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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쥐와 감자튀김 ㅣ 웅진 우리그림책 15
고서원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2월
평점 :
참 신기한 일이다. 엊그제 아이에게 서울쥐와 시골쥐 책을 읽어주었었다. 그 책은 모 출판사에서 전집을 받은 책이라 그냥 두었다가 이제 한두권씩 읽히기 시작하고 있다. 아이에게 명작을 빨리 읽힐 마음은 없었고 그저 재미난 창작 위주로 읽혔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아이는 재미있어 했지만 난 참 그랬다.
안 유명하고 작은 출판사에서 만들어서 그런지 교정 교열이나 문장이 좀 그렇고 그림도 무지 허접해서 이걸 읽혀야 하나 싶었었다. 서울쥐와 시골쥐 같은 책은 아이들이 충분히 재미있어 할만한 이야기라서 좋은 책으로 갖고 싶었다.
그런데 이책을 본 순간 와 이거야 싶었다.
우선 우리 나라 사람이 만든 그림책이라 훨씬 정감이 갔다. 외국풍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외국 그림에서는 등장하는 소품들이 외국스러운게 많아서 그런점이 좀 아쉬운대 이 그림책에는 익숙하고 친숙한 소품이 많이 나와서 참 좋다.
그리고 명작 서울쥐와 시골쥐와는 조금 다르다.
제목도 다르고 조금씩 풍이 다르다. 작가의 정성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시골쥐가 서울쥐에게 전화하는 장면에서 액자에 시골쥐가 서울쥐랑 찍은 사진 액자가 귀엽자.
시골쥐에게 차려놓은 한상도 나물이나 감자 토마토 이런 익숙하고 정겨운 음식이다.
꽃병에 꽃도 참 이쁘다.
시골쥐랑 서울쥐가 서울로 가는 장면은 패트병을 개조한 차가 무지 재미있어서 아이도 만들어보고 싶어한다.
아기자기하면서 꼼꼼한 그림. 그리고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장면은 일반 서울사람들 모습과 비슷하기도 하다.
일반 서울쥐 시골쥐랑 다르게 도시 사람들에게 쫓기거나 가슴두근거리는 내용은 없지만 여유로워 보이고 풍족해 보이는 서울을 시골쥐 스스로 조금씩 회의를 느끼게 된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장면은 보는 사람도 두근거린다.
그래서 다음장을 넘기기 전 아이에게 다음은 어떻게 될까 하고 물었다.
잡아 먹었겠지?
고양이가 정말 잡아먹었을까? 도망갔을까?
서울 고양이는 이제 쥐따위는 먹지 않는다. 실컷 먹고 늘어져 자는 고양이. 그런 고양이를 보며 시골쥐는 안심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도 그리 되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하고 속상해 한다.
여우롭고 풍족해도 편치 않은 서울의 삶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같다.
다시 시골로 돌아온 시골쥐
녹색의 푸르름이 주는 안도감 때문일까
보는 사람도 편안해 보인다.
한동안 내내 아이의 잠자리 친구가 될 것같다.
좋은 책하나 발견해서 너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