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법을 배우기
시어도어 다이먼 지음, 원성완 옮김 / 민들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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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부터였을까? 제목에 속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원제 <The Elements of Skill>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배움 자체보다는 특정한 기술을 익히는 과정을 치밀하게 파해치는 글이다. 원제를 직역하면 ‘기술의 요소’ 정도가 될 텐데, 아마 그런 제목이었다면 이 책을 손에 집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기술보다는 배움에 더 많은 관심이 있으니까.

허나 영 불필요한 독서였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어떤 기술을 익힌다는 경험이 무엇을 배운다는 인지적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몸과 정신, 운동과 인지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 둘을 함께 보는 관점이라면 참고할만한 관점이 적지 않다. 특히 책을 열면 시작하는 저자의 관점 - 배움에 실패하는 것은 능력이 모자라거나, 개인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인상 깊다. 모두 전문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실패하고 마는 경험은 분명 배움에 어떤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런 지적을 보자. “학교에서 어떤 교육 방식이 성공적인지에 대한 평가는 대개 그 교육법이 배움의 근본 요소를 다루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수업에서 슈퍼스타가 탄생했느냐를 가지고 이루어진다. (...)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기본적인 기술을 마스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기술을 마스터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학생이 아니라 교육 방식이 문제시되어야 한다.(17)” 성공적인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드는 지점이다.

책은 다양한 예를 들어 이 배움의 방식, 기술을 익히는 과정을 분석한다. 노래하기, 운전하기, 테니스 기술 익히기 등등. 이런 신체를 이용한 기술을 예로 들면서 저자는 ‘잘못된 방법으로 애쓰기’가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실패는 실패를 낳을 뿐이다. 애만 쓰다가는 성취 없이 실패의 쓴맛만 잔뜩 느낄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를 위해서는 성취할 목표를 단계별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전달할 줄 아는 교사가 필요하다. 또한 당장은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매일 배움을 이어가는 학생의 헌신도 필요하다. 교사는 지성적인 연습에 필요한 구조를 제공해야 하고, 학생이 해야 할 일은 이 훈련을 내면화하여 결국 자기 자신의 교사가 되는 것이다.(46)”

요약하면 지혜로운 교사와 구조화된 학습 환경이 필요하다. 더불어 학습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도구, 신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를 아는 또 다른 지식이 필요하다. 지혜로운 교사는 학습 과정을 설계하며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다. 이때 그는 실수를, 잘못된 습관을 반복하지 않도록 돕는다. 구조화된 학습 환경은 두려움과 긴장을 없애준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무방한 환경 속에 유연한 신체는 온전히 배움으로 뛰어들 수 있다.

교사와 환경, 익숙한 주제이지만 저자는 이를 매우 강조한다. 특히 ‘정서적 문제’ 조차도 이와 연관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은 ‘정서적 문제’ 때문에 배움에 실패한다고 보는데 저자는 반대로 본다. 배움에 실패하기 때문에 ‘정서’에 문제가 생긴다는 의견이다. 더 쉽게 풀이하면, 아이들이 떠들기 때문에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틀렸다. 배우지 못하기 때문에 시끄럽게 떠드는 것 아닌가.

저자는 궁극적으로 교사와 환경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데, 자신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법을 익히는 데 이르러야 한다고 본다. 자신의 신체를 어떻게 쓰는지를 알아야 제대로 된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말씀. 자신은 모르고 남을 따라 애쓰기만 하다가는 힘만 들이고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저자의 이 지적을 읽으며 터무니없이 긴 시험 기간을 갖는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중간고사 건 기말고사 건 한 달 전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준비하는데 과연 그게 지혜로운 방법일지 모르겠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전략과 기술이 필요할 텐데 그냥 무작정 많이 열심히만 하는 건 아닐지. 저자의 말을 빌리면 그렇게 어리석은 애씀은 ‘실패를 배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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