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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4월
평점 :
서평을 쓰기 위해 다시 책을 뒤적이다가
화자인 나의 이름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사시라는 이유로 (라고 나는 생각한다.) 니노미야 일당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어느 날 같은 반에서
더럽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여학생 고지마에게 편지를 받는다.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지만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는 두 사람.
여름방학 고지마는 나에게 헤븐을 보여주고 싶다며 나를 미술관으로 데려간다.
하지만, 결국 고지마가 말하는 헤븐이 무엇인지를 보지는 못한다.
고지마는 자신의 표시는 더러움이고
나의 표시는 사시라고 말하며 나의 눈이 좋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자신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괴롭힘을 받아들이는 중이라고 말하는 고지마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아버지의 연대를 위한 거라고 말하면서 지저분함을 고집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받아들이기 힘든 괴로움을 왜곡된 형태로 외면하고 있는 거라고 느껴졌다.
이야기의 화자인 내가 병원에서 마주친 니노미야 일당 중 모모세와 나누는 대화는
최근에 봤던 드라마 더 글로리를 떠올리게 했다.
할 수 있으니까 괴롭히는 것 뿐이라고. 너도 니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되잖아.
라고 말하는 모모세의 모습은 더 글로리의 가해자들의 모습과 중첩됐고.
드라마 방영 이후 가해자 역의 배우들이 화제의 중심이 되고
CF를 찍는 등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모습까지 떠올랐다.
예전에는 드라마의 악역들은 욕을 먹었던 거 같은데
악역은 CF같은 게 안들어온다던 이야기를 들었던 거 같은데
요즘 사람들은 쿨하게 가해자역의 배우들을 그 역이 지녔던 뉘앙스와 함께
핫하게 소비해준다.
쓸쓸한 소설이다.
헤븐은 어디에도, 누구에도 없다.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