보단 평범하고 진지한 남자로 나온다. 그것도 최근 말이다. 그래서 군대 가서 이제 몇 년간 보기 힘든 그가 어떤 영화에 나왔는지 나열하고 싶었다.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큰 히트를 친 작품들이 없다는 사실이고 그 흔한 까도남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도리어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이고, 그의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다수다. 그것도 최근 작품이 무려 세 편이나 있는데 그의 진면목이 이런 영화들 속에 비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리카의 눈물  

이 영화를 갖고 현빈도 나오지 않았는데 왜 올렸느냐고 비판한 분들이 많은 것은 알겠지만 그의 마음이 가장 따뜻하게 드러난 영화다. 사실 어떤 배우에게나 요청을 해도 다들 참가했을 나래이션이겠지만 왜 현빈을 택했을까 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가 좀 따뜻한 인간미가 있어 보여서 그러지 않겠느냐 하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이것도 여러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아무튼 슬픈 대륙의 고통을 이 영화를 통해, 그리고 따뜻한 목소리의 현빈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했으면 한다. 스토리보단 화면을 통한 영상이 중요한 영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2011)  

이혼을 준비하는 부부의 이야기다. 갑자기 아내가 이혼하자고 이야기하는 이 황당한 스토리는 그러나 이젠 오늘을 사는 부부에겐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가 됐다. 그래서인지 남일 같지가 않다. 아내 영신(임수정)가 남자가 생겼다고 하면서 나가겠다고 한다. 즉 나 불륜하는데 법으로 막지 말란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울고 불고 해야 할 것도 같은데 남편 지석(현빈)이 순순히 받아들인다. 이쯤 되면 지금까지 왜 같이 살았는지 모르겠고, 울고불고 하면서 저주하는 한국의 각종 불륜 드라마와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정말 Cool 한 인간관계다. 그러면서 벌어지는 그들의 복잡한 마음과 왠지 모를 아쉬움 등 그래도 좀 미진하나마 서로 간의 여운을 갖고 있는 모양새를 보인다. 그리고 묘한 심리를 형상화한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심리 사랑 이야기는 흔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현빈과 임수정이라면 볼 만은 하다. 여기서의 현빈은 확실한 도시남이다. Cool하기도 하고. 이런 쿨함이 비인간적일 수도 있지만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겐 매우 필요한 자세이고, 그래야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요새 Cool 해야 살지 쿨하지 못하면 미쳐버릴 것만 같은 세상에 우린 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요새 쿨한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고, 도덕적으로까지 요구되고 있다. 현빈의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이다. 전작들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모습이기도 하고. 국제영화제에 기대를 했지만 아쉬운 결과만을 남겼다.  

 

만추 (2011)  

 

영화 내적이기 보단 외적으로 말이 많다. 중국에서 현빈과 송혜교의 결별이 탕웨이 때문이란 이야기가 중국에서 그럴 듯 하게 나오는 것이고 보면 말이다. 아무튼 아쉽다. 잘 됐으면 했는데 헤어지는 것이 대세다 보니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보다. 이 영화는 전작이 있는 영화다. 그때 영화의 영상이 많은 영화인들에게 영향을 줬고, 그래서 다시 한 번 제작된 영화다. 장소는 국제적인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서안해양성 기후로 날씨가 변덕이지만 분위기는 최고로 만들어주는 시애틀이다. 안개는 환상을 낳고 시애틀의 독특한 풍광은 잿빛과 가을을 묘하게 결합시켰다. 알렉스의 건조하면서도 따뜻한 노래가 참 어울리는 영화다. 잠시 동안의 자유를 얻은 여자 수감자 애나와 도망자 신분이면서 돈도 벌어야 하는 훈의 기이한 사랑 이야기다. 그들의 사랑의 결말은 흔한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사랑의 과정이고 얼마나 멋지게 표현하느냐가 영화의 대중성을 결정한다. 그래도 사랑의 사생아인 기다림의 고통은 좀 가슴아프게 하는 비극으로 많은 이들의 감성을 적실 것이다. 탕웨이의 매력이 매우 돋보였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현빈의 탕아적이고 도시적인 매력 역시 절정을 보여준다. 알몸만이 그의 매력이 아님을 보여준 그의 연기력도 그가 군대 갔다 오고 나서 더욱 성숙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도록 해준다.   

 

백만장자의 첫사랑(2006) 

 그의 첫영화는 아니지만 그나마 존재감이 뚜렷한 영화는 ‘백만장자의 첫사랑’이다. 지금 최고의 미모를 뽐내고 있는 이연희와 함께 출연한 이 영화는 안타깝게도 평가가 좋지 못하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현빈의 풋풋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이연희의 앳된 매력은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제 그의 이런 매력을 더이상 볼 수 없을 것이다. 나이 먹는다는 것이 다 그런 것이니까. 그의 풋풋한 매력을 더 보고 싶다면 논스톱 시리즈로 가야 겠지만 그래도 영화 속에서 사랑스런 그를 보는 것으로 재미있을 수 있다. 지금 그는 군대에 있으니까. 삼순이 열풍으로 기대를 어느 정도 했던 것 같지만 결과는 안타깝다. 그래도 그를 볼 수 기회는 물론 설익었지만 그의 진면목을 조금 볼 수 있을 것 같다. 건방진 까도남의 재벌 남자 이미지 말이다. 안타까운 것인지 모르지만 그의 드라마에서 이런 류의 캐릭터로 그의 성공이 이어졌다. 성공은 했지만 어두운 그를 만든 원인이기도 한데, 대중성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영화 예술인으로서의 그를 보고 싶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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