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 스타킹 한 켤레 - 19, 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세라 오언 주잇 외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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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는 이름 보다 모르는 이름이 더 많아,소개된 작가들 중 호기심 발동하는 제목부터 골라 읽고 있다. '루시 게이하트'를 읽은 덕분에 윌라 캐더의 작품을 읽었고, 다음으로 이디스 워튼의 작품을 읽었다. 비교적 짧은 울프의 책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캐서린 맨스필드를 버지니아 울프가 감탄했다는 말에...캐서린 맨스필드의 '작고한 대령의 딸들' 부터 읽게 되었다.

"네 자신이 모르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단다"/252쪽


제목 그대로 대령은 이미 죽었다. 그리고 그의 딸들은 살아 있다. 그런데 대령이 살아 있는 동안 딸들에게 무슨 짓...했는지,딸들은 대령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망령(악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그가 자신들에게 호통칠 것 같은 기분...그녀들도 순간순간 대령은 이미 없다는 걸알고 있지만, 그를 위한 장례식 조차 어떻게 치뤄야 할지 허둥된다..요즘 가스라이팅에 해당하는 그런 교육을 받았던 걸까... 조금씩 아버지가 죽었고, 더이상 그 억압으로부터 자신들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그녀들은 역시 어떤 면에서는 '죽어' 있는 삶과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였다. 엄마의 이른 죽음이 없었다면 자신들은 달라졌을까..라고 질문해 보지만..엄마가 일찍 죽지 않았다 해도..폭군 같은 아버지 밑에서 자라야 했다면..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은 기분...다행(?)히라면 아니..그렇게 믿고 싶은 바람이라면 그녀들의 죽어 있던 시간들이..서서히 살아 있는 시간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믿고 싶었다. " 아버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애쓰는 삶 그 모든 일들은 일종의 터널에서 일어나는 일 같았다. 진짜가 아니었다.그녀는 그 터널에서 나와 달빛이나 바다나 폭풍우에 몸을 담글 때에만 진정한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게 무슨 뜻일까?(...)"254쪽 '진짜' 였던 적이 없어서..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지만..터널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왠지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본 것 같아 안심했다. 




<가든 파티>만 없을 줄이야...
궁리에서 출간된 단편집을 구입해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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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이야기에서..닮은 듯 다른 이야기를 발견한 기쁨

웨이손과 프레스턴이 만나게 해 주고픈 상상을 했다.

그는 결혼 당시에는 그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허물을 벗듯 과거를 벗어버릴 수 있으리라 보았다.하지만 이제 보니 앨리스는 어쩔 수 없이 과거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과 과거가 그녀의 본성에 남겨놓은 흔적으로 인해 여전히 과거에 매여 있었다"/165쪽 <실크 스타킹 한 켤레> ‘다른 두 사람‘

