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유기 - 중국 역사학자가 파헤친 1400여 년 전 진짜 서유기!
첸원중 지음, 임홍빈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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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서유기는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하긴 돌에서 원숭이가 나왔다는 말부터, 그 원숭이가 용궁과 천계를 뒤집어 놓았다는 내용까지. 온통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 뿐이다. 그래도 그 말썽꾸러기 재천대성, 손오공이 얼마나 멋지던지.

그런데 삼장법사는 영 정반대였다. 툭하면 울며 눈물을 질질 짜는 것은 물론, 어찌나 어리석은지 수없이 요괴에게 잡혀버리니. 아마 손오공이 없었다면 일찌감치 황천길에 올랐을 테다. 헌데 나중에서야 이 삼장법사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창조된 것이라는 걸 알았다. 게다가 ‘서유기’라는 제목처럼 실제로 서천 서역, 인도까지 여행을 떠났다는 사실도.

정보를 찾아보니, 현장은 <서유기>에서 만난 삼장의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싸움을 잘 하는 손오공은커녕, 홀홀단신으로 인도까지 여행을 떠난 사람이었다. 그것도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고 사막을 건너서 말이다. 그뿐인가. 인도에 도달하여 그 넓은 땅을 일주하다시피 돌아다녔다. 수많은 고승들과 논쟁하면서.

현장의 <대당서역기>는 번역이 되어있으나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책이다. 워낙 많은 나라와 민족이 나오니 이를 감당할 수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결국 현장을 다룬 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만난 책이 바로 <현장 서유기>이다. 꽤 두꺼운 책이었으나 ‘백가강단’의 강의 내용을 책으로 읽었다는 사실이 책을 집어 들게 만들었다. 사실 읽을만한 다른 책도 없었다.

가끔 시간이 날 때면 ‘백가강단’을 보곤 한다. 집에서 볼 수 있는 것이라곤, 삼국지 관련 영상뿐이어서 관심 있는 대목을 뽑아 보았다. ‘현장 서유기’라는 영상은 없었다.

영상을 보지는 못했지만 강연 내용을 책으로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하다. 술술 읽히는 것은 물론 각 장의 내용이 완결성이 있어 다음을 기대하며 읽는 맛이 있다. <서유기>의 삼장과 역사 인물인 현장의 생애를 교차하며 설명하는 부분도 인상 깊다. 아마 중국에서도 현장이라는 역사인물보다는 <서유기>가 더 유명한 탓이겠다.

몇몇 대목은 읽다가 배꼽을 잡았다. 예를 들어 이런 내용이다.

"‘호胡’자가 붙은 물건은 대부분 왜래품을 뜻합니다. (…) 호취狐臭는 한의학에서 원래 액취腋臭라고 부르며, 겨드랑이에서 나는 암내를 말합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호취胡臭’라고 불렀는데, 곧 호인들의 냄새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70)"

예나 지금이나 냄새는 별 차이가 없구나. 그것도 천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저 먼 옛날 당나라 시대에도 국경이 있었고, 지금도 국경이 있지만 옛날의 동서 교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그들의 길을 따라 서천 서역으로 떠날 생각을 했겠지.

상상컨데 그래도 현장의 모험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게 분명하다. 오로지 불법을 찾아 떠나는 그 여정의 고달픔은 과연 어느 정도였을까? 쉬이 상상하기 힘들다.

소설 <서유기>에서는 손오공이 위급한 일에 부닥칠 때마다 “하늘을 부르면 천신이 응답하고, 땅을 부르면 지렁이 응답해주리라”고 관세음보살이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의 현장스님은 혈혈단신 외로운 몸으로 하늘을 불러도 천신이 "응답하지 않고, 땅을 불러도 지렁이 응답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현장스님과 그 자신의 그림자뿐이었습니다. (121)"

저자의 생생한 서술 때문이었을까? 현장의 모험이 자못 감동스럽게 다가왔다. 자신을 투신하여 기어코 길을 떠나는 사람의 여정은 얼마나 대단한가. 사막과 광야를 건너 그 길을 떠나게 만든 그 여정의 힘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이를 단지 ‘종교적 열정’으로 퉁쳐서 이야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 인간이 담아낼 수 있는 아주 커다란 욕망, 이상, 염원 등이 있지 않았을까?

사실은 내년에 시안에 가려는 생각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대안탑을 직접 가기 전에 현장에 대해 알고 싶었다. 읽고 보니 그 탑을, 그를 기린 절을 어서 가고 싶은 마음이다. 무얼 만날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알고 있던 삼장이 아닌 이를 만나리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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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법을 배우기
시어도어 다이먼 지음, 원성완 옮김 / 민들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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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부터였을까? 제목에 속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원제 <The Elements of Skill>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배움 자체보다는 특정한 기술을 익히는 과정을 치밀하게 파해치는 글이다. 원제를 직역하면 ‘기술의 요소’ 정도가 될 텐데, 아마 그런 제목이었다면 이 책을 손에 집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기술보다는 배움에 더 많은 관심이 있으니까.

허나 영 불필요한 독서였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어떤 기술을 익힌다는 경험이 무엇을 배운다는 인지적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몸과 정신, 운동과 인지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 둘을 함께 보는 관점이라면 참고할만한 관점이 적지 않다. 특히 책을 열면 시작하는 저자의 관점 - 배움에 실패하는 것은 능력이 모자라거나, 개인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인상 깊다. 모두 전문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실패하고 마는 경험은 분명 배움에 어떤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런 지적을 보자. “학교에서 어떤 교육 방식이 성공적인지에 대한 평가는 대개 그 교육법이 배움의 근본 요소를 다루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수업에서 슈퍼스타가 탄생했느냐를 가지고 이루어진다. (...)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기본적인 기술을 마스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기술을 마스터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학생이 아니라 교육 방식이 문제시되어야 한다.(17)” 성공적인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드는 지점이다.

