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8월 4주
꿈은 한국에선 미래에 대한 어떤 암시로 보는 경향이 있다. 미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분석은 한국인들의 미래에 대한 염려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돼지꿈이나 용꿈 등의 해몽은 그래서 생겼는지 모른다. 돼지꿈 꾸고 산 복권에 대한 것은 한국인의 미래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서구에서의 꿈은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들이 새롭게 개척한 심리학이란 과학을 통해 보인 꿈에 대한 그들의 이해는 바로 인간의 근저에 있는 심리적인 요소들이며, 대개는 현실적 욕망에 대한 투영이거나, 죄의식 등의, 겉으론 드러나지 않은 무의식적 영역에서의 내용들이 태반이다. 그래서인지 서구 영화에서의 꿈은 언제나 욕망이나 무의식의 내용을 다룬다.
서구의 이런 내용들을 영화가 놓칠 리가 없다. 그래서 그들의 영화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인간의 심리와 갈망, 혹은 감추고 싶은 죄의식 등을 담고 있다. 즉, 무의식의 반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선 마치, 훔친 물건을 들킨 아이들처럼 당황스럽고 자신을 되돌아보게도 된다. 그런 내용들은 다음의 영화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바로 ‘바닐라 스타이,’ ‘매트릭스 (The Matrix),’ 그리고 ‘인셉션’ 이 그런 맥락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바닐라 스카이 (2001)
잘 나가던 남자에게 불행이 찾아온다. 멋진 외모를 무기로 많은 여심을 흔들었는데, 그만 자신이 사귀었지만 버린 여자의 가혹한 보복으로 얼굴이 망가지는 부상을 당하고, 그는 더 이상 매력적인 외모로 상대의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되고, 이것으로 인해 방황하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 현실과 같은 꿈을 통해 자신의 갈망을 이루지만 동시에 허상 속에서의 방황일 뿐, 이룰 수 없는 갈망을 마지막에서 확인할 때, 가히 공포물을 보는 것만 같았다. 외면에 대한 집착이 부른 무서운 결과, 아마 영화는 외면으로만 살려는 인간의 허망한 즐거움을 비난하는 것만 같다.
더 셀 (the Cell) (2000)
가히 충격적인 영화다. 인간의 무의식 세계에서의 심리를 영상화한 이 영화의 장면들은 환상적인 매력과 전혀 예상 못한 구성을 지니고 있다. 살인자의 무의식 속으로 진입하면서 위험에 처한 소녀를 구하는 기본 구도는 전혀 예상 못할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주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꿈과 같은 영상을 제공한다. 제니퍼 로페즈는 아마도 자신의 출연작 중 최고라고 할 것만 같다. 그리고 현실 속에선 만들 수 없는 아이디어를, 꿈을 통해 얻은 장면들은 서사의 힘은 물론, 영상에 압도될 만큼 대단한 작품이다.
인셉션 (the Inception) (2010)
꿈에 관한 혁명적인 인상을 준 영화로, 영화 역사에 있어 대단한 평가를 받을 것임을 보는 내내 확신할 수 있다. 꿈 속에서 현실의 자아들이 의식 속에서 움직인다는 가정은 기존의 꿈의 영화가 무의식만을 다루었다는 것과는 차이를 내면서 매우 이색적인 재미를 제공해준다. 그리고 사람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의도적으로 타인의 무의식 속에 새로운 자극제, 즉 이미지를 심는다는 내용 역시 매우 독특했다. 또한 영화 속에서 볼 수 있었던 무의식 속에서의 갈망과 죄의식 등을 볼 때,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까지 할 수 있는 작품이다. 후속편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