(...)어머니는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으며 아버지도 곧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어머니는 그레고리 형을 사랑했지만 아버지는 사랑하지 않았다.아버지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면 시간이 흐르며 사랑이 피어났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아기를 볼 때면 눈이 빛나고 얼굴이 발그스레해지는 어머니가 관대하게 베푼 자기에게는 얼음처럼 차갑고 정중한 말뿐이자 아버지는 화가 났다"/130쪽 <그녀들의 이야기> ‘이부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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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스타킹 한 켤레 - 19, 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세라 오언 주잇 외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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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이야기>와 <실크 스타킹 한 켤레>를 함께 읽고 있다. 윌라 캐터의 작품이 실려 있던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그리고 영미 여성 작가 단편 모음집이라는 공통분모가 읽는 즐거움을 줄 것 같아서 였는데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들의 이야기>에 실린 '이부형제'를 읽고 나니 시선이 자연스럽게 <실크 스타킹 한 켤레>에 실린 '다른 두 사람'으로 끌렸다. '두 사람'이란 제목에서 뭔가 느껴진 것이 있었던 걸까...그런데 이디스 워튼의 '다른 두 사람'을 처음 만났다는 설레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미 읽었다는 사실(아니 어딘선가 읽은 듯한 기분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놀라운건  그때와 지금,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 있다는 거다.처음 읽을 때는 영화 맘마미아를 본 직후라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이번에는 이부형제를 읽고 나서 마주한 덕분에 그녀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복잡해졌다. 물론 그녀를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처음 읽을 때는 마냥 진취적으로만 보였던 그녀를, 세 번째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이다.'그녀의 태도' 가 보였다(물론 세 번째 남자의 시선이다). 지금 그녀의 남편은 세 번째 남자다. 둘 사이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 처럼 보인다. (아니 남자가 그렇게 착각하고 있엇던 건지도 모르겠다.)왜냐하면 앞서 이혼하게 된 이유가..저마다 분명하게 있었다고..남자는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얄궂(?)은 운명은 세 남자를 묘하게 얽히게 만들더니..이러쿵 저러쿵 복잡해진다. 뭔가 절대적이라 믿었던 사랑에 균열과,행복이라는 착각 속에서 벗어나게 된 순간..남자는 날씨가 변하듯..자신이 특별한 남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행(?)이라면 이부형제 속 아버지처럼 사랑과 질투에 누군가를 한없이 미워만 하다 통한의 아픔을 겪지 않았다는 거다. 소설이 끝난 이후 웨이손 부부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지만..적어도 소설 안에서 세 번째 남자 웨이손은 자신이 그녀에게 아주 특별한 남자가 아닐수도 있다는 사실은 깨달은 건 분명해 보인다.


그녀는 ‘오래된 신발처럼 편안한‘사람인 것이다.여러 발이 그 신발을 거쳐갔으므로 그녀의 유연함은 서로 다른 갈래의 긴장을 수없이 거쳐온 결과물이었다.앨리스 해스킷,앨리스 배릭, 앨리스 웨이손, 그녀는 연이어 각각의 인물이 되며 그 이름들에 자신의 사생활,자신의 인성,그리고 미지의 신이 거주하는 자기 내면의 자아를 조금씩 떼어두고 온 것이다"/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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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구 - 로마의 열병 / 다른 두 사람 / 에이프릴 샤워 얼리퍼플오키드 2
이디스 워튼 지음, 이리나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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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의 환상이야기' 가운데 '귀향길'은 단편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의 시대>를 읽을 때만 해도 단편을 찾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은 안했는데... '귀향길' 덕분에 다른 단편들이 궁금해졌다. 단편집 가운데 먼저 고른 건 '징구'다. 제목만 보면 오타가 아닌가 싶어,더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징구를 포함해서 총 4 편이 실린 아주 짧은 단편집이었다.
 그러나 '징구'...는 정말 무조건 읽어 보라 주변에 마구마구 말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주변사람들에게 농담처럼 지적허영을 채우고 싶어 책을 읽었을 때도 있다고 했다. 지금은,과거형(?)으로 말할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책을 읽고 함께 토론도 할 수 있는 클럽이 있다면 좋겠지만..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런치클럽 같은 모임을 만나게 될까 특히 두렵다.^^ 아는 것에 대해 교만을 부리는 것도 문제지만,모르는 것을 아는척 하는 건 얼마나 더 허영에 가까운일인지..책을 읽는다면서..책을 읽는 것인지..책의 주변의 무언가를 채우려 하는 것인지... '징구' 가 바로 정리해 주었다. 진심으로 책을 애정하는 이들이라면 모를때는 모른다고 말할줄 알아야 하고..남들과 의견이 다른 것은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닐까... 시종일관 웃음 터지는 이야기란 생각을 했다.'로마의 열병' 시간이 흘러도 결코 사그라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사랑에 대한 열병'일까..그것도 이루지 못한 것일수록..오랜만에 로마에서 다시 만나게 된 두 친구의 우정과 지난날의 추억을 회상하는 정도의 이야기라 생각하면 큰일난다. 막장에 가까운 결말처럼 보일지라도 뭔가 강렬한 한방 맞은 기분...사랑과 우정은 공존할 수 없는 문제인걸까...'다른 두 사람' 오래 전에 씌어진 이야기라는 사실이 믿기질 않을 정도로 진취적인..아니 어쩌면 또다른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는 사랑의 방식은 아닐지..여자보다 남자사람들이 더 수긍할 수 없을 것 같긴한데..이런 비슷한 상황이 영화 맘마미아..에서 그려진 걸 보면..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않을까..'에이프릴 샤워' 작가를 꿈꾸고 있는 이들과,작가의 꿈을 좌절한 이들이라면 특히 격하게 공감하며 읽게 될 이야기가 아닐까...개인적으로는 출판사의 배려심 없음에 화가 나서 울컥했다는...^^