책은 다양한 예를 들어 이 배움의 방식, 기술을 익히는 과정을 분석한다. 노래하기, 운전하기, 테니스 기술 익히기 등등. 이런 신체를 이용한 기술을 예로 들면서 저자는 ‘잘못된 방법으로 애쓰기’가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실패는 실패를 낳을 뿐이다. 애만 쓰다가는 성취 없이 실패의 쓴맛만 잔뜩 느낄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를 위해서는 성취할 목표를 단계별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전달할 줄 아는 교사가 필요하다. 또한 당장은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매일 배움을 이어가는 학생의 헌신도 필요하다. 교사는 지성적인 연습에 필요한 구조를 제공해야 하고, 학생이 해야 할 일은 이 훈련을 내면화하여 결국 자기 자신의 교사가 되는 것이다.(46)”

요약하면 지혜로운 교사와 구조화된 학습 환경이 필요하다. 더불어 학습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도구, 신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를 아는 또 다른 지식이 필요하다. 지혜로운 교사는 학습 과정을 설계하며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다. 이때 그는 실수를, 잘못된 습관을 반복하지 않도록 돕는다. 구조화된 학습 환경은 두려움과 긴장을 없애준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무방한 환경 속에 유연한 신체는 온전히 배움으로 뛰어들 수 있다.

교사와 환경, 익숙한 주제이지만 저자는 이를 매우 강조한다. 특히 ‘정서적 문제’ 조차도 이와 연관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은 ‘정서적 문제’ 때문에 배움에 실패한다고 보는데 저자는 반대로 본다. 배움에 실패하기 때문에 ‘정서’에 문제가 생긴다는 의견이다. 더 쉽게 풀이하면, 아이들이 떠들기 때문에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틀렸다. 배우지 못하기 때문에 시끄럽게 떠드는 것 아닌가.

저자는 궁극적으로 교사와 환경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데, 자신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법을 익히는 데 이르러야 한다고 본다. 자신의 신체를 어떻게 쓰는지를 알아야 제대로 된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말씀. 자신은 모르고 남을 따라 애쓰기만 하다가는 힘만 들이고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저자의 이 지적을 읽으며 터무니없이 긴 시험 기간을 갖는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중간고사 건 기말고사 건 한 달 전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준비하는데 과연 그게 지혜로운 방법일지 모르겠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전략과 기술이 필요할 텐데 그냥 무작정 많이 열심히만 하는 건 아닐지. 저자의 말을 빌리면 그렇게 어리석은 애씀은 ‘실패를 배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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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 반항하라 - 왕후이의 루쉰 읽기
왕후이 지음, 송인재 옮김 / 글항아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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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왕후이의 루쉰 해석엔 ‘중국인 특유의 무엇’이 넘실거려 좀 부담스럽다. 해석은 그렇다치고 인용한 루쉰의 문장이 영 맛 없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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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십대의 별난 방송 '십대별곡' 

첫번째 방송은 '청소년과 학원'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매 방송에서는 다양한 시사적인 이슈와 함께 읽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눕니다.

책 이야기 '동네Book'은 54분, 노래가 끝난 다음부터 들을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7604?e=21889922


* 근황토크, What’s up?

* 10대들의 시사 이야기, 10talk – 청소년과 학원

* 10대들의 책 이야기,동네북 – “왕자와 거지”, “부처님과 내기한 선비”,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1. 크라잉넛 – 좋지 아니한가

2. One Direction – Live While We’re Young

3. 크러쉬&로꼬 – 아마도 그건

4. 윤도현 – 가을 우체국 앞에서


* 진행: 하루로, 김대사, 김도령, 혁이

* 게스트: 아오마메

* 녹음/20160212, 업로드/201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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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의 책장에 오랫동안 묵혀놓았던 책들을 헌책으로 가져다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부 분야가 제한적이다보니 별로 재미없는 책이 많네요. 그렇지만 책꽂이에 그냥 꽂혀있는 것보다는 새로 독자를 만나는 것이 낫지 않겠나 싶어 책방에 가져다 놓습니다.


소개할 책은 <조선시대 사상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책입니다. 제목이 가볍지는 않지요. 저자가 조선시대의 ‘예’라는 주제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조선시대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지며 글을 쓰고 토론하기도 했는데 그 결과물이 이 책이어요. 저자가 발표한 논문을 모아두었기 때문에 책의 전체 짜임새가 부족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몇몇 주제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문을 잠깐 읽었는데 책방지기는 아래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필자는 지금까지 주로 개인보다는 집단의 사상을 연구 주제로 선택해왔다. 사상사연구에서 개인 연구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지만 그것이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며 더욱이 잘못된 개인 연구는 영웅주의•족벌주의•당파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설령 개인 연구를 하더라도 그것이 한 시기의 전체 사상의 역할과 의의를 밝혀내는 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지 시대상황과 유리되어 행해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쪽 분야를 공부하는 분들에게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되네요. 책 내용을 짐작할 수 있도록 목차를 함께 올립니다. 훑어보시고 꼭 필요한 내용이 있다 싶으면 책방에 오셔서 구입하시면 됩니다. 책은 깨끗하며 속지에 이전 주인의 서명이 있네요. 정가는 18,000원. 헌책으로 10,000원에 팔아요.


2016-02-19 13.47.29
2016-02-19 13.47.05

2016-02-19 13.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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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4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