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에 속지 마라, 블립>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행운에 속지 마라 - 기대하지 마라, 예측하지 마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이건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역주행을 권한다.
  근대 학문이 대세이자 시대적 당위성을 지닌 현재에 있어, 미래에 대한 예측을 과학적이고 이론적으로 설명하려는 연구자와 이론가, 그리고 책들은 넘친다. 어쩌면 이런 흐름은 어쩔 수 없는 흐름처럼 보인다. 미신의 세계라 할 종교적 우위의 시대에, 미신으로 점철된 무도한 사회적 폭력을 잠재우고, 미신을 앞세워 자신들의 이익을 탐한 종교 지도자와 그들과 함께 했던 세속의 지배자들의 이익을 잠재웠던 것이 바로 과학이다. 그리고 그런 과학은 인권을 고양했고, 사람의 가치를 드높였으며, 역시나 현재의 삶을 만든, 매우 강력한 힘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어마어마한 권위를 지닌 과학의 힘을 조롱하듯, 미신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신의 힘을 지탱했던 ‘운’이란 과거의 존재를 다시 이세상에 부각시켰다. 그것도 가장 과학주의가 주장되는 주식과 투자라는 영역에서 말이다.
  매우 위험한 도전처럼 보였던 이런 시도를, [나심 니콜라스 탈렙]이란 무척 이색적인 이름과 조상을 지닌 작가가 시도했다. 그의 직업은 트레이더, 즉 주식이니 펀드니 하는 상품들을 취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런 세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의례의 복잡한 수식을 사용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이론이나 공식을 나열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말이다. 그가 속한 사회의 일반적 직업의 속성상, 이런 분위기를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작가의 경력을 보면, 세계 최고의 MBA에 속한 워튼 스쿨 졸업생이란 것을 보면,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매우 이색적이기 그지없다. 자신이 경험했고, 속한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이야기와 주제를 그는 마음껏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반대는 물론, 자신의 동료들이라 할 영역의 사람들을 맹렬히 비판하고 조롱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 사회의 패배자가 이야기하는 인상마저 풍겼다. 그러나 책 어디에서도 저자가 파멸했다는 내용은 없다. 도리어 그가 구체적 사례로서 제시한 인물들은 한때나마 잘 나가던 트레이더였지만 마침내 회사에서 억지로 끌려나갔던 인물들에 관한 것이었다. 회사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한때는 크게 성공했던 사람들이란 것이 이 책의 주목거리였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인물이 한 번은 성공하고, 또 한 번은 실패하는지, 이는 어쩌면 미스터리한 사건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미스터리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들이 신봉하는 과학적 합리성과 확률 등이 사실은 매우 엉터리란 것을 신랄하게 적시한다. 그리고, 그는 매우 위험하지만, 역시나 매우 재미있는 도전을 한다. 그는 그들의 성공과 실패의 이면에 엄연히 ‘행운’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행운’은 비과학적인 내용일 뿐만 아니라 반과학적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반과학적인 요소가 어떻게 세상에 통용되는지를 과거의 역사는 물론, 현실에서 사용되는 확률이란 것의 오용을 통해 설명한다. 아마도 이 책의 가장 즐거운 부분일 것이다. ‘검은 백로’라는 표현처럼 귀납법을 통해 구체적 사례를 일반적인 이론으로 이끌어내는 방법론에 대한 약점을 매우 독특하게 제시한다. 극히 드문 사례라도 한 번 나오는 증거에 의해 무너지는 일반이론의 허약성을 통해 이론의 약점을 지적한다. 동시에 생활에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확률에 대한 몰이해과 그에 대한 오용을 통해 트레이더들의 허약성을 역시나 재미있게 지적했다.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철학자, ‘칼 포퍼’는 세상이 제시한 이론의 약점만을 공격하는 대표적인 학자지만, 그가 제시한 이론은 적중할 확률이 높다. 즉 이론에 대한 반례가 하나라도 나타난다면 완벽하게 그 이론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저자의 관심을 갖기에 충분하며, 또한 저자의 세계관을 만든 가장 큰 영향으로 보인다. 저자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을 갖고, 그 허약성을 비판하면서, 또한 그 사회에 직접, 간접으로 관여하고 있는 자들의 이야기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쓴 책은 매우 재미있고, 유익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확신에 차서, 자신의 이론을 따르기만 한다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하는 분석가들의 말을 100% 믿을 수는 없다는 현실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말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완벽한 이론은 있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세상은 완벽한 이론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은 행동 경제학을 통해, 그리고 확률에 대한 인간의 인식 문제점을 통해 보여주고 있으며, 과신은 금물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인간의 본성의 약점은 물론 어느 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요소들을 통해 완벽한 투자행위를 통해 큰 돈을 벌려는 인간의 탐욕보단 꾸준히 준비된 생활이야말로 어쩌면 진정한 투자임을 밝히고 있다. 바로 우리들이 생활하는 바로 그곳에서 꾸준한 자세로 일하는 것이 어쩌면 중요하다는 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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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8-1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쫌 삐딱해서 그런데요^^
과학이나 수학이나 가설이고, 아직까지는 반대되는 증명이 없어서 믿어주는 일종의 불완전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반대증명이 나와도 기존 세력이 인정안하고 버티면 장땡이잖아요~ 이런거도 다 시대별 마케팅의 성공같기도하고요ㅋ
이런식으로 생각하면 직관도 나름의 가설이라 좋은 운으로 작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novio 2010-08-11 14:43   좋아요 0 | URL
이 책 내용 자체가 삐딱합니다. 그래도 그다지 틀린 내용은 아닌 것 같더군요. 직관도 나름의 가설이란 주장이 이 책 속에 어느 정도 배어 있습니다.반대되는 증명이 없어서 믿어주는 것이 과학이란 이야기는 아마 포처의 주장과 같아 보이는데 저 역시 그에 동의합니다, 다만 과연 이런 식의 생각이 세상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모르죠. 회의주의는 타당하지만 관객이나 손님이 원하는 것이 이런 것은 아니라면 자칫 지적유희일 뿐일 수 있죠. 그리고 직관 역시 행동경제학에서 제한된 합리성이란 개념으로 그 타당성을 인정한 듯 보입니다. 제한된 합리성엔 상식 등도 포함이 될 것 같네요. 그리고 기존 세력이 인정 안하고 버틸 수 있는 분야는 많습니다. 경제학은 물론 경제관료조차 자기 잘못 인정 안하기는 마찬가지죠. 다만 그러기엔 주식과 펀드시장을 가혹하고, 저자는 그 분야에 평생을 살아와서인지 그곳에서의 생활과 정치행위를 담고 있습니다. 그곳은 실패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무서운 세상입니다. 변명도 필요없고. 한 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