ps... <실크 스타킹 한 켤레>단편집에 실린 이디스 워튼의 '다른 두 사람'을 읽으면서, 어디선가 읽은 듯한 기억이 났는데..<징구>에서 만났다는 사실. 다른 책과 착각한 건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2021년과 다른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게 된 건..얼마나 재미난 즐거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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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이야기 - 영미 여성 작가 단편 모음집
루이자 메이 올콧 외 지음 / 코호북스(cohobooks)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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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과 남>을 읽고 나서 <그녀들의 이야기>도 읽어보려 했던 기억이 생각났다. 그때는 여러 작가의 단편집이란 것이 썩 내키지 않았던 것 같은데.. 윌라 캐더의<루시 게이하트> 덕분에..'그녀들의 이야기' 가 궁금해졌다.단점이라 생각했던 이유가, 골라 읽는 즐거움을 선물했다는 아이러니(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다...) 윌라 캐더의 '폴의 사례' 다음으로 '이부형제'(번역이 좀...) 를 골랐다.지난해 북과 남을 읽고 <고딕 이야기>를 구입만 해 놓은 상태로 있었던 것이 내내 미안함으로 남아 있었던 이유가 크다.(올해는 '고딕 이야기'도 읽어내리라!!)

'이부형제'라는 제목이 주는 올드한 느낌.그러나 내용은 전혀 올드(?)하지 않다.(아니) 어쩌면 초큼 뻔한 스토리에..조금 더 뻔한 결말이란 생각을 할 수 도 있겠다. 그런데 고루하단 느낌보다,인간은 왜 그토록 어리석은 존재인걸까..라는 탄식을 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존재의 소중함을 사라지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는...그레고리 형(카프카 소설이 생각났다) 에 대한 동생의 기록이 담긴 형식을 취한다. 일인극을 보는 듯한 기분...도 살짝 들었다.제목에서 암시하는 것처럼 그레고리 형과 나는 아빠가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상상해 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작가가 주는 교훈은 정신이 번쩍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왜 그토록 어리석은가...그 이유는 끝임없이 누군가를 탓하는 것과,비뿔어진 사랑의 결과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남을 탓하기 보다 나에게 먼저 문제가 있음을 인지했다면, 모두에게 골고루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있었다면..우리는 지금 보다 덜 어리석게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해서 눈에 띄게 어리석은 인간은 오로지 그레고리의 새아빠에게로 향하게 되지만..가만가만 들여다 보면..모두 조금씩...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우리는 불행하고, 아프고, 후회가 남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모양이다. 새아빠의 유언이 공허하게 느껴진 이유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고려했을 때 어쩌면 그의 참회의 깊이를 그 무엇보다 잘 보여 주는 것은 이것이었다.아버지가 죽은 후 우리가 발견한 유언장에는 불쌍한 그레고리 형이 어머니 곁에 잠들어 있는 무덤의 발치에 묻히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적혀 있었다"/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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