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달라진 점 중의 하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그러나 준연동형의 의미는 연동형과는 아주 다르며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보면 분명해진다. 원래 정치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고 노회찬 의원과 정의당이 주장하였다. 그러나 결국 다수당들에 의해 준연동형이란 어정쩡한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다.• 한국과 독일의 선거제도 비교1. 의석수 결정 방식: 한국은 독일과 달리 정당득표율에 따라 총의석수를 결정하지 않고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나누어 양자를 합산하는 병립형이다.2. 비례대표 비중: 한국은 비례대표 의석수가 전체의 16%에 불과하나 독일은 비례대표가 정확히 50%를 차지한다.3. 중복 출마 여부: 독일은 한국과 달리 지역구 후보가 비례대표로 중복하여 출마할 수 있다.4. 비례대표 적용 방식: 독일은 한국과 달리 권역별 정당명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저자의 안을 종합해 볼 때, 전체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려야 하지만 개헌 문제가 있다. 한국의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대비 최소 2:1 이상 비례대표 수를 늘리되 시도 광역 단위의 권역별 비례대표 방식에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서로 연동하는 형태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국가의 미래를 위해 정책과 개혁을 생각하는 정치 세력이 국회에 들어서려면 현 선거 제도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지역구와 다수당 중심의 국회를 한층 성숙하고 유연하게 위해서는 먼저 국민의 이해와 함께 숙의된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지지대 중의 하나는 법치주의일 것이다. 사회 문제의 공론화에서부터 입법과 제정, 집행에 이르기까지, 이 시간은 21세기에 안 어울리게 지난하다. 최근 유우성 간첩조작사건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시간에서 살고 있으나, 피해자 개인은 엄청난 시간의 무게로 짓눌리고 있다. 공직자들에 의한 범죄의 구성이 명백히 드러났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증거불충분, 공소시효 만료로 빠져나간다. 국가배상을 받을 지도 장담할 수 없지만 그 시간의 무게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21세기인데도 법원의 시간은 매트릭스 공간의 시간처럼 느리고 길다.과거 보수 정부뿐만 아니라 이 정부에서도 법치주의를 말한다. (정부는 바뀌었으나 정부의 주변은 그대로 있다.) 지금 말하는 법치주의가 고대 중국 진나라의 법치주의라면 어떨까? 흔히 법가 사상 비판에서 그렇듯이 법치가 권력자들이나 공직자들에게는 자유롭다면? 그들은 일반 개인들과는 다르게 언제든지 매트릭스 공간을 드나들 수 있다. 공수처가 곧 들어서겠지만 우리가 기대하던 그 지점까지는 여전히 멀 수도 있다. 1980년대 정치적 민주화 이후, 아직까지도 권력자들과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재벌, 특정 전문가 집단들이나 이익집단들에게는 법치주의 이념은 코미디일 뿐이다. 그렇게 민주주의의 시간은 한바탕 코미디를 보고 잊어버리는 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