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의 시를 읽을 때에야 이게 시로구나 무릅을 쳤다. 미래파니 무의미시니 나는 그 동네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이 시들을 읽는다. 시도 소설도 사실이고 현실이고 생활이기에 몸과 마음을 보리타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다 그의 산문을 뒤적이다가 오늘에 갖다댈 만한 문구 하나가 딱 하니 떨어졌다. 그의 통치자론(原牧)에서 머리 대목을 뽑아서 다시 써 본다. 백성이 목민관을 위한 것인가, 목민관이 백성을 위한 것인가? 다시 바꿔 말하면, 국민이 통치자를 위해 존재하는가, 통치자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 정부는 물론 새 정부 들어서도 국민이 통치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지난해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검찰국가가 도래했다느니 군주국가로 퇴행했다느니 온통 시끌벅적 난리법석이다. 결론부터 바로 보면, 정약용은 통치자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 제목이 정치의 근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